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가 동시의 주인공?
드라큘라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이 떠오르나요?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밤에만 움직이는 괴물 같은 공포스러운 느낌일까요. 혹은 사람이 사는 세상과 동떨어진 곳에서 살아가는 다른 종족이라 여길까요.
〈드라큘라의 시〉는 드라큘라 아이의 외로운 마음이 가득한, 자전적 동시라 할 수 있습니다. 김개미 작가는 외로움에 관한 주제를 풀어냄에 있어, 흔히 접하지 못했던 드라큘라 아이를 주인공으로 설정했지요. 이것은 너무나 기발하면서도 적절했습니다.
나도 너처럼
눈이 둘이고
다리가 둘이야
너처럼 잠을 자고
식사를 해
옷을 입고
오늘 무얼 할까 생각해
너처럼 간절히 친구를 원하고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해
어제도 오늘도 나는 너와 같아서
오늘도 내일도 너에게 말을 걸 거야
나야, 창문을 열어 봐
- 〈다르지 않아〉 전문
어린 독자들은 〈드라큘라의 시〉를 보며,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드라큘라의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어떤 대상을 생각하지 않을 때 그것은 공포도 무엇도 아닙니다. 하지만 느끼고 의식하는 순간 큰 의미로 다가오지요. 그런데 ‘드라큘라’는 흔히 공포의 대상이건만, 여기서는 그저 외롭고 쓸쓸한 아이로 등장합니다. 김개미 작가는 일반적인 드라큘라의 이미지를 비틀어 낯설면서도 다른, 드라큘라의 이면을 생각하게 만들었지요.
동시를 보는 독자는 무서운 드라큘라가 아닌, 늘 혼자여서 외로운 드라큘라를 느끼게 됩니다. 보편적으로 떠오르는 겉모습이나 이미지가 아닌, 진실한 내면을 살피며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지요.
●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
드라큘라 아이도 꿈을 꿉니다. 무서운 꿈을 꾸지요. 하지만 소리치며 울지 않습니다. 달려와 줄 이가 아무도 없으니까요.
드라큘라 아이는 늘 혼자입니다. 아니, 사실은 혼자가 아니지요. 드라큘라 아이의 주변을 맴도는 유령과 거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큘라 아이는 그들을 보지 못합니다.
아무리 오래 이불을 덮고 있어도
따뜻해지지 않아
아무리 오래 밥을 먹지 않아도
죽지 않아
봄이 오고 꽃이 피어도
나하고는 상관이 없어
아름답고 멋진 시를 적어도
아무도 읽지 않아
- 〈흐린 날의 독백〉 전문
드라큘라 아이는 누군가 자신을 봐 주길 원하면서도, 늘 옆에 있는 유령과 거미를 보지 못합니다. 〈드라큘라의 시〉는 이러한 관계를 통해 외로움이란 단순히 물리적인 거리뿐만 아니라, 한 공간에 있어도 서로 마주 보지 못할 때 쓸쓸하고 슬픈 것임을 이야기합니다.
독자는 〈드라큘라의 시〉를 통해 자신의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제대로 바라본 적 없는, 낯선 친구 혹은 가족을 느낄 수가 있지요. 더불어 아무도 봐 주지 않아 외로웠던 자신의 마음을 위로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 경자 작가의 그림 이야기
1. 그림을 어린아이가 그린 듯 표현한 까닭이 있을까요?
드라큘라 아이의 외로움을 고독한 분위기로 표현하면 너무 무겁지 않을까 염려스러웠어요. 그렇다고 너무 가벼워도 동시 분위기를 해칠까 걱정스러웠습니다. 서로 다른 느낌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고민하다가,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느낌으로 표현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무서움은 익살스럽게, 가벼움은 순수함으로 느껴진다고 보았어요.
2. 그림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일까요?
이 책을 보는 독자가 어리다는 것을 고려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부분을 많이 생각했고, 그래서 만화책과 같은 구성을 떠올렸습니다. 눈동자가 없는 유령 및 눈이 여섯 개 달린 거미(실제로는 여덟 개가 맞지만요.) 등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3. 독자들이 꼭 알아봐 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드라큘라가 혼자인 채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지만, 사실은 이야기 속에서 내내 유령이 드라큘라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유령은 드라큘라가 자신을 무서워할까 봐 다가가지 못하는데, 용기를 내서 그 둘이 만난다면 이야기가 또 어떻게 흘러갈지 상상하면서 읽으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 김개미 시인이 전하는 동시 이야기
가끔 듣는 말 중에 ‘부정적 감정’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말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어요.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감정을 강요한다고 생각합니다. 외로움을 수치스럽게 여긴달까요. 외롭다고 하면 루저라고 하고, 밝음과 가벼움을 강요하는 것 같아요. 말도 안 되지요. 외로움은 무엇을 이루는 강력한 힘이기도 하니까요.
죽기 전까지 누가 외로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감정의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지도 모르는데 말이지요.
이 동시책은 외로움, 혹은 외로움의 무서움에 관한 책이에요.
감정의 강요가 폭력인 줄 모르는 사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외롭다는 것과 약하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외롭지 않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 감정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감당해야 하는 ‘상태’니까.
외롭지 않을 수는 없지만 외로움에 직면하는 태도는 달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에 〈드라큘라의 시〉가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