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에즈라 잭 키츠상 수상으로 이름을 알린 프란체스카 산나의 신작 그림책 『사랑을 주면 줄수록』이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전작 『쿵쿵이와 나』(미디어창비, 2019) 『내 친구 지구』(미디어창비, 2020)로 한국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프란체스카 산나는 이번 신작에서 SCBWI(세계 어린이책 작가 및 일러스트레이터 협회) 주관의 크리스탈 카이트 어워드 수상 작가 마시 캠벨과 호흡을 맞췄다. 이 작품은 대를 이어 조그마한 도토리들을 돌보고 가꾸는 어느 가족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전한다.
넉넉한 품으로 아이를 꼭 안아주며, 환하게 웃어 주는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를 추억하며 자신의 아이에게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빠, 아빠에게 듣고 자란 가족 이야기를 자신의 아이에게 들려주는 엄마까지. 마시 캠벨이 펼쳐 보이는 어느 가족의 사랑 이야기는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따뜻한 순간들로 가득하다. 특유의 감성적인 그림체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프란체스카 산나는 이러한 서사의 본질을 꿰뚫어 마시 캠벨의 글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성별과 대를 가로지르는 이야기에 다양한 피부색과 머리색을 가진 등장인물 묘사를 더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독자들은 누구나 거울처럼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성별과 인종을 가로질러 대를 건너가는 사랑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운 라인과 질감, 따뜻한 색채를 사용한 프란체스카 산나의 시각적 은유는 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하며, 사랑과 연대의 메시지를 잔잔하게 전한다. 또한 프레임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분할 컷, 이 책의 주요 소재인 도토리를 패턴화한 배경 묘사,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묘사는 독자들을 상상과 공감의 세계로 이끈다.
★ 세상의 모든 것을 자라게 하는 사랑
도토리나무와 함께 자란 우리 모두의 성장 이야기
『사랑을 주면 줄수록』은 대대손손 도토리나무를 돌보고 가꾸는 어느 가족 이야기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도토리나무의 성장 과정에 빗대어 개인의 역사, 가족의 역사, 사랑의 역사를 말하는 작품이다. 작품 속의 도토리나무와 아이, 가족 공동체는 모두 성장의 궤를 같이 하면 함께 자란다. 프란체스카 산나와 마시 캠벨, 두 작가는 이 모든 존재들을 지탱하고, 성장시키는 근원적인 힘은 ‘사랑’에서 비롯됨을 말하고 있다.
『사랑을 주면 줄수록』은 도토리나무의 성장 과정이 우리 모두의 성장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 준다. 독자들은 가족들의 사랑으로 무럭무럭 자라나는 도토리나무의 성장 과정을 등장인물들과 함께 지켜보며, 자신들이 가족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받는 아낌없는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혹은 저마다의 자라게 하는 나만의 성장 동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어린 시절 가족과 무언가를 함께하며 자란 경험은 아이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가족들이 도토리나무에 사랑을 쏟으며 서로 연대한 경험은, 함께하면 더욱 놀라운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 메시지를 전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환기한다. 더불어 『사랑을 주면 줄수록』은 도토리나무의 성장 서사를 통해, 한 생명에게 쏟는 온전한 사랑이 개인과 지역 공동체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 주는지에 대해서도 섬세하게 그리면서 사랑은 생명을 자라게 하고, 나아가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서정적인 그림책,
주면 줄수록 커지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유산!
세월이 흘러 많은 것이 변해도 초록빛 생명을 향한 애정 어린 눈빛, 다정한 손길, 꾹 참고 기다리는 마음처럼 오래도록 변치 않는 굳건한 것들이 있다. 『사랑을 주면 줄수록』은 비록 손에 잡히진 않지만, 오랜 시간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 나가는 나무처럼 한결 같은 모습으로 늘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랑’의 여러 가지 모양을 재조명한다.
작품 속 아이들은 모두 가족의 아낌없는 사랑 안에서 자라고,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기꺼이 더 많은 모두와 나눈다. 그 대상은 때론 도토리나무이고 때론 또 다른 가족 구성원이며, 종국에는 이웃들로 확장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면 줄수록 커지는 사랑의 본질을 몸소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사랑’이라는 이름의 유산은 가족이라는 작은 공동체를 뛰어넘어, 지역 공동체로 널리 퍼져 나간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 환한 도토리 숲이 펼쳐진다. 옛날 옛날 한 옛날, 할머니와 아이가 살던 넓고 넓은 들판에는 나무 몇 그루가 전부였지만, 시간이 흘러 사랑이 사랑을 낳고 그 사랑이 또 사랑을 낳은 터전에, 이젠 도토리나무들이 빼곡히 자리 잡은 것이다. 두 작가는 이러한 묘사를 통해 사랑이란 주면 줄수록 커지는 것이며, 주어도 주어도 끝없이 샘솟는 것임을 명징하게 보여 준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가장 성숙한 형태의 사랑을 할 것을 제안한다. 그건 바로 주는 행위로서의 사랑이다. 주면 줄수록 커지는 사랑, 주어도 주어도 샘솟는 사랑. 그러니 이 책을 읽는 모두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