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끓고 있다!”
기후변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것인가
2019년 미국 해양대기청은 5월 대기 중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가 417.1ppm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기록을 갱신했다고 밝혔다.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 농도의 고공행진으로 2020년 지구 평균 온도는 20세기 평균보다 0.98도가 오른 상황이다. 실제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 농도가 100년간 1도 정도 올랐다고 하면 ‘겨우 1도 오른 것이 무슨 대수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지구 역사상 기온이 4도 오르는 데 1만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생각하면 100년간 1도는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지구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규모의 폭발이 1초에 4개, 하루로 치면 43만 2,000개의 핵폭탄에 버금가는 규모의 열에너지를 매년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인류는 머지않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것이다.
저자는 현재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 기후 현상들과 이 상태로 계속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여주며 탄소 중립은 더 이상 규범이 아니라 당위이며 그것도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하는 매우 급박한 사안임을 강조한다.
2100년, 사라진 대한민국
예견된 비극, 최악의 시나리오
책은 2100년 대한민국의 모습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없이 이대로만 간다면 2100년의 대한민국은 대부분 물에 잠기거나 사막화되어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유목 생활을 할 것이라 예측했다. 남한과 북한의 경계도 오래전에 사라지고 생존을 위한 졸속 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2100년까지 가지 않더라도 앞으로 닥칠 재난의 징후들은 많다. 2040년이 되면 폭염으로 서울에 사는 인구 10만 명당 약 220명이 사망할 것이고 2050년 폭염으로 인한 도시의 사망률은 2010년에 비해 37.3퍼센트나 급증할 것이다. 기후변화로 겪게 될 식량난 문제도 심각하다. 과도한 개발과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은 작물이 생육할 수 있는 환경을 파괴하고 작물 생산량을 급격히 감소시켜 인류 생존을 크게 위협할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쌀을 제외하고 밀이나 콩, 옥수수와 같은 곡물의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국이 농업 생산량 감소를 이유로 수출을 금지하기라도 하면 우리나라의 곡물 가격은 상상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다. 그 밖에도 한반도 남부 지역이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서 모기로 인한 질병인 뎅기열이나 말라리아로 사망자가 늘고 기온 상승으로 개화 시기가 확대된 봄에는 꽃가루에 의한 천식이나 비염 같은 알레르기질환에 시달릴 것이다.
“한번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다”
넘지 말아야 할 4가지 티핑 포인트
인류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당장 멈춘다 해도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지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은 인간이지만 북극 주변의 땅이나 높은 고원에 위치한 영구 동토층과 해저의 퇴적층에 매장되어 있는 메탄하이드레이트, 그리고 남극과 북극의 빙하를 녹이기 시작하면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순환의 길을 걸을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이를 4가지 티핑 포인트(영구 동토층, 메탄하이드레이트, 남극과 북극의 빙하, 바다)로 설명한다.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지구 기온을 높이고 이로 인해 영구 동토층이 녹기 시작하면 이로부터 다량의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오고 이는 다시 지구의 기온 상승을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또한 자연 상태에서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메탄하이드레이트가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서 수온이 올라가면 메탄하이드레이트 속 메탄이 분출되면서 대륙붕이 붕괴되고 커다란 해일을 유발해 자연 생태계를 파괴해버릴 수 있다. 대륙붕의 붕괴는 또 더 낮은 지역의 메탄하이드레이트를 건드리면서 연쇄적으로 메탄가스를 대량으로 방출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자정 능력을 잃은 바다도 문제다. 바다는 대기의 열을 순환시켜주는 기후조절자다. 기온 상승으로 그린란드 빙상과 북극 빙상이 녹아 염도가 낮은 물이 북극 지역에 대규모로 유입되면 전 지구적인 해양 컨베이어 벨트의 흐름이 멈출 수 있다. 게다가 기온 상승으로 해수면이 상승해 해양 산성화가 이루어지면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식물 플랑크톤이 집단적으로 폐사하면서 상위 포식자들도 도미노처럼 사라져버릴 수 있다. 인류는 다시는 스스로 홀로세의 안정기로 갈 수 없게 된다. 인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도 지구는 스스로 온도를 올려갈 것이다. 어디를 봐도 미래에 닥칠 재난은 명약관화다.
저자는 2100년의 대한민국을 암울한 미래를 묘사하며 이렇게 묻는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회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 이후 탄소 중립이라는 전 지구적인 숙제를 미루어두지만 않았다면 과연 우리 현실은 달라졌을까?
“지구 기온 상승 폭 1.5도를 사수하라”
탄소 중립만이 살 길이다
2015년 파리에서 195개국의 수장이 모인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는 선진국을 비롯해 중진국과 개도국까지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는 새로운 협약을 체결했다. 그 유명한 파리협정이다. 파리협정에서는 지구 온도 상승폭을 2도 이내로 제한하고 가급적 1.5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2021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IPCC에서는 전 세계 195개국 합의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채택해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고,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2010년 대비 최소 45퍼센트 수준으로 줄여야 하며 2050년까지는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특단의 대책을 요청했다. 우리 정부도 2021년 〈탄소 중립 기본법〉을 제정해 2050년 탄소 중립 달성과 함께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퍼센트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국제적으로 공표했다. 이를 기점으로 인류의 목표는 1.5도가 되었으며 2050년 탄소 중립이 전 지구적으로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그렇다면 지구 온난화는 무엇이고 탄소 중립이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류는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며 진화해왔다. 지금 우리가 사는 홀로세는 간빙기에 해당한다. 온실가스는 지표면에서 우주로 발산하는 적외선 복사열을 흡수하거나 반사할 수 있는 지구를 둘러싼 기체를 말한다. 온실가스 자체는 지구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산업혁명 이후 무분별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넘쳐나 지구를 뜨겁게 만들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인간 활동으로 연평균 399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었는데 그중 217억 톤은 지구가 흡수하고, 187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매년 고스란히 대기 중에 쌓이고 있다.
