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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유교걸

어쩌다 유교걸

  • 김고은
  • |
  • 오월의봄
  • |
  • 2023-10-05 출간
  • |
  • 214페이지
  • |
  • 114 X 188mm
  • |
  • ISBN 9791168730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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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페미니스트고요, 유교걸입니다

(대부분의 ‘덕통사고’가 그런 것처럼) 그가 페미니스트가 된 것도, 유교걸이 된 것도 실은 얼결에 벌어진 우연에 가까운 사고였다. 대학에 입학한 후 첫 수강 신청을 하는데, 한 선배로부터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수업이 있다기에 인생 첫 티케팅을 달려 성공했는데 뭔가가 좀 이상하다. 수강 신청을 하고 난 후에 봤더니 남은 자리가 많았다. 소수의 두터운 팬층이 있던 페미니즘 입문 수업이었다. 하지만 그 수업은 대학에서 배운 최고의 수업이었고, 거기에서 페미니즘 ‘세례’를 받으며 세상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급발진의 시기도 물론 거쳤다(잘 만나고 있던 애인에게 왜 우리는 독점적 연애를 해야 하는지 따져 묻고, 인문학을 공부하며 동료들을 만들어가고 있던 엄마에게 왜 엄마는 엄마로만 사느냐고 따져 묻곤 했다). 하지만 이 세계는 물론 자신 역시 가부장적 문화에 깊이 물들었음을 깨달으며 과거와의 단절을 시도하며, 유교 같은 데 진절머리를 내는 페미니스트가 되었다.
한편 몇몇 수업 말고는 자신의 학구열을 만족시킬 수업이 대학 내에 거의 없다고 (성급하고도 자신만만하게) 생각하며 대학을 그만두기에 이른 저자는 그 당시 발을 걸치고 있던 인문학 공동체 문탁네트워크에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하필 당시 문탁네트워크에서 세를 얻고 있던 분야가 마침 동양 고전 공부였다. 얼결에 코가 꿰이기는 이쪽도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페미니즘이 즉각적으로 삶에 파장을 일으킨 반면, 동양 고전 공부가 삶에 영향력을 발휘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페미니스트 자아와 유교걸 자아가 병존하는 데까지도 몇 년의 시간,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그러니까 부부 사이에는 구별이 있어야 하고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차례가 있어야 한다는 ‘가부장적 꼰대 철학’(으로 들리는 것)을 페미니스트 자아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냔 말이다. 여러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열녀전》이 그 열녀문(烈女門)의 열녀 이야기인 줄 알고(저자는 이름마저 우리말인 사람으로, 처음 한문 공부를 시작할 무렵 한문은커녕 한자조차 또래보다 모르는 처지였다) 공부를 하기도 전에 급발진할 뻔했던 흑역사(‘아, 열녀라니! 내가 드디어 유교의 볼 장 못 볼 장을 다 보게 됐구나!’_41쪽)도 고백한다. 아직도 저자는 유교와 페미니즘이 어떻게 함께 손잡고 살 수 있을지 답을 찾아가는 여정 중에 있다. 이 책이 그에 대한 명징한 답을 내놓고자 하는 시도도 아니다. 다만 페미니즘도, 유교도 ‘내가 사회와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를 살피며 그의 정체성 안으로 녹아들었다는 것, 페미니스트이면서 진심으로 유교 철학과 동양철학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20대의 전부를, 10여 년의 시간 동안 동서고금을 오가는 공부를 하면서도 자신의 본진은 ‘동양철학’ ‘동양 고전’ ‘유교’를 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서양사나 서양철학, 현대미학을 공부하는 인문학 공동체의 다른 또래 친구들에게는 건네지지 않는 질문과 시선을 받으면서도 “저는 동양 고전이 좋아요”라며 덕심을 버릴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길을 내기가 어려워 보이는, 이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어 뵈는 철학을 끈덕지게 공부하는 마음이란 무엇일까.


