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그리고 여성이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기까지
할렘 르네상스의 주역 조라 닐 허스턴의 대표작
이 작품은 흑인 여성인 주인공 제이니가 세 번의 결혼을 하며 겪은 이야기를 담은 소설로, 모든 사건이 지나간 후 자신의 일화를 친구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파란만장한 제이니의 서사는, 노예로 끔찍한 삶을 살아온 할머니의 강요에 못 이겨 사랑 없이 한 첫 번째 결혼에서부터 시작된다. 농장과 집을 가진 첫 번째 남편 로건은 어떤 존중도 없이 아내를 그저 일꾼 취급하며 가사노동을 강요한다. 제이니는 그런 로건을 떠나 흑인 자치 도시의 시장이 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진 조디와 두 번째 결혼을 하지만, 조디 역시 제이니를 성공의 트로피쯤으로 여기며 순종적인 아내로서의 역할을 요구할 뿐 진실한 사랑과 온전한 자유는 조금도 보여주지 못한다. 세상을 떠난 조디를 뒤로하고 만난 세 번째 남편 티 케이크는 그토록 바랐던 사랑으로 제이니를 대하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은 머지않아 마을을 덮친 폭풍으로 처참히 무너지고, 제이니는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현실과 비로소 마주한다.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가부장제의 억압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찾아가는 한 여성의 성장기이자 흑인의 시선으로 백인 지배 구조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소설이다.
흑인이 겪는 차별 문제를 외면하고 사랑 이야기나 한다며 흑인 남성 작가들에게 ‘비정치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그 어떤 작품보다 흑인 여성이 겪는 사회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수작을 꼽힌다. 특히 노예로 비극적인 삶을 견뎌온 제이니의 할머니가 흑인 여성들을 “이 세상의 노새”라고 말하는 대목은 사회와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깊이 있는 통찰이 특히 잘 드러난 부분으로도 유명하다.
무엇보다,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 인물을 담담한 태도로 그려내는 허스턴의 서술 방식과 현장감을 살린 실감 나는 묘사는 흑인 문학, 페미니즘 문학은 물론이고 미국 문학사 전반에 새로운 지표가 되어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흑인 페미니즘 선구자의 눈부신 부활
모두가 인정하는 명작의 재탄생
“이 작품만큼 중요한 작품은 없다.”
_앨리스 워커(전미도서상 수상 작가, 『컬러 퍼플』 저자)
이 작품은 계급 투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출간 당시에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허스턴이라는 작가마저 한동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다. 조라 닐 허스턴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흑인 페미니즘이 부상하던 70년대 무렵이었으며, 1975년 앨리스 워커가 《미즈Ms》에 「조라 닐 허스턴을 찾아서」라는 글을 쓰면서 본격적으로 재발견되었다.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는 허스턴이라는 작가를 가장 잘 설명하는 작품이자 흑인 페미니즘 문학의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 백인 남성과 흑인 남성 중심이라는 계급 구조에 감춰진 흑인 여성을 비춘 시도, 즉 책 속 ‘여는 글’에서 예술사회학자 이라영 작가가 말하듯, “백인 사회의 차별을 고발하는 흑인 남성 작가들의 저항 의식”이 아닌 “사회구조는 물론이고 가족 내의 폭력 그리고 여성들 간의 관계를 다룬” 허스턴의 시도는 훗날 토니 모리슨과 앨리스 워커 같은 후대 흑인 여성 작가들의 탄생을 견인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2005년 오프라 윈프리에 의해 단막극으로 제작되기도 하고 《타임스》, 《가디언》 등 해외 주요 언론에서 필독서로 꼽히는 것은 물론, 서울대 및 카이스트 추천 도서로 선정되어 국내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현대적인 번역으로 만나는 세기의 문학
윌북 클래식 여섯 번째 시리즈, ‘불꽃’
진실하지 않은 사랑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마주하는 여성의 이야기가 담긴 고전 명작 『각성』,『테레즈 라캥』,『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가 ‘불꽃 컬렉션’으로 재탄생했다. 사랑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탐구하는 것을 물론,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여성의 내면을 깊이 있게 묘사해 시대의 벽을 넘어 새로운 빛이 된 작품들이다. 파격적인 주제로 동시대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들의 문학적 성과는 현대에 비로소 재발견되었다. 인간의 욕망과 고뇌 속에 담긴 아름답지만은 않은 사랑의 본모습, 끝내 파멸할지라도 외부세계에서 규정하는 욕망이 아닌 스스로 열망하는 대상을 찾아 떠나는 여성의 서사는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독자에게 생각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작품과 독자를 긴밀히 이어줄 전문가의 서문과 더불어, 윌북 클래식만의 섬세하고 현대적인 번역을 통해 여성 문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작품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