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첫 장의 중요성 - 학습, 벗, 군자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 베풀라: 인
구태환 교수는 『논어』의 첫 편인 「학이(學而)」의 첫 세 문장을 들어, 공자 사상의 요체를 해석한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않은가?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면 또한 군자답지 않은가?” 이 세 문장에는 각각 ‘학습’, ‘벗’, ‘군자’라는, 공자 사상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가 먼저 제시돼 있다. 즉, ‘학습’하고 ‘벗’과 교유함으로써 공자가 추구했던 것이 이상적인 인간인 ‘군자’라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
『논어』에는 ‘군자’라는 용어가 최소 107회 등장한다. 이처럼 많이 등장했다는 것은 그것이 갖는 공자 사상에서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논어』에서 ‘군자’는 원래 지배층이라는 신분을 가리켰고, 공자가 이들 지배층에게 지배층다운 덕목을 갖추도록 요구한 것은, ‘~다움’이 실현되지 못한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공자의 군자론은 정명론과 연결되어 도덕적 인격체로서의 군자상을 제시한다. 지배층으로서의 군자가 가져야 할 덕목으로서 옳음을 강조한 공자의 언급은 『논어』의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천하의 일에 대한 군자의 자세는 반드시 해야 할 것도 없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될 것도 없으며, 옳음과 함께할 뿐이다.”(「이인」)는 언급에서도 옳음을 강조했다. 그럼으로써 그가 추구하는 지배층다움의 정점에는 ‘성인(聖人)’이 있다. 성인군자라는 말이 있듯, 이상적인 군자상을 일컬어 성인이라 했다.
공자의 교육은 사회를 이끌고 갈 지배층의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공자는 바탕을 중시했고, 인간이 갖춰야 할 바탕을 ‘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배층다운 덕목의 하나인 ‘인(仁)’을 어떻게 봐야 할까. 공자는 ‘인’이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명확하게 정의한다. ‘인’은 인간에 대한 사랑, 즉 ‘인간 사랑’, 혹은 ‘사람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인’을 ‘인간 사랑’이라고만 정의하지는 않는다.
또한 ‘인’에 관한 다양한 정의가 있는데, 그중 ‘사람다움’이라고 정의한 김교빈과 ‘사람의 씨앗’이라고 정의한 전호근의 정의를 주목할 만하다고 저자는 본다. ‘인’은 ‘인간 사랑’, ‘사람다움’, ‘사람의 씨앗’ 등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는데, 이들은 각각 ‘인’의 여러 측면 가운데 하나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논어』에 등장하는 ‘인’은 경우에 따라 사람을 사랑하는 것, 사람다움, 사람의 씨앗으로 달리 해석할 수 있다. 이 셋을 혼합하여 설명하자면,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 사람다운 태도이며, 그러한 인간에 대한 사랑이 바로 사람이 될 수 있는 씨앗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2,500년 전 군자의 모습에서 현대의 민주주의적 태도를 엿보다
저자는 이러한 군자의 모습에서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민주주의의 일면을 발견한다. 다양한 입장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사회 운영을 위한 협의는 필수적인 것이다. 물론 어떤 이는 이런 방식의 협의를, 하나의 강력한 독재자에 의해 작위적으로 하나가 되어 나아가는 방식에 비해, 비효율적인 것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사회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하게 되고, 그러한 협의 과정을 거친 결론은 그에 들인 노력과 시간만큼 강력한 것이 된다.
2,500여 년 전의 공자가 말한 ‘군자’의 모습에서 현대의 민주주의적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