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둔의 미학의 구성
제1부 〈은사문화〉에서 은사들의 일화를 중심으로 은사 문화의 윤곽을 살펴보고 새삼 부상하는 오늘의 전원생활과 은사 문화를 융합해 보았다. 제2부 〈풍류〉는 옛 은사와 선비들이 즐겼던 망중한의 풍류를 통해 그들이 추구한 인간상도 엿보았다. ‘풍류’는 글자 그대로 바람(風)과 흐름(流:물)이다. 고정성과 경직성의 반대인 자유롭게 유동하는 삶의 모습을 상징한다. 자연과 예술이 만나고 각박한 현실을 벗어나는 ‘멋’의 총체인 풍류는 자유로운 은사 문화의 빠질 수 없는 양념이다.
제3부 〈귀거래사:돌아가자〉는 도연명은 은사의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어 은사 문화의 표상으로 삼고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심정적으로 깊이 동경해 흉내라도 내보려 했다. 제4부 〈산거잡흥:산중 삶의 즐거움〉, 제5부 〈귀원전거:전원으로 돌아오다〉. 제6부 〈전원만필〉은 전원생활에서 느낀 떨림을 적은 저자의 은거의 삶을 이야기 하였다.
● 은사 문화와 전원생활의 귀결점, 자연 회귀
요즘 시골로 낙향하여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원생활을 소망하고 있거나, 이미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은둔의 미학〉은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소박한 시골 생활에 새로운 의미와 활력을 더해 줄 책이다. 저자는 전원생활, 시골 생활을 사색이 있는 삶, 옛 은사들의 풍류가 깃든 은사 문화로 승화시켜 이야기하고 있다. 똑같은 일상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멋지고 빛나는 삶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다.
즐겁게 산다는 것은 우리가 물(物)로부터의 구속을 벗어나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이때의 자유는 자연·자기·절대를 포괄하는 넓은 개념의 ‘자유’다. 자유는 곧 자연이다. 자연의 질서는 어떠한 것에도 매이지 않고 스스로 굴러가는 자립적인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절대’다.
은사문화는 도가의 복귀와 ‘혼돈’으로 상징되는 자유 이념을 강조한다. 도가의 혼돈은 유가의 질서·조화를 뛰어넘는 대안적(代案的) 의미를 갖는다. 도가의 자유는 곧 자연을 뜻한다. 자연의 운행과 질서·생존 양식을 모델로 삼은 삶이 자유로운 삶이고 즐거운 삶이라는 것이다. 전원생활은 바로 이 같은 노장(老莊)의 자유사상과 같은 맥락이다.
마냥 자유로운 놀이에서는 자기가 놀고 있다는 것도 모르면서 논다. 놀이에 몰입해 놀이 안에 있으면서도 놀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한다. 이런 놀이가 가장 잘 노는 놀이이고 “은둔·은일의 미학”이다.
저자는 은사를 단순히 “숨어 사는 선비”라고 이해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마음만을 숨기었을 뿐 몸은 숨기지 않는다. 산속에 몸을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바르게 수양하기 위한 행동철학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은둔과 은거·전원생활은 결코 세상을 포기하거나 산속으로 도피하는 염세주의도 피세주의도 아니다. 은일은 인간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천명(天命)을 따라 참된 주체적 자아로 세속을 떠나지 않고 세속을 초월한 화광동진(和光同塵 자기의 지혜와 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세속인과 더불어 함께 지내면서 참된 자아를 보여준다는 뜻이다)의 삶을 사는 적극적인 삶의 한 방식이다.”라고 했다. 결국 대범함과 깨끗함, 고상함과 소박함이라는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 바로 은둔인 것이다.
이 책은 특히 인생의 무상을 절감하게 되는 중장년, 노년층에게, 인생의 도반(道伴, 탐구와 사색의 친구)과 같은 책이지만 저자는 도연명의 시를 설명하며 “마음이 고요하면 사는 곳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고요하고 조용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일과 시간의 지배를 받는 ‘피로 사회’를 탈출, 유거(幽居)에 살면서 참된 자아의 향기를 누린 과거 많은 문인 사대부들의 지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하였는데, 이 글을 읽으며 어찌 보면 “피로 사회”에 사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