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면 누구나 공감할 교실 속 고민을 함께 해결하다
스무 평이 채 되지 않은 교실은 스무 명 남짓한 아이들이 뿜어내는 개성과 역동으로 넘쳐난다. 날마다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저마다의 고민이 있다. 부모와 친구, 교사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비롯해, 자신감이나 자기 효용감 같은 스스로가 처한 어려움과도 힘겹게 싸우는 중이다. 이런 아이들의 고민은 자연스럽게 교실로 이어지고, 교사의 고민이 된다.
교사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아이들 마음이 궁금해 교과 활동으로 글쓰기도 하지만, 지문을 읽고 문제에 답하는 교과서 형식으로는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렵다. 이런 교사의 고민에 그림책이 답을 준다. 그림책은 부드럽게 말을 걸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이 있다. 아이들은 그림책 주인공에 자신을 투영하고, 자신이 겪은 비슷한 상황에 몰입해 마음속 이야기를 터놓는다. 이를 통해 수업 안에서 아이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해결 방법을 찾아 나갈 수 있다.
그림책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교육적인 영감을 공유하는 초등교사 모임 ’그림책 아틀리에 36.5‘는 그림책이 가진 힘을 수업에 가져와 아이들과 고민을 나누는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이 책은 모임 교사들이 지난 3년간 쌓아온 그림책 활용 수업과 활동 사례를 소개한다.
책에는 특수한 사례보다는 교실에서 많이 일어나는 고민을 24가지 추리고, 그림책을 활용해 풀어가는 나름의 처방을 제시한다. 24가지 고민은 그림책 수업의 다양한 활동 사례를 공유하는 ’그림책 수업 용기 북돋우기, 아이들의 어지러운 마음을 보살피고 어루만지는 ‘마음의 어려움 다독이기’, 주변과 좋은 관계를 맺고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관계의 어려움 보듬기’로 구분했다. 그림책 수업에 관한 이 책의 처방을 따라가다 보면, 재미있고 단단한 그림책 수업을 만날 수 있다.
그림책과 함께하는 다정하고 친절한 고민 해결 실천서
아이들의 고민은 곧 교사의 고민이 된다. 이 책은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당면하고 있을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주고 싶은 교사의 고민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자기 입장만 내세워 친구 관계가 삐걱대는 아이에게 남을 헤아리는 법을 알려 주고 싶을 때, 부모의 잔소리로 힘겨워하는 아이에게 상대를 수용하는 마음을 알려 주고 싶을 때, 친구들과 비교하고 자신감이 없는 아이에게 존재의 고유성을 말해 주고 싶을 때 등이다. 또 장래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꿈을 찾도록 도움을 주고 싶을 때, 거짓말하는 아이에게 거짓말이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깨우쳐 주고 싶을 때, 장애를 가진 친구의 상황에 필요한 이해와 공감을 가르쳐 주고 싶을 때, 몸과 마음의 변화로 혼란스러운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성을 재미있게 알려 주고 싶을 때 등이다. 책은 각각의 고민 상황에서 어떤 그림책으로 어떻게 수업하고, 어떤 활동으로 연결하면 좋을지를 자세히 안내하고 실천 방안을 공유한다.
그림책과 연계한 신나는 활동으로 고민 해결력 레벨 UP!
24가지 고민에 관한 해법은 그림책을 함께 읽고 감상을 충분히 나눈 뒤 그림책과 연계해 직접 활동을 하며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거친 말로 상처를 주는 아이에게 고운 말의 힘을 알려 주고 싶다’는 교사의 고민에는 그림책 『누군가 뱉은』(경자 글·그림, 고래뱃속)을 추천한다. 누군가 뱉은 거친 말이 상대의 마음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 그림책 내용으로 함께 본 뒤, 거친 말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야기 나눈다. 또 거친 말은 어떻게 생겼을지 그림으로 그려 보고 그렇게 그린 이유를 발표하게 한다. 다음으로 거친 말이 주는 마음의 상처를 느끼기 위한 놀이 활동을 한다. 직접 했거나 들었던 거친 말을 쓴 검은 종이를 장구핀을 이용해 사람 형상에 붙이고, 거친 말을 뒤집어쓴 사람의 표정이 어떨지 상상하게 한다. 그런 뒤 색색의 종이에 아름다운 말을 써 보고, 사람 형상에서 거친 말 종이를 떼 낸다. 핀 자국으로 구멍이 생긴 사람 형상을 보며 어떤 마음이 드는지 이야기하고, 아름다운 말 종이로 구멍을 가려준 뒤 사람 형상 얼굴을 밝게 웃는 표정으로 바꾸어 주며 활동을 마무리한다.
이렇듯 책은 각 고민마다 다른 그림책과 다른 활동을 소개해,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고 창의와 재치가 넘치는 활동들을 만나는 장점이 크다. 그대로 따라 해도 좋고, 이를 참고해 교사들은 각자의 교실 환경과 분위기에 맞추어 새로운 활동을 기획해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