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목적으로 하는 사랑은 이승우가 제시하는 사랑이며,
그의 소설이 보여주는 사랑의 가능태이다”
-문학, 질문 불안, 구원 그리고 사랑의 계보
사랑이란 단어에서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모습은 이성 간의 애정이다. 저자는 그러나 이승우 작가가 “연애의 범속성을 오히려 낯설어 한다”고 말한다. 이승우의 작품 세계에서 사랑은 그리움과 애절함으로 출발해 동시에 증오와 한(恨)과 고난은 물론 성스러움까지 껴안은 것이며, 평행이 아닌 수직적 권위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덧붙인다. 이 복잡다단한 ‘사랑’의 실체를 얻기 위해서는 작품들의 여로를 하나하나 짚어봐야 한다.
1부 〈사랑에 대한 질문〉에서는 이승우의 사랑 3부작, 『사랑의 전설』 『사랑의 생애』 『사랑이 한 일』을 중심으로 왜 이 이 책의 연구 목적이 ‘사랑’에 있는지 살펴본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대개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사랑에 굴복한다. 『사랑의 전설』은 사람의 사랑이 불가능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는 불행한 예감을, 『사랑의 생애』는 ‘우월감’이라는 동력을 통해 사랑을 흩뜨려놓는 과정을, 『사랑의 전설』은 사람의 애정과 에로스적 욕망에 항복하는 서사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 이해할 수 없는 작중인물들의 고뇌가 “사람이 사랑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사람 속으로 들어와서 사는 것”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덧붙인다. 사랑이라는 불가항력의 감정에는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다. 이 억압적 사랑을 신화화하는 것이 작가 이승우 작품 속 굵직한 양상임을 밝혀낸다.
2부 〈욕망과 불안의 사랑〉은 타락한 세상에 가지게 되는 인간의 욕망과 불안을 상기한다. 『내 안에 또 누가 있나』 『목련공원』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등에서 나타난 속세와 성(性)에 주목한다. 이승우의 작품들 속 성과 욕망의 관계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소설에서 어둡게 작용한다. 이때 욕망은 감성적 외로움뿐 아니라 육체적 외로움, 즉 성욕에 그 기반이 있고 “고통스러운 쾌락”과 죄의식이 동행한다는 점을 포착한다. 이 불안한 고통이 이승우 문학의 출발점이고, 구원의 문제가 소설의 목적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이승우의 작품 속 성과 사랑은 다정하게 이웃해 있을까. 3부 〈사랑, 내려오다〉에서는 둘이 멀리 떨어져 있으며 그 비극으로 인해 소설이 탄생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를 예시로 성과 사랑이 작품 속에서 싸우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 배경에는 “성은 극복되어야 하는 어떤 것이며, 사랑은 그보다 숭고한 것이리라는 잠재의식 가운데에는 이미 종교적 초월성이 내재해 있”음을 시사한다. 「마음의 부력」 「허기와 탐식」 「야곱의 사다리」와 같은 단편소설과 함께 읽으며 이 사랑의 지향점은 결국 구원임을 강조한다.
“사랑이 괴로울 수밖에 없는 것은 사랑이 불가능한 것을 욕망하게 하기 때문이다”(이승우, 『사랑의 생애』). 그러나 괴롭다고 멈출 수도 없다. 저자의 전언처럼 “사랑은 사람을 지독히 사랑하는 존재”여서, 작가 이승우에게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늘 따라붙는 필생의 명제이기 때문이다. 신성함, 기이함, 타락, 마성, 구원과 같은 다양한 측면들을 가진 이승우의 작품 그리고 저자의 혜안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사랑의 진가를 확인하는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