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인생,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할까요?”
노년의 정신과 의사와 장년의 정신과 의사가 전하는 나이 듦의 철학
바야흐로 100세 시대입니다. 팔십은 물론이고 구십을 넘어서도 일하는 사람을 볼 수 있지요. 누군가는 ‘노화의 종말’을 말합니다. 실제로 아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깨끗한 피부와 건강한 신체를 자랑하는 유명 CEO도 있지요. 하지만 이 부러운 노년의 삶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당연히 고민과 불안이 생길 수밖에요. 살림은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건강은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릴 수 있을지, 혼자 남아 외롭지는 않을지, 가는 길에 너무 폐를 끼치지는 않을지 등등.
생(生)이 길어졌다는 말은, 어찌 보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감내해야 하는 삶의 무게와 고민이 더해졌다는 의미도 될 테니까요. 게다가 길어진 노년의 삶을 걷기 시작한 사람이 늘어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입니다. 그런 만큼 처음 맞이하는 긴 여생이 막막하고 두렵기도 하겠지요.
이 책 《나이 듦을 받아들일 때 얻는 것들》은 이러한 고민과 불안을 나눌 수 있는 다정한 책입니다. 70년간 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한 아흔두 살의 나카무라 쓰네코 선생님과 한창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쉰네 살의 현역 정신과 전문의 오쿠다 히로미가 함께 풍요의 시대에 나이 드는 것이 불안한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조언을 대화 형식으로 담아냈습니다. 두 사람의 따뜻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대화는 노화, 고독, 관계, 죽음 등 노년을 앞두고 불안을 쉽게 떨치지 못하는 중장년층 및 노년층에게 지금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더욱이 노년 생활을 즐기는 나카무라 선생님의 노하우가 담긴 칼럼과 본문에 삽입된 명화는 책의 메시지를 한층 더 풍부하게 전달하며 책 읽는 재미를 높여줍니다.
“나이 드는 것을 부정해 봤자 불행해질 뿐이에요.”
나이 듦을 받아들일 때 얻는 것들
누구에게나 ‘나이 드는 것’은, 그리고 ‘나이 든 삶을 산다’는 것은 회피하고 싶은 일입니다. 점점 삶의 끝으로 간다는 의미와도 같으니까요. 하지만 그 또한 우리 삶의 일부입니다. 두려워하고 불안해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니 나이 듦을 받아들이고, 현재의 삶을 꾸려가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얻게 되는 것이 많아지고, 한층 더 풍부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이 듦을 받아들일 때 얻을 수 있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1. ‘자유로움’입니다. 나이가 들면 사회적, 정서적 역할뿐만 아니라 나를 옭아매는 욕심에서도 점점 자유로워집니다. “나이가 들면 조연이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젊은 세대의 힘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습니다.”
2. 삶을 관통하는 ‘통찰력과 회복력’입니다. 상처를 받아도 그 또한 지나간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요. “상대를 바꾸려고 하거나 남의 마음을 움직여 상황을 바꾸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고민은 줄어듭니다.”
3. ‘시간 활용성’입니다. 자신의 취미와 관심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습니다. “자녀들이 크면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취미 활동이나 자원봉사를 할 수 있지요.”
4. ‘자율성과 독립성’입니다. 보다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내 삶을 결정하며,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영향받지 않고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젊음이나 아름다움에 얽매이지 않아서 편하지요.”
5. ‘공헌의 역할’입니다. 책임감이나 압박에서 벗어나 편하게 일하고, 아낌없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지요. “중심 세대를 받쳐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내일의 걱정과 어제의 후회는 이제 그만!”
오늘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의학과 생활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조금 더 젊게, 더 많은 것을 누리며, 활동적으로 노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축복입니다. 하지만 이 축복이 영원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이보다 젊게 사는 걸 동경하고, 안티에이징으로 세월을 미루려고 합니다. 이렇게 젊음에 집착하다 보면 노년의 삶을 받아들이기가 더 힘들어질 뿐입니다. 기술은 우리의 노화를 조금 늦춰줄 뿐 영원히 살게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언제고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는 삶을 살지 못하는 때가 옵니다. 그렇다고 인생이 끝인 걸까요?
아닙니다. 지금의 삶은 지금의 삶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젊었던 지난날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도, 더 나이 든 나를 떠올리며 두려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지금 여기, 내가 속한 이 시간과 공간 속에 살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지금 여기’의 삶을 살면, 나다움을 지키면서 자연스럽게 나이 드는 삶에도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 모두, 긴 노후는 처음입니다. 아무래도 처음 걷는 길이니만큼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으는 일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나이 듦을 받아들일 때 얻는 것들》은 바로 그러한 시작점입니다. 노년의 삶에 대한 하나의 ‘길잡이’로서 잠시 숨 고르기가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이정표이자 용기를 가지고 현재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