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따위 없어지면 좋겠어!”
해인이와 유안이, 우주네 가족이 캠핑장에 모였어요. 막내 유안이는 막 일곱 살이 되었지요. “유안아, 너도 이제 초등학교 가겠네. 축하해.” 해인이가 미리 축하 인사를 건네자, 우주가 불퉁스럽게 찬물을 끼얹지 뭐예요. “축하는 무슨…. 고생문이 열렸구먼.” 우주는 학교가 없어졌으면 좋겠대요. 공부는 어렵고, 숙제는 많고, 온통 싫은 것투성이라나요.
“그럼 학교 가는 길부터 재미있게 만들면 되지!” 해인이의 말이 불씨가 되어 세 친구는 서로 경쟁하듯 아이디어를 내놓기 시작합니다. “교문에서 교실까지 가는 길이 미로면 어떨까?”,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이불 속에서,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물속에서 수업을 받으면?”, “온종일 듣고 싶은 수업만 듣는 날도 있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우주도 나중엔 가장 신나게 아이디어를 쏟아내지요. 세 친구가 상상한 ‘꿈의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요? 여러분은 어떤 학교에 다니고 싶나요?
“왜 학교에 다녀야 할까? 왜 공부를 해야 할까?”
처음에는 누구나 기대와 설렘을 안고 입학하는 학교. 하지만 계속해서 학교를 좋아하는 어린이는 흔치 않은 듯합니다. 어린이들은 어째서 학교를 싫어하는 걸까요? 허아성 작가는 그 마음부터 알아주려 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고, 공부는 어렵고, 거의 온종일 꼼짝 않고 앉아 있어야 하고, 숙제는 많고……. 학교 가기 싫은 이유야 많고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싫은 건 어린이를 평가하는 어른들의 잣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애들만 칭찬받잖아. 난 공부에 자신이 없어. 오래 앉아 있는 것도 힘들고.” 우주 같은 생각을 하는 어린이가 어디 한둘일까요?
해인이는 잔뜩 풀죽은 우주를 보며 제 나름의 해결책을 생각해 냅니다. “상도 아낌없이 팍팍 주면 좋겠어. 그럼 기가 팍팍 살 텐데.” 해인이가 물꼬를 트자, 우주도 제 생각을 마구 쏟아냅니다. “진짜 좋다! 목소리가 커도, 음식을 맛있게 잘 먹어도, 옷을 멋있게 잘 입어도, 다 칭찬해 주고 상을 주면 좋겠어.” ‘다른 친구들보다 무언가를 더 잘해서가 아니라, 저마다 잘하는 일로 상을 받고 싶다’는 두 아이의 마음이 곧 어린이들의 마음이겠지요. 그런데 이런 일이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요? 초등학교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밥만 잘 먹어도, 똥만 잘 눠도, 칭찬해 줬더랬는데요.
허아성 작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공부가 마지막에 가 닿아야 할 지점까지 생각을 뻗어 나갑니다. 그렇습니다. 자신이 배운 것을 남과 나누는 일, 배움과 나눔으로 세상을 밝히는 일 말입니다. 세상을 밝히는 일이 결국 내 삶의 터전을, 나아가 내 삶을 밝히는 일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어린이들이 세 친구와 함께 즐거운 상상을 마음껏 펼치고, 그 상상의 힘으로 자신들이 살아갈 세상을 바꾸어 나갈 수 있기를 바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