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는 색다른 즐거움,
13개의 키워드로 비추어보는 ‘내 맘대로 고전 읽기’
고전을 펼쳐 그 안으로 들어가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동서와 고금의 차이가 없다. 또한 같은 인물, 같은 사건, 같은 이야기, 같은 문장이라도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 다른 상상으로 그려지는 것 또한 고전의 힘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위대한 콘텐츠의 화수분”인 《그리스 로마 신화》를 시작으로 수천 년에 걸쳐 동서의 역사를 가로지르는 13권의 고전과 그에 얽힌 역사적 이야기를 전한다. 특히 고전을 집필한 각 저자의 ‘의도’에 주목하며, 이 의도를 알아가는 것이 바로 고전을 읽는 독자가 느껴야 할 재미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동안 기존의 시선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들 속으로 깊이 들어가 그들의 상황 인식을 분석하고, 그들의 고뇌와 선택을 추적하며, 책 속에 미처 담기지 않은 내면의 목소리를 상상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던 고전들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고, 읽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고전의 새로운 가치를 찾아 재조명한다.
이를테면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우리가 생각하듯 모든 것을 품어주는 넉넉한 어머니가 아닌 탐욕스러운 지배자였다는 것을 알리고, 오디세우스는 잔머리가 비상하고 호기심이 많아 모험을 즐기지만 여성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면서도 역마살이 돋으면 어느 날 훌쩍 떠나버리는 ‘나쁜 남자’의 원형이었다고 폭로한다. 또 페르시아전쟁의 살라미스 해전 영웅 테미스토클레스와 같이 ‘모난 놈이 정 맞는’ 현실은 그리스·로마 시대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세상은 뛰어난 현실주의자가 아니라 그런 모난 놈에 의해 진보하므로, 그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한 《사기》를 집필한 사마천의 롤모델이 공자였으며, 그를 뛰어넘기 위해 공자의 《춘추》에 없는 형식으로 〈사기 열전〉에서 백이와 숙제를 첫머리에 두는 구성을 기획했다고 해석한다. 그렇기에 사마천이 ‘역사상 최고의 편집자’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내 맘대로’ 읽는 고전 해석법이다.
여기에 더해 저자 특유의 현대적이며 쉽고 경쾌한 문체, 재치와 유머는 독자가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게 고전의 내용 속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또 다른 해석의 여지를 주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상상력과 시각으로 더 많은 고전을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각 장의 첫머리에 배치된 시간, 분노, 귀향, 운명, 결벽, 마음, 시비, 리셋, 가지 않은 길, 선택, 세월, 명분과 실존, 큐빅 맞추기의 즐거움 등 13개의 키워드는 현재라는 역사를 온몸으로 살아나가고 있는 독자의 눈높이에서 더욱 공감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된다.
동서양 고전을 등불 삼아 길어 올린 삶의 지혜
고전은 수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은 삶과 사람의 이야기를 환하게 비춰주는 지혜와 함께,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과 삶에 대한 성찰을 제공해준다. 저자는 새로운 해석과 발랄한 상상으로, 두껍게 먼지 쌓인 고전에서 우리가 되새길 수 있는 지혜를 끄집어낸다. 고전 속 지혜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또다시 역사를 만들고, 또 다른 고전을 낳아 그것이 우리 상상력의 화수분이 될 날을 희망하며.
이 책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놓쳐왔던 다양한 인간사의 면면을 색다른 해석과 교훈으로 펼쳐 보여준다. 특히 더욱 중심을 다잡고 자신을 지켜야 할 세대에게,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여유와 함께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찾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 이 책은 《내 맘대로 고전 읽기》(가디언, 2020)의 개정증보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