공부, 삶, 관계

대학을 그만두고 인문학 공동체에서 저자는 공동체 공간을 쓸고 닦고, 공간을 방문하는 이들을 응대하는 100일간의 수행을 한다. 글쓰기나 공부 능력을 단 한 번도 의심받아본 적 없이 살아왔고, 대학을 다닐 때까지 어떤 학교에서든 마음을 먹으면 성적은 아주 잘 나왔다. 그런데 인문학 공동체에서는 그렇게 글쓰고 공부해서는(=말과 글로 적당한 논리를 만들어 그럴싸해 보이게 만드는 재주는 있으나 한 사람과 시대를 마음으로 이해하고 살피지 않는 태도로는)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라고 계속 혼이 났다. 나중엔 오기가 생겨 이곳에서 공부라는 걸 제대로 해보겠다고 마음을 냈고, 그러고 시작한 것이 쓸고 닦고 환대하는 공부, 고대 동양에서 공부하는 이들이 내딛는 첫걸음인 《소학》에 나오는 “쇄소응대(灑掃應對)”의 공부였다.
물 뿌리고 청소하며, 남의 말에 응대함이 예절과 맞아야 한다는 저 말을 저자는 “청소기 돌리고 물걸레질하며, 내 일상의 공간에 사람들이 찾아왔을 때 그들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풀어낸다. 청소는 일상을 소홀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공부이자, 자신이 어떤 존재들과 함께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깨우는 공부였으며, 응대, 즉 ‘환대’는 나를 드러내는 게 아니라 타자를 만나는 준비라는 점에서 가장 기본의 공부였다.
저자에게 동양 고전과 그 철학은 삶과 공부의 관계,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과의 관계, 우리가 살아내는 이 현장 속에서 꼬인 매듭을 풀어내는 오래되고 새로운 가르침이었다. 그리고 저자에게 이 배움은 그저 텍스트 안에 존재하는 뜬구름이 아니라 저 100일 수행의 “쇄소응대”가 그러했듯 함께 엉겨 지냈던 관계와 존재들과의 시간 속에서 구체적인 면면들로 나타난다.
초등학생 대상의 한문 교실에 선생으로 서며, 자신을 선생으로 존중하지 않는 초등학생 학생들과의 관계를 푸는 실마리를 자크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에서 찾아간다. 저자는 지적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도 스승이 되는 경험을 통해 선생과 학생의 다른 역할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 깨달음을 페미니스트 자아로는 온전히 납득할 수 없었던 “부부유별 장유유서”와 같은 문장에 대한 이해로 연결한다. 관계 속에 내가 놓여 있다는 것, 그러니까 내 옆에 있는 친구와 함께 사는 법을 초등학생들과 공부하기 위한 유교의 문장을 찾아낸다. “근묵자흑 근주자적(近墨者黑 近朱者赤)”, 그러니까 먹을 가까이하는 자는 검어지고, 붉은 물감을 가까이하는 자는 붉어진다와 같은 같은 유명한 문장을 친구를 골라 사귀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서로를 물들이는 관계로 풀어낸다. 이질적 존재들이 어떻게 상호의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방법, 가령 친구에게 꼰대가 되지 않는 법도 《논어》에서 발견한다(“친구에게 아는 척하지 말고, 잘난 척하지 말고, 온 진심으로 상대를 위해서 생각하고 말하라”). 그리고 이 문장들을 함께 공부한 초등학생 제자가 친구와 함께하는 법을 배워 변화하는 어떤 순간을 목도하기도 한다.
인문학 공동체에서 만난 또래 친구들과 ‘길드다’라는 인문학 사업체를 운영하며, 그 친구들을 지독하게 미워하고 너무 좋아하느라 힘이 들 때도 동양 고전의 가르침으로 돌아갔다. 《논어》에 등장하는 공자의 제자인 증자의 체크리스트를 가져오는 식이다. 배운 것을 제대로 익혔는지(=공부한 것으로 친구를 탓하기 전에 일단은 참는다), 친구와 사귈 때 신의가 있었는지(=친구가 미워지고 싫어지는 시간도 견디고, 상대의 의중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내 의견을 전달하고 이해시키기 위해서도 애쓰는 성실함을 갖기), 다른 사람을 위해 일을 도모할 때 성의를 다했는지(남이 잘하고 있는지 들여다볼 시간에 내 일을 묵묵히 해낸다)를 살펴봤다. 또 사업체를 운영하며 개인의 욕망과 공동체의 가치가 충돌한다고 느꼈던 상황에서는, 자기 진실성을 말하는 ‘충(忠)’과 상호성을 말하는 ‘서(恕)’가 공자의 가르침 전부라는 증자의 말을 떠올린다. 스스로에게 충실하고 서로에게 의지함으로써 자본주의에 매몰되는 대신 새로운 길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반성하기도 하고, 취약한 우리는 남에게 의존할 수 있어야만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그 가르침을 간염과 수영에서 혼쭐이 나며 몸에 각인하기도 한다.


