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말
이 책을 편집하면서 여러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이를테면 미용실 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자르고 싶어 한 허영심에 대한 대가”로 거울 속에 떠 있는 머리가 되어 미용사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순간.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마치 다이빙 보드 끝에 서 있는 것처럼, 기꺼이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지만 가슴과 다리가 갑자기 무거워지는” 감각. “관여하고 싶지 않은 것을 무시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면허”인 에어팟을 끼고 바쁘게 걸어가 본 경험. 내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이 나는 혼자가 마음 편한 유형의 사람이다. 타인과의 만남은 어색할 뿐 아니라 불편하고 종종 두렵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고 대화하고 몸을 부딪치는 순간들에 집중하는 이 텍스트에 매료된 이유는 나와 정반대 성향의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와 비슷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의 삶에 침입하는 존재”라는 이 책의 선명한 주장은 나라는 좁고 편협한 세계를 지키기 위해 그동안 눈 감아 왔던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이 글은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 생활을 배경으로 한다. 미용실, 공원, 거리, 영화관, 식당 등 일상적 장소에서 펼쳐지는 평범한 만남을 뒤흔들어 역동적인 의미를 만들어 내는 저자 앤디 필드는 새로운 유형의 도시 산책가다. 그동안 많은 작가들이 복잡한 도시나 시끄러운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유유자적 걸으며 초연한 태도로 세상을 관찰하는 플라뇌르의 계보를 이어 왔다면, 앤디 필드는 비 웅덩이마다 직접 뛰어 들어가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어린아이의 태도로 도시를 걷는다. 도시 생활을 멋지게 만드는 것은 어린아이처럼 세상을 생생하게 보는 능력, 불확실성과 취약성을 감수할 용기, 함께 분노하고 연민해 본 경험, 나와 전혀 다른 배경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그래서 이 텍스트를 읽다 보면 번잡한 도시 한복판으로 산책을 나서고 싶어진다. 매사에 심드렁한 산책자가 아니라 좀 더 능동적이고 용감한 산책자가 되어. 이때 에어팟은 잠시 주머니에 넣어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