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뻑 젖는 기쁨을 아는, 체육관의 철학가들을 위하여!”
★★★〈에스콰이어〉 〈뉴요커〉 2022 최고의 논픽션★★★
★★★〈뉴욕타임스〉 〈가디언〉 〈타임〉 추천★★★
“위대한 철학의 태초에는,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는 사상가들이 있었다!”
정신과 육체 모두를 구원하는 성스러운 배설,
‘땀’에 관한 가장 농밀한 이야기
고대 그리스의 한 경기장, 최후의 승자인 선수가 승리를 만끽하고 퇴장하자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들은 긁개 같은 도구를 쥔 채 사방에 흩뿌려진 선수의 땀을 긁어모으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역 체육관에는 광고가 붙는다. “이번 경기 우승자의 글로이오스gloios를 판매합니다.” 의료 목적으로 사용되었던 글로이오스는 꽤 비싼 값에 거래되었는데, ‘탁월함을 향한 매진’을 뜻하는 아레테arete의 정수가 그 안에 깃들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데오도런트로 감추고 수건으로 닦아냈던 땀의 위상이 이 정도였다니, 놀랍지 않은가? 이는 GOATThe Greatest Of All Time라는 수식어로 운동선수를 숭배하는 지금의 모습과 얼추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들이 믿었던 대로 땀은 정말, 정신과 육체 모두를 구원할 성스러운 배설이었던 걸까?
“새로운 과학 글쓰기의 전범을 보여주는 작가”로 칭송받는 칼럼니스트 빌 헤이스의 신작 《스웨트》는 위대한 인간을 완성시키는 땀과 인간의 가장 건강한 방식의 유희인 운동을 엮어, 가장 원초적이고 육감적인 역사를 소개한다. 작가는 피트니스 센터에 담긴 고대 그리스 의학부터 자전거와 여성 참정권의 상관관계, 달리기로 분비된 엔도르핀이 뇌에 미치는 영향과 보디빌더의 시초까지 세상 모든 역동의 기원을 한 권에 집약해 놓았다. 이 책은 도서관의 운동광이라면 단숨에 매료될 만한 체육관의 박식한 철학가들을 차례로 우리 눈앞에 등판시킨다.
인간의 역사에 운동이 없었던 순간은 없다 - 가장 육감적인 역사서
작가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땀을 닦다 불현듯 운동에 미쳐 있는 자신과 사람들을 보고 생각한다. “언제부터 인간은 이렇게 운동해 왔을까? 스스로 선택한 근육통이, 어떻게 유희와 취미가 된 것일까?” 불현듯 생겨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그는 도서관으로 직행한다. 그렇게 집어 든 책, 이탈리아 의사 지롤라모 메리쿠리아레Girolamo Mericuriale가 집필한 최초의 종합 운동 연구서 《체조술De arte gymnastica》로부터 그의 ‘운동’ 탐험은 시작된다. 인류가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땀이 인간에게 선사한 희로애락을 탐색하던 그는 고대 그리스를 여정의 시발점으로 삼는다.
책은 최초의 올림픽에서부터 르네상스 시대의 펜싱, 근대의 체조와 현대의 보디빌딩, 최근의 ‘팬데믹’ 체육관까지 운동에 시선을 고정한 채 시대의 흐름을 빠짐없이 다룬다. 운동을 그리 환영하지 않았던 중세 시대에도, 보통의 서민은 춤을 추고 귀족은 검투 연습에 힘썼다고 작가는 적는다. 이처럼 작은 발자취도 빼놓지 않고 쫓는 작가의 집념 덕분에 우리는 중요한 역사의 순간마다 운동이 어떤 역할을 해냈는지 실감 나게 목격하게 된다. 고대 라커룸이든 그리스 유적지든, 도서관이든 체육관이든 책은 땀에 흠뻑 젖은 인간의 위대함을 빠짐없이 포착해 낸다.
조예 깊은 철학가들이 열광한 운동들 - 가장 똑똑한 운동서
역사 속 저명하고 위대한 철학가들 모두, 신체 단련과 정신 수련의 팽팽한 긴장을 잘 조율하는 인간이야말로 박학한 사람이라 칭송했다. 정신과 신체, 그 어느 쪽에도 과하게 기울어진 상태가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체조술》을 집필한 메리쿠리아레는 “진정한 건강은 결코 편안함과 양립될 수 없다”고 적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말했다. 서양 의학의 선구자 히포크라테스는 먹는 것만으로 건강을 유지하려는 사람에게 “달리기가 지겨워진 사람은 씨름을, 씨름이 지겨워진 사람은 달리기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고,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은 “하루에 2시간은 운동에 할애해야 하며, 이는 날씨와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작가 빌 헤이스는 이처럼 역사 속 지식인들의 결기를 문장으로 남기는 한편, 자신이 직접 목격한 박식한 운동가들의 모습 또한 빠짐없이 책에 기록한다. 신경의학·뇌과학 분야 전문 교수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박사는 혼자의 힘으로는 뭍으로 나오기 어려운 시점까지도 꿋꿋하게 수영을 했고, 평생 여성과 소수자의 권익을 위해 헌신한 미국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는 81세의 나이에 매일 20개씩 팔굽혀펴기를 했다. 이들을 통해 우리는 고고한 정신을 지키기 위해 최우선으로 갈고 닦아야 할 것은 견고한 신체라는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 이처럼 책에는 근육이 주는 기쁨을 아는 사람이라면 격하게 공감할 만한 잠언들이 곳곳에 채워져 있다.
한 편의 소설 같은 매력적인 르포 - 가장 드라마틱한 논픽션
작가는 장마다 개인의 운동 에피소드와 추억 가득한 장면에 역사 ‘덕후’다운 자신의 연구 지식을 세밀하게 녹임으로써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그는 호수에서 휴가를 보내던 장면으로 시작해 수영으로 생겨난 몸의 움직임을 해부학적으로 설명하고, 복싱 강습을 듣던 날들의 일기를 통해 복서들만 이해할 수 있는 강렬한 타격감과 고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독자는 짧은 소설을 읽는 듯하다가 새로운 역사적 사실에 눈을 뜨고, 고대 문서를 파헤치듯 읽어 내려가다가 고대 그리스 경기장에 당도하게 된다. 책에는 운동을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도,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도 모두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밖에 없는 생생한 묘사와 감정선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다.
모든 인간은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린다. 들고 뛰고 헤엄치며 흘리는 땀에 관해 다룬 이 책에는 신체와 정신을 함양한 인간이라면 꼭 체화해야 할 지식이 가득하다. 독특한 주제와 전에 없던 소재를 자랑하는 역사책을 찾는가? 역사의 흐름을 담은 박학다식한 운동 책을 원하는가? 둘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더는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 움직이는 팔다리, 흐르는 땀, 단단한 근육과 이를 조종하는 멘털. 이 모든 작용의 배경과 기원을 육감적인 장면들로 풀어나가는 《스웨트》의 유려한 말솜씨에 금방 매료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