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제라는 단단한 굴레 속에서
어느 날 노비라는 신분에서 면천 받은 어린 소녀의 운명은?
이 소설은 1880년대 중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개화 정책과 갑신정변으로 신분제 폐지에 대한 요구가 나오기 시작한 격변하는 시대였지요. 지금 우리는 자유롭게 꿈꾸며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신분제로 인하여 꿈마저 마음대로 꿀 수 없었지요. 아니, 꿈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삶의 소박한 바람만 있을 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부모가 노비면, 그 자식도 노비로 살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이렇게 신분제라는 단단한 굴레 속에서 그 당시 청소년들은 어떤 꿈을 마음에 품고 살았을까요? 이 소설의 주인공 벼리 또한 부모님이 노비였기에, 노비의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주인 대신 수십 대의 물볼기를 맞고 죽음을 맞은 아버지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면천을 받게 됩니다. 그 당신 노비들에게 면천은 최고의 꿈이었지만, 어린 벼리에게 면천은 어머니 품을 떠나 홀로 세상에 남겨지는 두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그래도 자식에게만은 노비의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어머니는 어떻게든 살아내라는 말을 하며 벼리를 떠나보냅니다. 이제 홀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벼리는 어떻게 이 험한 세상 속에서 살아남게 될까요?
열다섯 소녀의 마음속에 몽글몽글 피어나기 시작하는 꿈
모든 노비의 꿈인 면천을 받았지만, 어린 벼리에게 면천은 기쁨보다는 홀로 세상에 내던져진 엄청난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홀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기만 했지요. 하지만 어머니의 당부대로 벼리는 살아내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지만, 현실은 버겁기만 합니다. 결국 벼리는 더는 갈 곳이 없어, 학당에 들어가게 됩니다. 벼리는 가장 막다른 곳인 학당에서 어떻게든 살아내니라 굳게 마음먹지요. 그곳에서 벼리의 작은 소망은 자기 밥벌이하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돈을 모아 어머니에게 드리는 것을 유일한 기쁨으로 여기고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천민의 신분으로 역관이 된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 일을 계기로 벼리는 통변가라는 꿈을 마음에 품게 됩니다. 그러자,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벅참과 떨림이 생기고 버리려 해도 버려지지 않은 꿈에 대한 열망이 벼리의 마음속 가득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벼리는 통변가라는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