탄소 중립이란 인간이 어마어마하게 대기 중에 배출된 온실가스 양만큼 이를 흡수하는 장치를 마련해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이 되는 넷제로 상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자연적인 배출을 제외하고 인류가 배출하는 탄소의 양을 어떻게 상쇄시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남은 기간 5년,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2030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기 위한 대안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0년 국가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6억 5,622만 톤으로 2019년 기준으로 세계 11번째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5위로 결코 적지 않은 양이다. 책은 2030년 탄소 감축 40퍼센트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대책들을 분야별로 나누어 설명한다.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분야인 에너지 분야부터 산업 공정 부문과 수송, 그다음으로는 건물과 농축산업 부문에 이르기까지 탄소 배출 현황과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우선 가장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전력 부문에서는 무엇보다 석탄발전소를 축소하고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함으로써 2018년 기준 2030년까지 45.9퍼센트를 감축할 계획이다. 신재생 에너지에는 태양광 및 풍력발전뿐만 아니라 수소연료전지 및 수소터빈을 통한 전력 공급도 포함되어 있다.
산업 부문에서는 철강 공정 전환 및 석유화학 원료의 전환, 시멘트 및 원료 전환 등을 통해 2018년 대비 2030년도까지 11.4퍼센트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력 부문이나 건물, 수송 부문에 비하면 감축 비율이 낮다고 볼 수 있는데 산업 공정 부문이 경제성장 및 일자리와 직결된 부문이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철강 공정 과정에서 코크스 대신 수소를 이용해 이산화탄소 대신 물을 배출하는 수소환원제철공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상용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건물 부문에서는 제로에너지건축물의 활성화 및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기 보급,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통제, 제어하는 에너지 최적관리시스템을 통해 2018년 대비 32.8퍼센트를 감축해야 한다.
수송 부문에서는 전기차량과 수소차량 보급 및 퍼스널모빌리티까지 원스톱으로 이용 가능한 마스(MaaS) 체제를 통해 2018년 대비 37.8퍼센트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다음 농축산 분문에서는 2020년 대비 2030년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을 30퍼센트 이상 감축한다는 국제메탄서약에 동참해 상당한 양의 메탄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감축 방안으로는 소를 사육할 때 발생하는 메탄을 막기 위해 저메탄 사료를 보급하고 벼 재배시 논물 관리방식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가축분뇨를 고온 압축 처리해 바이오매스나 및 플라스틱을 만들 계획이다.
이 밖에도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 확대 및 카본테크와 블루테크를 통한 온실가스 흡수안의 확대 방안, 더 나아가 과학기술을 이용한 탄소 포집 활용 저장 기술인 CCUS 기술 도입과 국외 감축 사업을 활용하는 방안을 등이 모색되고 있다.
저자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자연 생태계의 탄소 흡수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국가 정부 차원의 정책뿐만 아니라 개인 하나하나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기후 위기를 똑같은 수준으로 체감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탄소 중립에 공감하고 동참하려면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적 지속가능성까지 고민해야 한다. 인간은 논리적 로봇이라기보다는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감정적 동물이라는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말처럼 단순히 국민적 참여를 독려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탄소 배출이 자신의 직접적인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가 흔히 공공재로 인식해온 자연환경을 사유재로 인식하고 개인의 활동으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엄청난 속도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기후테크, 탄소 중립 혁명에 불을 지피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모든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다. 적게 만들고 덜 소비하는 것을 우선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이면 경기침체가 오히려 지구를 살리는 대안이 되는 이상한 논리가 힘을 받을 수 있다. 저자는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성장을 음의 상관관계로만 정의한다면 전 지구적인 목표인 2050 탄소 중립은 처음부터 도달할 수 없는 이상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한다.
다행히 1990년대부터 유럽연합은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량 간에 디커플링이 일반화되었고 미국은 2007년, 일본은 2013년부터 디커플링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도 2018년을 정점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여러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한 ‘기후테크’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경제성장과 탄소 배출량 간의 디커플링을 가속화할 방안을 찾고 있다.
기후테크는 기후와 기술을 결합해 만들어진 용어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적응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기업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든 혁신 기술을 일컫는다. 기후테크는 클린테크(재생 에너지, 원전), 카본테크(탄소 포집, 탄소 저감 공정, 전기자동차) 에코테크(폐기물 감축, 업사이클링), 푸드테크(대체식품, 스마트팜), 지오테크(기후 예측, 재난방지)라는 5개 분야로 구분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테크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고 2016년도에 비해 2021년에는 8배 이상 투자 규모가 확대되었다. 우리나라도 정부와 투자회사 간 협력을 통해 2030년까지 약 145조 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소위 기후테크 분야 유니콘 기업을 10개 정도 육성할 방침이다.
탄소 중립 과제는 단순히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있지 않다. 탄소 배출 감축과 동시에 우리에겐 변화된 기후에도 적응하고 살아남을 전략이 필요하다. 저자는 ‘기후테크’라는 새로운 혁신 기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보다 고차원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를 포함한 전 지구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이익이 생기지 않는다고 행동하지 않을 것인가.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지 않고 이대로 살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