리추얼 라이프 대신 의례가 있는 삶: 고립된 우리를 연결하기

공부가 자신을 관통하며 나의 삶, 나와 긴밀하게 엮인 이들과의 관계 위에서 어떻게 드러났는지, 그리고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는지를 기술하는 데서 나아가 배운 것을 좀 더 넓은 현장에서 써먹으려고 한다. ‘의례’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가까웠던 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친구들은 하나둘 오랜 우울증, 공황, 자살 충동, 섭식 장애를 이야기한다. 너무 많은 사람이 이 세계와 분리되고 고립되고 있다는 것, 자신 역시 인문학 공동체 안에서 공부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친구들과 같은 시대를 거치며 친구들과 같은 자리에서 생존을 위해 분투하며 고립되어왔음을 깨닫는다. 그러고는 이 시대를 건너가기 위해 유교걸답게, 유교 스타일로 질문을 뽑아낸다. ‘어떻게 하면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일상에서 구체적 방법을 찾아가고, 사회와의 연결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이는 너무나 유교적인 질문이다. 저자는 세상과 연결되어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했던 철학자이자, 자신의 현장에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던 활동가이기도 한 공자가 사회와 관계에 대해 말하기 위해 들고나왔던 ‘예(禮)’라는 개념을 떠올린다. 어쩌면 이 고립된 시대를 건너는 데, 예(禮), 그러니까 의례가 하나의 길잡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의식(儀式)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요즘 유행하는 리추얼 라이프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리추얼은 자기 자신을 향하고, 유교의 예, 의례는 사회와 관계를 향한다.
유교의 예나 의례라고 하면 ‘제사’라는 형식을 떠올리며 즉각적으로 사라져야 할 적폐를 연상할 수 있겠으나, 저자가 연결에서 분리된 지금 여기에 가져오고자 하는 의례의 본질은 상호 간에 행하며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행위다. 마치 콘서트장에서 ‘떼창’을 부를 때, 흩어졌던 시위 무리가 다시 한곳에 모여들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때, 퀴어문화축제에서 전복적 문구를 들고 멋진 복장을 차려입은 누군가를 곁에서 확인할 때, 그러니까 무언가를 함께하며 느꼈던 강한 연대감의 순간을 떠올려보라. 의례는 없애야 할 쓸모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를 연결하고, 또 어떻게 연결되어야 할 것인지 구체적인 논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비건 의례’를 한번 보자. 저자는 ‘새벽이생추어리’에서 살고 있는 돼지 새벽이와 잔디를 돌보며 자연스럽게 비건을 지향하게 되는데, 먹는 것을 완전히 비건식으로 바꾸는 데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이들과의 관계였다. 함께 먹을 음식이 제한적이니 친구들과 만날 때 미안함이 생기고, 비건을 지향하는 자신의 삶이 소 목장을 하는 친척 어른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 될까 두려워 그분과의 자리를 피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며 비인간동물들과 연결되고자 하는 인간이 정작 인간 세계에서는 단절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서로가 너무 조심스러운 나머지 만나는 자리를 피하는 건 서로에게 침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거하는 의례의 실패다. 그래서 저자는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눈치 의례‘가 아닐까 하며 이름을 붙여본다. 너무 대놓고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상대를 의식하며 은근하게 서로에게 개입하고 섞여 드는 것 말이다(상대방이 비건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기 고명과 육수를 쓰지 않는 국수를 시키며, 국수에 올라가는 계란을 빼달라고 주문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눈치 의례가 아닐까).

대략, 여기까지다. 20대의 10여 년을 동양 고전과 유교를 공부하며 삶과 관계와 세상과 부딪히며 관통해온 한 덕후의 시간과 사연은. 이는 다른 말로 하자면 곧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뭇 존재들과 함께 살 수밖에 없다는 동양 옛사람들의 글과 사상을 이 시대를 함께 건너고 있는 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다른 존재, 세계와 분리된 채 살아가는 시대적 병증을 돌파하는 데 필요한 인문학적 상상력이 이 안에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저자는 오늘도 덕질을 멈추지 않는다. “공자 왈, 맹자 왈 하는 그런 걸” 공부하며 넌지시 우리에게 영업한다. 같이 한번 이 공부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목차

들어가며: “학생이세요?”

1부 어쩌다 유교걸
(페미니스트) 유교걸의 탄생
쓸고 닦고 환대하기
고대의 여성 선생님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다
물들이고 물들어가는

2부 혼자가 될 수 없었던 나날
고립되지 않는 다정한 인간
의지적 인간의 의지하는 글쓰기
Daily Check List
프로 자기 계발러 공자
간염과 수영에게 혼쭐나다

3부 리추얼 대신 의례
그래도 여전히 좋아해
친구들이 아프다
동물들의 생존 비결
108번의 댄스
눈치 주는 비건 지향인

나가며: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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