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감과 유대감의 힘
학교에 가져갈 수집품이 없어 속상해하는 로렌스에게 아빠는 조언이나 설명보다는 “그랬구나”라며 공감부터 해준다. 그리고는 특별한 로렌스에게 꼭 맞는 특별한 수집품을 찾을 만한 곳이 있다며, 다음날 로렌스와 함께 숲으로 향한다. 갑자기 굵은 비를 만나면서 아빠와 헤어진 로렌스는 두려움에 울기보다는 옆에 든든하게 서 있는 큰 나무를 발견하고 인사를 건넨다. 그때 인사라도 하듯 바람에 흔들리며 떨어지는 작은 단풍잎에 로렌스는 온 마음을 빼앗겨버린다. 자연에 동화되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숲의 마법을 느끼는 순간이다.
로렌스가 아빠와 다시 만났을 때, 아빠와 헤어졌을 때 느꼈을 두려움보다는 자연 속에서 자신이 직접 찾은 특별한 수집품에 대해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장면은 앞서 로렌스가 자신의 수집품이 없어 침대에서 우는 모습과 대비되면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부모와의 유대감이 얼마나 중요하며, 부모의 역할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잘 그려주고 있다.
요즘에는 아이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좌절감을 느낄 때, 먼저 공감해주고 함께 해결방법을 모색하기보다는 부모의 기준으로 상황을 해석하여 직접 해결해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먼저 공감해주고, 주저하기보다는 행동으로 해결하려는 점, 또 직접 해결해주기보다는 한 발짝 떨어져서 로렌스가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로렌스 아빠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다.
★ 자연과 가을 숲의 마법
우리가 힘들거나 어려울 때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라고 생각할 때, 이 책은 ‘자연 속에서 주위를 둘러봐. 그리고 편안함과 넉넉함을 느껴봐, 또 숲의 장엄함에 힘입어 용기를 내봐’라고 조언을 건네는 거 같다. 아빠는 자신의 수집품이 없어 속상해하는 로렌스의 손을 잡고 함께 숲으로 향하는 모습에서 자연 속에서 로렌스만의 특별한 수집품을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느껴진다. 숲속에서 갑자기 만난 소낙비로 아빠와 헤어졌을 때도 로렌스는 두려움에 울기보다는 주위 숲을 둘러보고 큰 나무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그 순간 큰 나무는 로렌스에게 작은 단풍잎은 떨어뜨리며 인사를 건넨다. 로렌스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자신만의 특별한 수집품을 발견하고, 가을 숲의 아름다움에 빠지고 만다.
자신만의 수집품을 모은 로렌스는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며 자신의 수집품을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모습에서 자신감 넘치는 로렌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이제는 아빠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가을 숲으로 향하는 로렌스와 친구들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 책에서 작가가 선사하는 아름다운 가을 숲의 모습은 이 책을 읽는 아이들로 하여금 로렌스처럼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호기심과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 따뜻하고 섬세한 ‘더그 살라티’의 그림
이 책은 2020년 에즈라 잭 키츠 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2023년 칼데콧 대상 수상 작가인 더그 살라티가 그림을 그린 작품이다. 특히 매튜 파리나의 부드러운 이야기 구조와 살라티의 따뜻한 수채화 느낌과 부드러운 연필 선의 조화는 만화 같은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전체적으로는 따뜻한 느낌의 노란색과 녹색, 파란색과 갈색의 조화는 로렌스의 감정 상태와 이야기 전개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 등장하는 학교의 모습은 전반적인 따뜻한 노랑의 느낌이며, 자신의 수집품이 없어 로렌스가 속상해서 우는 장면에서는 차츰 갈색의 느낌이 더해지고 진해진다. 아빠와 함께 숲속에 들어갈 때는 어두운 녹색을 사용함으로써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담고 있다. 또한 갑자기 소낙비가 내려달리는 아빠의 뒤를 쫓아갈 때와 아빠를 놓쳐 비 오는 숲속에 홀로 남게 된 로렌스의 모습에서는 어둡고 짙은 녹색과 갈색의 펼침면 화면을 연이어 구성함으로써 이야기의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한층 따뜻한 연두와 녹색, 주홍색으로의 색 변화와 화면 한쪽을 든든하게 차지하고 있는 큰 나무 아래 서 있는 로렌스의 모습에서 해소된 긴장감과 더불어 여유롭고 평화로운 느낌을 온전히 전해주고 있다. 이어 화려하고 커다란 단풍잎에 둘러싸여 있는 로렌스의 밝은 모습은 기쁘고 뿌듯하며 자신감에 차 있는 감정의 상태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따뜻하고 섬세한 작가의 그림은 아빠와의 유대감, 자연의 장엄함, 가을 숲의 아름다움을 훌륭하게 표현해주고 있고,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가을 숲의 아름다움, 로렌스의 성장 이야기에 몰입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으며, 함께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하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그대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