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엽집의 일본 고대어와 한자는 한반도에서 간 것 아니다’
몇 년 전(2021.4.25.)에 작고한 이영희 교수가 지난 세기말에 문화적 충격을 주었던 난해한 만엽집(萬葉集)의 해설, 그리고 일본 고대어는 한반도에서 간 것이라는 국내 학자들의 주장에 우월감을 가졌던 한일 언어역사였는데, 그간의 인식을 깨는 주장, 즉 ‘만엽집의 일본 고대어와 한자는 한반도에서 간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오운홍의 『가야인, 나라 세우러 온 것 아니다』에서 나와 또 다른 충격을 주고 있다.
고대 한일관계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본다.
그는 책(pp.172-180)에서 고대 한반도의 동남부와 일본 규슈는 타밀어를 공유했다는 철 산업의 무역사를 근거로 제시했고, 당시 고급 한자는 야마토 왜의 천도를 준비하는 아스카 시대의 왜인들에 의해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참고로 아스카 시대 일본의 일식 기록 분석(박창범 교수)에 의하면, 야마토 왜의 근거지는 중국 남동해안과 대만 근방이라 한다.
‘대성동 57호분 여전사는 철 제품 수집상의 원팀이다.’
KBS 역사스페셜(2020.8.12.방영)에 나온 금관가야 유적에 등장한 여전사가 전투 목적에서 국가가 필요로 하는 요원이라 했는데, ‘철 제품 수집상의 일원’이라는 새로운 주장이다. 오운홍은 『가야인, 나라 세우러 온 것 아니다』(pp.264-265)에서 전기 가야의 철 생산기지가 철광석이 고갈되어 내륙으로 멀리 이동하게 됨에 따라, 무거운 초벌 판상철부(철정)를 김해로 이동하는 ‘철 수집상’의 원팀이라는 것이다. 대성동 57호분의 주 피장자와 순장자는 준 가족관계이며 동업자로서 주종관계임을 주장한다.
‘석장리 제철 유적은 백제가 아니라 문경새재를 넘어간 종합 제철소이다.’
국사학계에서 백제 유적으로 분류하고 있는 진천 석장리 제철 유적지가 후기 가야 때, 문경새재를 넘어간 종합 제철소라고 주장하여 한·일 역사학계의 파문이 예상된다.
오운홍은, 『가야인, 나라 세우러 온 것 아니다』(pp.285-290)에서, 백제가 한반도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백제 유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무거운 판상철부를 김해까지 운반하기에는 문경새재를 넘어야 하고 또 거리가 너무 멀어서, 제련(製鍊①)과 제강(製鋼②)과 단야(鍛冶③)의 과정 중, 김해에서 했던 ②와 ③의 금관과정을 이곳에서 종합적으로 이뤄진 공정이라는 것이다.
‘국내 최대 성(姓)씨, 김해 김(金)과 경주 김(金)의 한반도 유입 경로를 밝히다’
『삼국사기』, 〈문무왕 비문〉에 나오는 신라(경주) 김씨의 연결 고리가 끊어져 있다.
문무왕(661-681)이 내물이사금(356-402)과 연결된다 해도 비문에 나온 성한왕(AD23)과의 연결 고리에 대한 언급이 없다. 약 330년의 공백이 생기는데,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이어지는지에 대한 기록이나 학설이 그동안 없었다.
저자 오운홍은 『가야인, 나라 세우러 온 것 아니다』(pp.296-306)에서, 연(燕)나라 화랑도와 신라(경주) 김(金)씨 왕조의 연결 고리를, 고구려와 연나라의 환도성 전투에서 찾아내어 탐색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또 김해 김씨의 시조 김수로의 한반도 유입 코스를 본 책(4장 4-5절)에서 산악이동설로 제시했는데, 김수로가 AD42년에 금관가야에서 정권을 창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 두 문중에서는 관심이 클 것으로 보이며, 한편 논란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