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명의 현인에게 삶과 세상을 묻다
전염병과 재난, 전쟁과 AI 등으로 사회는 물론 개인의 미래마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대, 답은 결국 동서양 고금을 망라한 ‘고전’이다. 하지만 고전은 한 권을 완독하는 데도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만만치 않은 만큼 친절한 가이드가 필요하며, 고전의 핵심 사상을 알기 쉽게 정리한 안내서가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다시 읽는 명저』가 바로 그런 책이다. 경제지 〈한국경제신문〉에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32개월간 연재된 초장기 코너로, 총 114권의 책을 101명의 현인이 풀어놓은 지식과 사상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먼저 치열하게 탐구하고 집약해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적당한 분량으로 전달함으로써 연재 당시 극찬을 받았다.
“우리나라 신문 중에서 가장 수준 높은 코너입니다.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고 쉬운 글쓰기로 즐거움을 줍니다.”
“이번 책 소개는 압권이군요. 정말 어려운 책인데, 이렇게 쉽게 쓸 수 있다니…….”
이렇게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연재를 한데 모은 이 책, 『다시 읽는 명저』의 저자들은 고전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고전은 선지자들이 깊은 사색으로 삶과 진실을 조명하고 탐구한 결실이다. 시대가 변해도 인생과 사회의 근본 의미와 가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뛰어난 사상가와 작가의 지적 축적물을 통해 복잡다단한 당면 문제의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결코 의미가 작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114권의 책은 어떻게 선정했을까.
저자들은 “민주주의가 확산할수록, 경제발전이 가속할수록 독선과 선동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세상사다. 권위적 집단이 타인의 자유를 압박하며 이권을 챙기는 역설도 허다하다”며 “그래서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서사에 충실한 고전을 우선적으로 선별했다”고 밝힌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지적 결핍을 보완하기 위해 자유와 시장의 가치에 천착하고 되돌아본 저작에도 눈을 돌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프랜시스 베이컨, 존 로크 등 정통 철학자와 지그문트 프로이트, 미셀 푸코, 칼 포퍼, 애덤 스미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등 시대를 풍미한 근현대 사상가를 두루 망라했다.
저자들은 이렇게 선별한 책들을 보통 사람의 상식적 눈높이에서 전달하고 메시지를 가다듬는 일에도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책 내용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시대의 고민과 연관시켜 해석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인문, 경제 경영, 사회과학, 역사, 문학 등 5개 분야 114권의 저작은 그 목록만으로도 압도적이어서 이 책을 가지고만 있어도 든든함과 뿌듯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인문 분야에는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데이비드 흄의 『인간 지성에 대한 탐구』부터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등 서양 작품과 박제가의 『북학의』, 홍대용의 『의산문답』, 박지원의 『열하일기』 등 우리 선조들의 작품을 재발견해 실었다.
경제 경영 분야는 윤석열 대통령이 ‘인생 책’으로 꼽은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시작으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등 잘 알려진 고전과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도시의 승리』, 빌 게이츠의 『비즈니스 @ 생각의 속도』 등 최근 저서까지 망라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알렉시 드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학』, 허버트 마셜 매클루언의 『미디어의 이해』,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등을 소개한다.
역사 분야에는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에드먼드 버크의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 앙드레 모루아의 『미국사』와 『영국사』, 윈스턴 처칠의 『제2차 세계대전』,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에드워드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등이 선별되었다.
문학 분야의 경우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와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부터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사마천의 『화식열전』과 『사기열전』, 루쉰의 『아Q정전』, 조지 오웰의 『1984』 등 사회비판적인 작품이 눈에 띈다.
벼랑 끝 시대의 유력한 탈출구는 고전과 명저에서 지혜를 빌려 혼탁함을 해소하는 것이고, 지식과 지력이 존중받지 못하는 풍토에 대한 반성이 그 출발점이었다. 저자들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답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고전 명저에 가 닿았다고 말한다.
“선각자들의 혜안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무지가 세상을 압도하는 비극이 막을 내릴 것이라는 바람이었다. 지식과 이성이 경시되면 과학적 사고나 진지한 성찰이 빈약한 부박한 사회로 이행할 수밖에 없다.”
세상과 삶의 본질을 뜨겁게 고민하고 성찰한 대가들의 생각은 시대를 불문하고 보편성을 지닌다. 저자들은 그 지혜와 지식에서 혼탁한 시대를 헤쳐 나갈 작은 단서라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누군가가 올바른 쪽으로 단 1도라도 방향을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충분한 위안이 될 것”이라 털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