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창작 이야기
이 그림책이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길 바랍니다.
그림책을 창작할 때 나는 먼저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끝맺을지 분명히 정한 뒤 가장 그리고 싶은 장면부터 작업을 시작해요. 그런데 이 책은 달랐어요. 이야기의 줄거리는 오래전에 구상했는데 인물의 설정도, 결말도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첫 장면부터 마지막까지 순서대로 그릴 수밖에 없었지요. 설정 없이 이야기와 시간의 흐름을 따라 작업하다 보니 내게는 완전히 새로운 창작 방식이었지만 좀더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이 작품을 만들며 나는 명확한 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제한된 공간 안에 미덕과 악행, 선량함과 무지함, 미워하는 마음과 좋아하는 마음, 박해와 구원같이 모순이 공존하는 방식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대립적 요소들을 이야기 속에서 하나로 조합해 보았어요.
그리고 나는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지 몹시 궁금했어요. 낮과 밤처럼, 서로 피하지 못하고 부딪히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말이죠. 나는 어떤 한 순간을 구상해보고 싶었어요.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다 바뀌는 그런 한 순간이요. 이것이 이 그림책을 창작한 취지였습니다.
서로 부딪히고 난 뒤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어른이 되면 삶 속의 많은 문제들에 해답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서로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상처를 매울 방법이 있을까요? 이 작품 속 이야기에 답이 필요하다면 그것이 ‘사랑’이길 바랍니다. ‘그후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끝을 맺는 뻔한 옛날이야기의 결말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서 어린 왕자의 마음속 가장 좋은 나라는 더 이상 초록색이 없는 나라가 아니라 왕자가 소녀에게 ‘약속한’ 나라입니다.
가정, 회사, 학교 등 거의 모든 사회 단체에는 지켜야 할 규칙이 있습니다. 이런 규칙을 지키면서 단체는 질서와 평화를 유지하지요.
이 작품 속의 어린 왕자는 초록색 애벌레를 무서워해서 모든 초록색인 것들이 사라지길 바랍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취향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왕자 개인의 독단적인 결정이지요.
‘권력이 클수록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라는 말이 있어요. 권력자가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그에 따르는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을 고통에 빠트리고, 심지어 사회질서까지 무너뜨릴 수 있어요.
규칙을 지키는 목적은 모두가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이지 혼자만 좋은 세상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만일 언젠가 여러분이 어떤 일을 결정할 권력을 갖게 된다면 꼭 기억하세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들이 어쩌면 다른 사람에게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요! 상대를 존중하고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만 함께 사는 삶이 한층 더 아름다워집니다.
이 책의 특징
첫째, 우화식 그림 동화로 아이들이 ‘권력과 책임’에 대해 이해하고 시민의 소양을 키워줍니다.
둘째, 아이들이 ‘인권’은 책 속에서나 보는 단어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일상임을 알게 합니다.
셋째, 책 커버 안에 ‘생각 키우기’ 활동 내용을 넣어 아이들 스스로가 ‘혼자만 좋은 일’과 ‘모두가 함께 좋은 일’을 구별하고, 그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도록 도와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