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과 농사, 그리고 오래된 미래!
아이나 어른이나 녹록치 않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각자의 삶이 팍팍하기에 이웃에 누가 사는지,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심을 둘 여유가 없지요. 우리는 꽤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오고 있습니다. 그 사이 아파트는 예전보다 더 높아졌고 이웃과의 심리적인 거리는 더 멀어졌습니다. 견고한 콘크리트 건물만큼이나 단단한 아스팔트 도로만큼이나 우리 마음이 딱딱해져 온 것이지요. 하지만 이웃과의 소외 문제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반작용으로 공동체 또는 마을의 복원에 대한 열망도 함께 커져 온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주위의 견고함과 딱딱함은 필연적으로 부드러움을 갈망하게 만드나 봅니다. 하나의 움직임으로 수년 전부터 도시에서도 텃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지금 서울에서는 한강변에서 정식으로 분양 받아 텃밭을 가꿀 수 있습니다. 예전처럼 멀리 가지 않아도 되기에 텃밭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지요.
텃밭 농사는 견고한 아스팔트가 아니라 부드러운 흙이 있어야 지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농사는 자연스럽게 흙의 힘과 중요성을 우리에게 일깨워 줍니다. 또한 옆 텃밭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게 되고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게 되지요. 수확물에 대한 나눔 또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마련이고요.
지금은 텃밭 대신 건물 옥상에서 상자텃밭을 가꾸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아파트 베란다에도 작은 텃밭을 만들 수 있고요. 이 봄, 아이들과 작은 텃밭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생명이 자라는 모습뿐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관계의 싹을 트는 것을 보는 일, 이야말로 아이들에게 그 어떤 교육보다 소중한 경험이니까요!
딱딱한 마음에 스며드는 일상의 나눔, 우리의 미래!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평범한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까닭은 아무래도 우리 모두의 마음에 가장 기본적으로 땅과 사람의 내음에 대한 향수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누구나 실시간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원활하게 소통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또 한편으로는 점점 개인화가 심해지고 사회에서 각자가 느끼는 외로움은 더 커졌다고 합니다.
실제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스마트폰과 친구 중 무엇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어른들의 예상과는 달리 대다수의 아이들이 친구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자신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무한한 소통의 세계가 펼쳐져 있는 스마트폰보다 정작 웃음과 눈물을, 때로는 다툼을 나눌 수도 있는 친구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이들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겠지요. 이 책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데 특별한 무엇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아주 작고 사소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 하나,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마음이 필요할 뿐이라는 걸 사람살이의 지혜를 터득해 온 할아버지의 작은 실천을 통해 보여 주고 있지요.
익숙하고 귀에 닳도록 보고 들어온 듯한 이 책의 이야기는 책을 읽고 난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비로소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옆집이나 윗집, 아랫집이 이 책에 나온 203호 재하네나 504호 태은이네와 다르지 않습니다. 옆집에서 들려오는 달가닥 소리와 윗집에서 들리는 쿵쿵 소리, 복도에 풍겨 나오는 청국장 냄새가 더 이상 소음과 역겨운 냄새로 다가오지 않고, 그 집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로 이어질 수 있다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은 더 큰 풍요로움으로 채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