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전자 제품과 자동차 같은 산업 제품들의 세계화에 이어, 한국은 영화나 드라마, 음식, 패션 등 문화의 영역에서도 이제 그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K 팝, K 무비, K 드라마는 물론 K 패션, K 푸드에 이르기까지 지금 세계는 K 열풍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의 맛"을 이제 세계인들도 즐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열풍은 어제오늘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과 다채로움 그리고 그 인간적인 정서에 자부심을 가진 한국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한글’과 ‘김치’ 등 우리를 대표하는 문화를 그곳 현지인들과 함께 교류해 온 긴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내 이름은 김치"를 쓴 코리 안(Cori Ahn) 작가는 보스턴에 살고 있는 한국 교민입니다. 이 이야기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뛰어넘는 작가의 실재 체험 속에서 피어난 "트루 스토리"(True Story)입니다. 어느 날 공원에서 "김치"라는 이름을 가진 이 강아지와의 만남, 그리고 작가의 가족들과 이 강아지 주인 커플 식구와의 만남이 이야기의 주제입니다. "김치"라는 말 한마디가 두 가족의 우정을 만들어낸 것이죠. 이런 우연한 만남 뒤에는 우리의 전통 음식인 김치의 오래된 맛과 정서에 얽힌 스토리가 깔려 있습니다. 조선 왕조 500년의 숨결이 남아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 이곳저곳에 스민 문화의 향기와 여행지에서 맛보게 되는 한국의 음식문화, 그리고 가족을 이루고 새로운 ‘강아지’ 식구를 입양해 행복을 가꾸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모든 이야기 뒤에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타인에게 애정을 가지고 다가가는 순수한 발걸음들이 있습니다. 어른들의 복잡한 세상 속에서도 꾸밈없는 마음으로 행동하는 우리 어린이들이 있기에 두 문화는 즐겁게 만나서 꽃을 피우게 됩니다.
"내 이름은 김치" 동화책 속에는 이런 모든 이야기들이 다 녹아 있습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를 영상이나 소설 같은 언어로 풀어낸다면, 한 시간이 넘는 영화이거나 두툼한 책 한 권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림책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로 2003년 뉴욕타임스 선정 우수 그림책 상, 2012년 피터팬 상(스웨덴 어린이도서협의회 선정)을 수상한 이호백 작가의 그림으로 그려진 이 그림책은 이런 두 문화의 만남, 그리고 그 문화적 교감이 가져다준 사랑과 행복의 모든 이야기를 편하고 서정적인 이야기로 감상하며 간직할 수 있게 해줍니다. 미국의 한 공원 속 피크닉 장면, 김치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요리 장면, 인사동의 기념품 숍 장면, 한정식 밥상의 모습, 미국의 소박한 결혼 피로연 모습 등 다채로운 이미지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등장합니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하여 파티를 열어 주고, "김치"라는 이름을 지어 주는 과정과 이 이름에 즐거워하여 치어리더처럼 멋진 춤을 선사하는 강아지의 모습. 그런데 이 강아지는 이 책의 시작에서 끝날 때까지 아이들과 만나서 계절을 같이 보내고 우정과 사랑을 나눕니다. 멋진 한복을 선물 받아 입어보기도 하죠. 이 모든 이야기가 아무런 혼란과 복잡함 없이 이 그림책 속에 간결한 언어와 따뜻한 그림으로 오롯이 다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감상하고 난 뒤 독자들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실제로 일어났던 이 푸근한 "만남"의 드라마를 통해 어떻게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문화가 서로를 알아가며 큰 기쁨을 만들어냈는지를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