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이별 여행’ ‘사라지는 숲’ ‘ 민서이모’ ‘푸른 숲속의 닭장’ 등 단편동화 14편이 실려 있다.
‘이별 여행’은 엄마가 이틀밖에 못 산다는 반려견 봄이를 데리고 이별 여행을 가는 이야기다. 주인공인 초등학생은 엄마가 할머니에게는 쌀쌀하게 대하면서도 반려견 봄이에게는 온갖 정성을 쏟는 것을 못 마땅해한다. 할머니는 아들이 셋이나 있어도 누구 하나 모시려 하지 않고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돌아가면서 한 달씩 모신다. 주인공은 이런 할머니를 이 아들 저 아들네로 매달 떠밀려 다니는 짐짝이라 표현한다.
엄마는 반려견인 봄이에게는 온갖 좋다는 보약과 맛있는 간식을 사 먹이면서 집에 와 계시는 할머니에게는 말 한마디 안 하고 식사까지 따로 차려준다.
고령인 봄이가 이제 하루 이틀밖에 못 살 거란 수의사의 말을 듣고 엄마는 개를 데리고 이별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그래서 집에 와 계신 할머니를 숙모네 집에다 모셔다 놓은 채 애견 동반 펜션으로 떠난다.
고령의 개를 데리고 이별 여행을 떠나느라 집에 와 계신 할머니를 이틀 먼저 숙모 댁에 보내버리는 엄마의 그 무정함을 보고 주인공은 혀를 내두른다.
개 만 못한 취급을 받던 할머니도 그날 말없이 숙모집을 나와 어디론가 가버린다.
‘사라지는 숲’은 자고 나면 푸르고 울창하던 숲이 하나씩 사라져간다는 이야기다.
6.25 전쟁 직후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산들은 벌거숭이 민둥산이었다. 사람들은 산에 나무를 심고 푸르게 푸르게 가꾸어 왔다. 이제 온 산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숲은 우리에게 산소를 공급해주고 생태계를 유지해주며 산사태를 방지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태양광을 설치하느라 숲을 이루고 있던 나무들을 마구 베어내기 시작했다. 먼 데서 보면 마치 부스럼 난 머리를 이발기로 밀어낸 것처럼 산의 여기저기가 훤하게 드러나 있다.
사람들은 돈에 눈이 어두워 자연을 마구잡이로 훼손하고 있다. 자연이 훼손되면 재해가 따르기 마련이다. 장마가 지자 더 많은 돈을 벌려고 숲을 없애고 태양광을 설치했던 신 사장도 산사태로 태양광이 무너지고 새로 지은 강변의 집도 물에 잠긴다.
공기를 맑게 해주던 숲이 사라지자 그 속에 깃들여있던 야생동물들도 보금자리를 잃고 헤매고 다니다 이제는 산 밑 마을까지 내려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
무분별한 벌목으로 사라지는 숲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민서이모’에 나오는 민서는 파랑할아버지가 입양한 장애아이다. 주인공 서윤이 엄마는 장애인 도우미로 일하는데 친척인 민서이모를 돌본다.
주인공 서윤이는 엄마가 아들인 자신보다 민서이모를 더 챙기는 걸 보고 속이 많이 상한다. 민서이모는 6학년이지만 지능은 세 살 어린애여서 뭐든 제멋대로다.
1학년인 서윤이는 민서이모를 이해하려고 무던히 애쓰지만 자기 기분이 나쁘면 느닷없이 때리는 민서이모 때문에 참 힘들다.
서윤이 엄마는 그런 민서이모를 이해해주고 잘 돌봐줘야 한다고 늘 말한다.
어느 날 참다못한 서윤이가 ‘엄마는 왜 저런 장애인을 돌봐야 하느냐?’며 대들었다가 엄마에게 된통 혼난다.
서윤이는 일기를 쓸 때마다 ‘오늘도 민서이모를 미워했다. 다음부터는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막상 민서이모한테 느닷없이 뺨을 맞으면 또 이모가 미워진다.
이 동화는 우리 주변에 있는 장애인 친구들을 사랑해주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푸른 숲속의 닭장’은 산속 외딴집에 사는 시인 아저씨네 닭장 식구들과 시인 아저씨 부부의 따뜻한 이야기다.
수양버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수벚나무 아래에 있는 이 푸른 숲속의 닭장 안에는 실키 오골계, 당닭, 토종닭, 청계, 오골계, 등의 다른 여러 종류의 닭들과 금계, 오리 등이 사이좋게 어울려 산다.
시인 아저씨 부부는 닭장 식구들을 자식 돌보듯 돌본다.
어느 날 금계가 들어 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이제 막 날기 시작한 어린 오색딱따구리 두 마리가 구경을 왔다. 수벚나무 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구경을 하던 어린 딱따구리 한 마리가 한눈을 팔다가 나무에서 떨어지고 만다.
시인 아저씨 부부는 어린 오색딱따구리를 정성껏 보살펴 준다. 다음날 기력을 회복한 딱따구리가 감나무 가지 위에서 노래를 부르자 모두 기뻐한다.
하나의 닭장 안에 여러 종류의 닭들이 살지만 각기 그 특성을 살려가며 어울려 산다는 이야기다.
이 밖의 다른 작품들도 대개가 시골 농촌이 배경으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자연의 품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이치를 깨달아가기를 바라는 주제를 살리기 위해서다.
강민숙(1948~ )의 서사 세계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흐르고, 꼭 필요한 이야기를 풀어 놓으면서도 강압적인 메시지를 표출하지 않는다. 강건한 목소리를 절제하면서 삶의 원리를 부드럽게 독자에게 들려주고 있다. 그건 작가의 배경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민숙의 작가 세계는 기독교와 맞물려 있다. 작가의 정신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기독교 세계관과 그의 서사 표현 방식은 양분될 수 없는, 작가 세계 근간을 형성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불필요한 곁가지를 가위질하고, 진실만 남은 삶의 원리를 어린 독자들이 행간에서 발견하고 살아가는 방법에 눈을 뜨는 일이 강민숙의 서사에서 계속될 것이다.
- 최미선, 「마모되지 않는 동화 창작 펜」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