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는 14∼15세 때 형과 함께 주돈이에게 수학하였고, 18세 때 인종仁宗에게 상서上書하여 왕도王道에 대해 진언하였다. 27세 때 정시廷試에서 낙방한 뒤로는 다시 과거에 응시하지 않았다. 소옹邵雍을 방문하여 ≪주역周易≫을 해설하면서 도를 논하였고, 장재張載를 만나 도학道學을 논하였으며, 관중關中으로 가서 학자들과 학문을 토론하였다. 정이는 낙양성洛陽城 남쪽에 이천서원伊川書院을 세워 저술활동을 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이곳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이천학파伊川學派를 형성하였다.
철종哲宗이 즉위한 뒤 서경西京 국자감國子監 교수敎授에 임명되었으나 사양하였고, 1086년 비서성秘書省 교서랑校書郞에 제수되어 태황태후를 알현했으며, 이듬해 수렴청정垂簾聽政에 대해 상소上疏하였다. 정이는 당시 대립하던 촉당蜀黨ㆍ삭당朔黨으로부터 공격을 당하여, 1090년 부친상을 이유로 사직하고 귀향하였다. 1094년 철종哲宗이 부친인 신종의 신법新法 계승을 추진하면서, 정이는 신법을 반대한 간당奸黨으로 지목되어 축출되고 유배되었다. 정이는 유배생활 중에 ≪주역≫에 전심하여 1099년 ≪역전易傳≫을 완성하였다. 1102년 신법을 다시 시행하면서 간당으로 지목되었으며, 1103년 탄핵을 당하여 물러나 은거하다가 1107년 집에서 졸卒하였다.
이들 형제는 이학理學을 위주로 하는 낙학洛學을 성립하였고, 이들의 낙학이 신유학을 집대성한 남송南宋의 주희朱熹로 이어지게 되었다. 곧 주자학의 연원은 이정의 학문과 사상에 있다 하겠고, 그들이 저술한 ≪이정전서二程全書≫는 주희의 ≪주자전서朱子全書≫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책이다.
≪이정전서≫의 구성과 내용
≪이정전서≫는 이정二程 형제가 저술한 ≪문집文集≫, ≪경설經說≫, ≪역전易傳≫ 및 후인들이 수집하여 편찬한 ≪유서遺書≫, ≪외서外書≫, ≪수언粹言≫ 등을 모두 수합하여 간행한 책이다. ≪유서≫는 주희가 이정의 어록을 편찬한 것이고, ≪외서≫는 주희가 ≪유서≫를 편찬한 뒤 누락된 것을 수습하여 편찬한 것이다. ≪수언≫은 이정의 문인 양시楊時가 이정의 어록을 정정訂定한 것을 남송 때 장식張栻이 새로 편집해 만든 책이다. 내용은 ≪유서≫ 및 ≪외서≫와 유사하나, 이정의 어록 중에서 중요한 내용을 뽑아 주요 주제별로 분류해 놓음으로써 이정의 학술과 사상을 주제별로 이해하는 데 편리하다. ≪역전≫은 정이가 저술한 ≪주역周易≫에 관한 주석서로 정이는 이 책을 저술한 뒤 문인들에게조차 공개하지 않고 70세까지 수정하려고 하였으며, 노년에 문하의 제자들이 청한 뒤에야 보여주었다. 양시의 〈발어跋語〉에 의하면 이 책을 문인 장강張絳에게 주었는데, 장강이 곧 죽어 원본이 없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양시가 여러 사람이 전하는 것을 모아 다시 교정했다고 한다. ≪경설≫은 정호와 정이의 경전에 관한 설이 경전별로 분류되어 있는 책인데, 누가 어떻게 편찬했는지는 자세하지 않다. ≪문집≫은 이정의 시문집으로 시詩, 표表, 소疏, 서書, 기記, 제문祭文, 행장行狀, 묘지墓誌 등이 실려 있다.
한중일 최초 완역 도전! 이정二程연구의 새 지평地平을 열다
조선시대 학자들은 송대의 성리학, 그중에서도 정주학程朱學을 위주로 하였다. 처음에는 주자서朱子書를 위주로 학습하였지만, 주자학에 대한 이해가 심화되면서 그 연원인 정자程子의 학문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연구가 이루어져 조선후기에는 ≪이정전서≫의 글을 유형별로 분류한 ≪정서분류程書分類≫와 같은 의미 있는 책이 편찬되기도 하였다. 이는 곧 이정의 학문을 체계화시킨 노력으로, 이 시기 조선 성리학의 수준이 더욱 심화되어 이정의 학문을 주체적으로 수립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정전서≫는 조선시대 학계에 미친 영향이 ≪주자전서≫ 다음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에는 이정의 학문과 사상에 대한 연구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이정전서≫에 대한 번역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 학문과 사상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자서朱子書는 물론 이정서二程書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정전서≫의 완역은 한중일을 통틀어 처음 이뤄지는 것으로, 모두 번역되면 이정의 학문과 사상을 한 자리에서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연구자들에게 종합적인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 한국학 및 동아시아학의 문학, 역사, 사상, 경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에 유익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경학 전공자로서 관련 고전들을 다수 번역해 온 역자들의 협동 연구번역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역주 이정전서≫는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가급적 현대적인 표현을 사용하였으며, 상세한 역주를 달아 전공자들이 이용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도록 하였다.
이번에 발간되는 ≪이정전서 6≫은 ≪경설經說≫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역설易說〉, 〈서해書解〉, 〈시해詩解〉, 〈춘추春秋〉, 〈개정대학改正大學〉, 〈논어설論語說〉, 〈맹자해孟子解〉를 수록하고 있다. 이정 경학經學의 핵심을 담고 있는 부분인 만큼 이정의 경학 사상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는 필수 불가결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