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 스님 인터뷰_사찰 음식 50년 연구
“절밥을 그냥 사찰 음식이라 지었어요!”
오관게(五觀偈) 발우공양은 ‘한국 사찰 문화의 예술’
재가(在家)에서도 사찰 음식을 즐기는 시대다. ‘사찰 음식 대중화’의 개척자, ‘불교계 이단아’로 꼽히는 정산 스님을 서울 인사동 〈산촌〉에서 《사찰음식은 없다》 탈고 후 만났다. 팔순을 앞두고 있지만, 알토 톤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챗GPT, 메타버스, NFT를 알고 있는 MZ멘탈의 스님이다. 50년간 사찰 음식을 현장 연구한 셰프 스님를 인터뷰했다.
“요즘 절에 가면 절 음식이 없어요. 절 음식의 원형이 안타깝게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1960년대 채록한 절간 음식 레시피로 사찰 음식을 재현해야 할 시점이에요.”
정산 스님은 16살부터 전국 25교구 사찰을 타박타박 걸어 다니며 절간 음식 데이터를 노트에 적었다. 이 자료로 20여 년 전 사찰 음식 단행본을 3종 출간했다. 어린 스님은 당시 부산 범어사의 명허 스님으로부터 사찰 음식을 처음 배웠고, 북한의 대표적인 사찰의 음식 레시피도 명허 스님으로부터 전수받았다.
“이번 책에서 가장 중점을 둔 건 ‘발우공양’ 정신이에요. 한국 사찰의 고유문화이고, 오관게 정신이 담긴 발우공양은 ‘한국 사찰 음식 문화의 예술’이지요.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 부끄럽네’ 등으로 이어지는 공양 전 게송인 오관게 독송은 사찰 음식 문화의 백미(白眉)입니다.” 발우공양은 부처님의 사상과 계율 등 가르침이 가득 담긴 사찰의 문화 콘텐츠다. 스님은 한국불교의 본사 24교구만은 〈발우 공양〉의 정신을 살려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
#사찰 음식 공부의 뒷얘기
여수 소년 정산은 범어사[僧]의 명허 스님으로부터 사찰 음식의 레시피를 전수받았고, 해인사[佛] 강원에서 공부하며 ‘음식을 통한 포교’의 꿈을 키웠다. 그는 사찰 음식 분야에서 명문대학을 나온 셈이다. 이후 전국의 사찰 후원에서 구전으로 전해오는 절간 음식 조리법을 현장 연구한다. 당시 명허 스님으로부터 ‘절 후원의 조리법을 기록하고 싶다’고 말했다가, 강한 질책을 들었다. “절간 음식을 기록 일은 불교의 계율을 위반하는 일이고, 종단의 반대를 이겨내야 한단다.” 절간 음식에 관심을 두는 게 이상했던 1960년대 초반에 겪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