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가 꼭 나쁜 걸까?
비교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파헤치다
부글부글 끓는 속을 안고 한 번쯤 이런 말을 해 본 경험이 있을 거다.
“비교 좀 하지 마!”
인간 세상에서는 ‘비교’가 갈등의 불씨가 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우진이는 이번에 의대 합격했다네. 누군 자식 복도 많아.”
“민수 여친 스타일 귀엽던데. 너도 그렇게 좀 입어 봐.”
“은희 아빠는 주말마다 애들 데리고 여행 다닌다더만!”
그래서인지 ‘비교한다’는 말을 들으면 불편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인생의 빅데이터에서 도출된 조건반사적인 거부 반응일 거다. 비교 끝에는 상처만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이쯤 되니 ‘비교’는 공격(?)을 위한 무기로 여겨질 지경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 상처는 ‘사람’이 준 것이다. 비교 자체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비교가 태어날 때는 자신이 공격 무기로 쓰일 줄 전혀 몰랐을 거다. 나쁘게 쓰는 건 사람이니 좀 억울할 만도 하다.
사실 비교는 잘만 사용하면 이해하기 힘들었던 개념, 정의, 주장 등을 훨씬 명료하게 드러내는 긍정적 기능을 가진다. 사고를 확장하는 데 그만큼 좋은 도구도 없다. 비교는 면밀한 관찰을 필요로 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비교 대상 사이에 의외로 흥미로운 관계가 드러나기도 한다.
비교는 가치중립적이다.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선의 도구인지 악의 도구인지 달라지는 칼처럼 비교 역시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뿐이다. 그러니 비교를 무조건 ‘나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활용하지 않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다.
인물, 개념, 사물, 이론, 사회 현상, 가치관…
경계를 넘나드는 사고 끝에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저자는 비교가 ‘가치중립적인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합한 대상에 적용했을 때, 자기 능력을 십분 발휘한다’고 말한다. 이런 능력을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비교는 공격용 무기가 아닌, 나만의 삶을 가꿔 줄 유용한 도구가 된다. 이 책의 탄생 이유는 여기에 있다. 비교에 대한 오해를 풀고 어떻게 하면 비교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모두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하는 마음, 여기에 더해 비교를 통해 ‘사유’가 가진 소중한 가치를 상기시키고 싶은 마음이 출발점이었다.
시대의 암울함 때문인지, 눈빛에서 총기를 잃어버린 사람이 많다. 미래가 캄캄하니 현재를 가꿀 열정조차 사라져 버린 걸까. 초점 없는 눈동자로 기대 없는 하루를 시작하고 정해진 일과를 꾸역꾸역 끝마치며 알고리즘 추천 숏폼을 보다가 낄낄거리며 잠드는 일상.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어느샌가 우리 사회에는 깊이 있는 생각이 흐려지고 폭넓은 사고가 부족해졌다. 사유의 가치를 되새기는 일이 절실한 이유다. 물론 단번에 모든 걸 바꿀 수는 없다. 연습이 필요하다. 면밀히 관찰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세상에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은 비교하는 과정과 다름없으며 비교가 제 능력을 발휘할 때 나타나는 효과이기도 하다.
이 책 《비교리즘》은 Phase 1부터 3까지 총 세 장으로 구성되었다. ‘Phase(단계)’라는 단어에서 추측할 수 있듯, 사고가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심화되는 과정을 나타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어려운 소재를 다루지는 않는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사랑과 머리카락, 좀비와 나, 판단과 이해, 혐오와 연대 등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면서도, 또 그렇기 때문에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던 대상들을 비교하며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비교 대상을 고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는 저자의 노력이 헛되지 않을 만큼 일상에 밀접한 소재들이다.
다양한 소재의 경계를 넘나들다 보면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 열린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비교에 대한 색안경을 벗으면, 삶에 힘이 되는 도구를 손에 쥘 수 있다. 생각을 확장하고 스스로 질문하는 힘. 그건 비교가 안겨 줄 영원한 지적 자산이다. 독자분들이 ‘비교’라는 강력한 도구를 들고 매일 조금씩 삶을 사유하는 연습을 해 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첫걸음에 이 책 《비교리즘》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