좋은 취향과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감각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휴식을 취하고 무엇에서 영감을 받는가?
여행지에 관한 각종 정보를 찾다가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있는가? ‘흔히 공유하는 비슷비슷한 관광지나 국민 맛집 말고, 나와 취향이 맞는 감각적인 친구가 현지인들만 아는 시크릿 플레이스 같은 곳을 추천해주면 좋겠다. 감각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휴식은 취하고 무엇에서 영감을 받을까?’
오브바이포의 Create’s Space 시리즈는 크리에이터가 한 도시에 머물며 자신만의 시선으로 큐레이션한 공간을 소개하고, 차별화된 취향과 여행 스타일을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여행서’다. 패션 크리에이터의 스페인을 그린 〈En SPAIN 엔 스페인〉, 리빙 크리에이터의 특별한 시선을 담은 〈Barcelona 바르셀로나〉에 이어 이번 〈mein Berlin 마인 베를린〉은 아티스트의 베를린이다.
아티스트 켈리 박이 팬데믹 이후 삼 년 만에 선택한 첫 여행지
책의 저자, 아티스트 켈리 박은 어디든 불쑥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위해 시공간의 제약이 적은 ‘미술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머무는 공간에 대한 애정이 특별하고 실내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아 집 안의 가구 배치나 인테리어에 자주 변화를 주는 편이다. 여행을 하는 중에도 그 도시만의 공간과 디자인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고 한다.
저자는 서른 이후 줄곧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에 관한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장소가 자신을 가장 설레게 하고 작업에도 영감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기에 여행을 떠날 수 없었던 지난 삼 년의 시간은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였다. 코로나19 이후 저자가 처음으로 떠나기로 결심한 곳은 왜 베를린이었을까? 몇 년 전 짧게 스치듯 머물렀던 베를린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단지 짧은 시간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것은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았던’ 이 도시에 대한 첫인상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느낌은 이번 여행이 끝날 때쯤엔 거의 확신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혼자서도 완벽하고 함께라면 더 풍요로운 도시
도시 전체가 거대한 현대 미술관처럼
다채로운 예술과 자유로움이 꿈틀거리는 곳
베를린에서는 카페나 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저자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에게 동지애와 자유로움을 느꼈고, 유럽 어떤 도시보다 혼자 여행하기에 외롭지 않은 곳이라고 추천한다. 물론 함께 여행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곳이다.
도시가 크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산책하거나 퀵보드, 자전거를 이용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또 곳곳에서 수준 높은 그래피티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바우하우스의 발상지이기도 한 베를린에서는 3년 주기로 대규모 현대 미술 비엔날레가 열리는데,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거대한 현대 미술관처럼 다양한 예술과 자유로움이 꿈틀거리는 곳이다.
진짜 현지인처럼 머물고, 즐기고, 휴식하고!
이번 책에서는 저자의 기발한 여행 방식도 인상적이다. 웬만한 곳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위치에 합리적인 가격의 집을 빌려 머물면서, 평일엔 천천히 집 주변을 산책하고 카페나 동네 맛집, 독립 서점, 편집숍, 미술관 등을 즐긴다. 그리고 주말엔 그 기간에만 열리는 플리마켓을 방문해보기도 하고, 버킷리스트에 넣어두었던 호텔을 예약해 호캉스를 즐기며 휴식을 취한다. 한 곳에만 머물면 다양한 공간을 경험할 수가 없고, 숙소를 자주 옮기는 일은 무엇보다 번거로운 일일 수밖에 없는데, 그녀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현지의 드러그스토어에서 생필품을 쇼핑하고, 직접 장을 봐서 요리도 해 먹고, 우연히 친구가 된 아티스트의 작업실에 초대받기도 한다. 한 달이라는 기간을 최대한 현지인처럼 천천히 느끼고 경험한다. 특별한 계획 없이 직감에 따르는 여행이지만 책 속에는 저자가 발견한 독특하고 특별한 공간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취향이 맞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되고, 일상에서 작은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에는 책 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자극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