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작성한 회계장부는 무의미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숫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량한 기업인지, 경영에 어떤 위험요소가 있는지,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있는지와 같은 다양한 질문에 숫자는 정확한 답을 하고 있습니다. 이 숫자가 말하는 것을 잘 읽고 분석하고 참고해서 경영자는 회사를 경영하고 주주는 투자를 결정합니다.
가정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가정의 살림살이가 보여주는 숫자는 이처럼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있습니다. 무작정 아끼고 절약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거나, 더 많이 공부해서 똑똑한 소비자가 되는 것만으로 가정경제를 운영하면 금세 한계에 부딪힙니다. 개인의 결심이나 능력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며 지속 가능한 요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가야 하는 당신에게 가장 확실한 의사결정의 근거는 다름 아닌 숫자여야 합니다. 정말 신기한 것이 막상 재테크를 하려 마음먹으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옆집 언니, 이제 더는 카더라통신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우리 집 재무제표 속 숫자에 집중합시다. 정답은 숫자가 알려 줄 것입니다.
우리는 늘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매달 적으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이 포기합니다.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생각해봅시다. 어디에 얼마만큼 쓰는지 살펴보기 위해서가 아닌가요? 그러니 대략 분기별로(3개월 간격으로) 적으면 됩니다. 3개월 정도를 꼼꼼히 살펴보면 자신이 돈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 그리고 그 비용이 타당한지 어떤지 알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부분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다음 달에는 외식비와 옷값을 좀 줄여야지’ 하고 넘어간다면 다음 달에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의욕만 가지고는 나가는 돈을 절대 줄일 수 없습니다.
가계부는 새는 돈을 막고 저축을 하고, 종잣돈을 마련하는 데에는 더없이 훌륭한 도구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큰돈이 걸린 부동산 투자를 감행하거나 주식투자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가정에도 재무제표 작성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