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존중함으로써 가능한 문학의 자리, 비평
김나영은 등단 직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문학이란 무엇이고, 어떤 글을 쓰고 싶냐는 기자의 물음에 “계속 질문하는 글을 쓰고 싶”다고 답한다. 이렇듯 그의 문장 끝에는 언제나 작은 물음표가 그려져 있었다. 아마도 ‘그런 게 아닐까’ 하는 물음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마침표가 단정하게 찍혀 있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여전히 화자의 마음과 세계의 질서를 향한 궁금증이 담겨 있는 것이다. 세상 속으로 단숨에 파고든 사람, 이 책은 세상이 궁금한 이의 부지런한 사랑이 남긴 흔적이다. 1부에는 1990년대 이후 끊임없이 논의된 ‘문학의 일상성’에 대해 되짚으며 이성복이 그리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가 단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기이하고도 낯선 자리”를 발견해낸다. 새로울 것 없는 삶 속에서 전혀 다른 의미를 도출해내는 시인들의 세계에서 김나영은 다시금 신해욱과 김언의 시를 호명하고, 2000년대의 이후 부각된 여성시와 그 이후에도 결코 고정될 수 없는 시적 주체의 뜨거운 이마 위에 손을 얹은 후 찬찬히 촉진해나간다. 그 외에도 구병모와 김사과의 장편소설, 2010년대 한국 소설의 동향 등. 1980년대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개인과 일상에 대해 말하는 한국문학의 변화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재조명한다. 2부 「시의 얼굴들」에는 이성복, 김언, 이장욱, 서효인, 이원, 이수명, 백은선, 김리윤에 이르기까지 아름답게 탄생한 문장들로 현실을 투영하는 시를 쓰는 각 시인의 세계에 관해 다각적으로 읽어낸다. 3부 「소설의 시간」은 윤성희, 김애란, 정소현, 편혜영, 손보미, 한유주의 소설 속 인물들이 살아내는 시간을 시간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허물어진 삶을 다시 봉합하고 조합하는 과정들이 담겨 있다. 4부 「문학의 무늬」는 문학이 남긴 잔상들을 다시 해체하여 견고하게 분석해내는 텍스트들을 담아냈다. 이렇듯 김나영의 비평은 일상과 비일상, 진실과 허구, 사랑과 몰이해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이 모든 것에 살며시 물음표를 달아 전혀 다른 관점으로 작품을 해석해낸다. 견고하게 지어진 문장 앞에서 독자는 자신이 살아오지 못한 세계를 만나고, 이때 평론가는 어두운 방 안에 앉아 자신이 오래도록 궁리해왔던 물음의 촉수를 높인다. 이렇듯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세계를, 시인을, 소설가를 김나영의 글을 통해 사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