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과 춤 작가들과의 만남을 기록하다
수십 년간 한국 무용계에 몸담아 온 저자가 언제나 귀 기울였던 것은 춤 현장에서 들려 오는 소리였다. 현재 어떤 발레 작품이 어떤 시도를 통해 어떠한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는지, 춤축제들이 지역에서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떤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는지, 한국의 무용가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으며 그 고민을 자신들의 춤에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 등을 때로는 춤의 현장에서, 때로는 무용인과의 대화 자리를 통해 직접 보고 들었다. 이 책은 그렇게 기록된 10여년간의 현장 비평 및 칼럼을 한데 엮어 낸 생생한 춤 현장, 그리고 춤 작가들의 기록이다.
국내 무용계의 발전은 대규모 발레단뿐만 아니라 소규모 지역발레단, 묵묵히 현장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는 개인 등에 이뤄진다. 큰 규모로 이뤄진 시의성 있는 발레 작품부터 작지만 알찬 지역발레단의 다양한 시도를 망라해 소개하는 이유다. 또한 우리나라의 여러 춤축제 역시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데, 그중 부산국제즉흥춤축제는 해안이라는 공간적 특수성을 배경으로 자연환경을 마치 소품처럼 활용하며 지역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흥미로운 축제이다. 이러한 훌륭한 발레 작품, 멋지고 다채로운 춤축제는 무용가 개개인이 없으면 성립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책은 중견 및 신인 무용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춤인생을 따라가 봄으로써 한국무용이 흘러온 시간을 되짚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까지도 가늠해 본다. 그들 한 명 한 명의 끊임없는 노력과 고민이 있었기에 현대의 한국 발레가 우리 일상 가까운 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 숨 쉬는 예술 장르가 될 수 있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춤의 본질을 간직하며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고자
문화 환경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고, 서울 위주의 공연과 비평 문화도 지역무용계의 침체를 배가시켰다. 지역 무용학과의 위기와 공연계의 위축은 자연스레 현장 비평가의 역할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식하며 한국, 특히 지역의 춤 문화와 특성을 되짚어 본 후 한국의 무용계에 주어진 과제를 기술했다.
먼저 순수예술·극장예술 중심의 춤 문화에 대한 끊임없는 재고, 대중에게 다가가는 춤 문화를 만들려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 또한 시대적 변화에 따라 변모하며 춤의 고유한 가치를 지속적으로 전파하고, 현대의 삶과 함께하는 실용적인 모습을 갖추며, 젊은 예술인들이 사회 속에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안정된 환경 마련을 진지하게 모색해 나가는 것 역시 앞으로의 무용계에 남겨진 과제이다.
여러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담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춤 작가와 무용수들의 열정은 끊이지 않았다. 반면 이들에 대한 주목도는 대규모 발레단을 향한 시선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았기에 이 책은 그들의 활동을 들여다보고 기록하는 한편 한국 무용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성찰한다. 각각의 발레인들이 현재 몸담은 지역사회의 무용 문화 실태를 직시하고, 또 발레인으로서 개인의 역량을 발휘하며, 긍지를 가지고 지역 무용계와 문화계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더 나은 춤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춤_객석’은 개인 공연을 중심으로 한 단평과 간략한 현장 스케치 리뷰를 담았다.
2장 ‘춤_축제’는 부산에서 열린 축제와 무용제 등 연례적으로 행해진 행사들의 모습을 다각도로 조명하였다. 특히 부산국제즉흥춤축제의 경우 오랜 기간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며 해마다 성장하는 축제의 모습을 기록하고 의미를 되새겼다.
3장 ‘춤_대화’는 원로 및 중견 무용가, 그리고 무용제에서 수상한 젊은 안무가들과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글들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춤 작가들이 들려준 깊은 경험과 창의적인 도전들은 춤 비평가로서의 마음가짐을 되새겨 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4장 ‘춤_문화’는 발레에 관해 연재 형식으로 기고한 글로 무용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히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현장에서 체감했던 관객들의 마음을 담아 현대발레 감상에 필요한 전문 정보를 대중문화와 연계하여 들여다보았다.
5장 ‘춤_사회’는 부산예술정책위원, ㈔한국발레협회 부산경남지부 부지회장 등 지역에서 또 다른 사회적 역할을 겸하면서 대담 혹은 토론을 위해 준비했던 원고들이다.
이 글들은 춤 현장의 기록이면서 춤의 길이 향해야 할 방향을 성찰한 것이기도 하다. 그 길은 현재 진행형이기에 이 춤의 길 위에는 실패한 작품은 없고, 다만 아직 글로 연결되지 않은 춤의 언어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