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도감 속 다양한 자화상
그림자 낚시꾼은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잡아가는 망태 할아버지처럼 망태를 메고 다닌다. 그 안에는 ‘그림자 도감’이 들어 있다. 그것은 용왕의 아들 황금빛 돌돔이 쭈글쭈글 알감자 같은 늙은 그림자 낚시꾼이 된 사건의 발단인 동시에, 용왕의 벌로 완성해야만 하는 사건의 해결책이기도 하다. 그림자 도감 속에는 시대와 세대를 거슬러 다양한 인간의 그림자가 들어 있다. 낚싯대를 든 노인, 샅바를 맨 씨름 선수, 바람처럼 빠른 도둑, 골똘히 생각하는 사색가, 공을 지배하는 축구 선수, 날아다니는 댄서, 뭐든 거꾸로 하는 엉뚱쟁이, 빈둥빈둥 게으름쟁이……. 이 그림자들의 공통점은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한 누군가에게 버려졌다는 것이다. 모두가 상처받은 그림자들이다. 그림자 낚시꾼은 자신의 모습이 싫어 그림자를 쾅쾅 밟는 사람들 앞에 나타난다. 조각배를 타고 날아가 그림자를 낚아 올리고 새로운 그림자를 고르게 한다. 그렇게 그림자 도감은 계속해서 돌고 돌아 새로운 그림자로 채워진다. 그림자를 바꾸려 고민하는 아이들과 함께 ‘그림자 도감’ 속 다양한 그림자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편으로는 누군가는 너무나 싫은 자신의 모습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되고 싶은 모습이라는 아이러니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어쩌면 그림자 도감은 영원히 완성될 수 없는 책일지 모른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갈망하는 우리들의 욕심이 끝나지 않는 한.
그림자가 아닌 진짜 자아 찾기
이야기 속에는 그림자 낚시꾼을 만나는 세 아이가 등장한다. 뚱뚱해서 돼지라고 놀림 받는 소유, 소심해서 무시당하는 채윤이, 공부를 못해서 괴로운 민성이. 세 아이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 상처 받아 자기와 정반대의 그림자로 바꾼다. 소유는 ‘나만 바라봐’ 그림자로 바꿔 날씬해지고, 채윤이는 ‘용기백배’ 그림자로 바꿔 할 말을 다 하고, 민성이는 ‘공부나 해’ 그림자로 바꿔 우등생이 된다. 주위의 시선이 달라지자 세 아이는 새롭게 태어난 듯 행복하다. 새로 바뀐 그림자와 같은 모습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욕심은 끝이 없는 법. 아이들의 새 그림자들은 두 번은 버림받지 않겠다는 각오로 끝없이 아이들을 조종하고, 아이들은 그림자의 꼭두각시가 되어 간다. 그리고 알게 된다. 자신들은 진짜가 아닌 어딘가에 비쳐지기 위한 그림자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모습은 ‘가짜’라는 것을. 아이들은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그림자 낚시꾼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 찢어진 그림자 도감을 샅샅이 뒤지고 그 안에서 찾은 단서를 따라 용궁으로 찾아간다. 다시 뚱뚱해져도, 소심해져도, 공부를 못해도 원래의 자신으로 살겠다고. 예전 그림자들을 돌려 달라고. 아이들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결코 예전과 같은 모습은 아니다. 오롯이 자신을 지키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제30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대교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눈높이아동문학대전은 한국 아동문학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1993년 제정된 이래, 매해 우수한 작품과 역량 있는 작가를 선보이며 그 위상을 공고히 다지고 있다. 문학이 이 시대를 사는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그림자 낚시〉는 문학이 지닌 힘을 믿고, 문학의 역할을 고민해 온 눈높이아동문학상 30회 동화 우수상 수상작이다.
‘심사 위원의 말’ 중에서
아이들과 독서 수업을 하는 저는 어린 독자들이 아주 까다롭다는 것을 느낍니다. 동화 작가인 제가 보기에 썩 괜찮아 보이는 책이라도 어린 독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평은 “재미없어요!”입니다. 그렇다고 작가의 깊은 뜻을 몰라준다며 어린 독자들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제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그때도 이야기가 주는 재미가 저를 책으로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그림자 낚시》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 이야기는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겠다.’였고, 더 반가웠던 것은 이 작품이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사 위원 남찬숙(동화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