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찾다
의사이자 작가인 다니엘 드레이크는 여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여행은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좋은 예방약이며 치료제이자 회복제이다.” 무엇이든 빨라지는 게 발전이라 여기는 세상에서 느림의 미학이 빛을 발하는 때가 있다. 특히 여행이 그러하다. 멈춰야만 보이는 것들, 그리고 떠나야만 보이는 것들을 찾아내기에 여행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일상에서 벗어나 느리고 느긋하게 그 모든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자신을 돌아본다. 때로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여행은 자신을 충전하여 다시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고. 그냥 가서 먹고 놀기 위한 시간이 아니다. 자신의 안목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가르쳐주는 훌륭한 스승이며, 열심히 일한 자신을 충전하는 일이다.
숲이 좋고 식물이 좋고 나무가 좋아 틈만 나면 떠난다는 저자는 백두대간 책임강사, 숲체험 책임강사, 산림교육전문가 등 다양한 일을 해왔다. 특히나 지리산에서 시작된 나무와의 인연은 여행의 시작점이 되었다. 끊임없이 자연에 관심을 갖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으며 그의 여행은 점차 풍부해졌다.
저자는 혼자 떠나는 여행을 즐긴다. “자연의 세계로, 미지의 세계로, 누구의 간섭도 제재도 없이 처음 접하는 세상에 온몸과 마음을 맡기고 근심에서 벗어나 해방감에 취하는 것이다. 혼자 하는 여행은 계획도 준비도 필요 없다. 목적도 목적지도 필요 없다.”(36쪽) 이처럼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나만의 생각에 빠질 수 있는 자유로움을 즐기는 것이다.
하지만 홀로 떠난 길 위에서도 늘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 햇볕을 좋아하는 소나무도, 우리에게 아낌없이 나눠주는 참나무도, 새나 짐승에게 소금을 주는 붉나무도, 이름 모를 새들도, 갈매기도, 그리고 벌레들도, 모두 여행의 소중한 인연들이다. 산과 길, 숲,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는 여행의 묘미이자 삶의 힘, 더 나아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는 이 책에 “평생 자연과 함께 살아온 그의 진심이 담겨 있다”고 평했다. 나무와 풀, 이름 없는 암자,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정 많은 눈으로 꼼꼼하게 살피며 여행하는 모습 때문이다. 다양한 지식과 섬세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풀어낸 여행길은 그 산, 바다, 숲, 식물, 길, 사찰의 사연까지 아우르며 깊이를 더한다.
저자는 되뇐다. 여행은 소파 위에 있지 않다, 가슴 떨릴 때 떠나자. 바빠도 때로는 멈추고, 때로는 떠나보자. 발길 닿는 곳으로, 자유롭게. 집 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가 여행이다. 여행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는 저자처럼 잠시 멈춰 발길 닿는 대로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 여행을 통해 저마다 다른 삶의 원천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