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지수 세계 최하위 수준”
대한민국의 기후위기 현 주소는 어디인가
대한민국은 앞으로 사계절이 아닌 삼계절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한반도의 여름은 점점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지고 있다는 기상청의 발표가 새삼 와닿는 요즘이다. 여름 한낮에는 40도까지 치솟다가도 겨울 한복판에서는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예상할 수 없는 스콜성 강우는 더 늘었고, 바다는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 동해와 함께 수온이 크게 오른 제주 바다에는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산호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경산호는 서귀포 남쪽 해역인 문섬, 범섬, 섶섬 일대에 대규모로 확산되며 제주의 해조류 서식지를 잠식하고 있다. 농민들은 변화하는 날씨 덕에 작물 재배가 더욱 힘들어지면서 물가 상승까지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호주 기후위험 분석업체 엑스디아이가 발표한 ‘2050년 기후위기로 피해를 입을 전 세계 상위 100개 지역’ 중에서 경기도가 66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우리는 기후위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언론사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기후위기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과, 기후위기가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임을 인지한 사람들의 비율은 높았다. 그러나 실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미미하게 동의할 뿐이었다. 사람들은 일회용품을 줄이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개인적으로는 작은 실천을 하고 있었으나 개인마다의 민감도는 차이가 있었다. 이미 해외에서는 기후우울(climate grief), 생태불안(eco anxiety)이라는 용어도 쓰인다고 한다. 실제 실천하지 못해서 죄책감이나 우울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기후위기는 이제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주제이자, 해결해야 할 의제로 떠올랐다.
기후위기의 시대, 돌파구는 있을까
지구의 내일이 지금 우리의 행동에 달렸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내일을 전하기 위해 이제 각국 정부에서부터 비정부기구, 기업 그리고 개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지구 지키기 플랜이 가동 중이다. 기업들은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를 강조하며 재무적 성과 외에도 환경문제와 사회 윤리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각 기업에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고,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6억 달러 이상의 기후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역시 탄소제로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에 투자하는 것에서부터 직접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를 설립해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에서는 팜유를 저렴하고 빠르게 생산하기 위해 오랑우탄의 서식지인 숲을 베어 경작지로 사용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으로 기업 활동을 규제하자 아예 제한이 없는 나라로 공장을 옮겨버리는 기업들도 있다. 한쪽에서는 가죽 대신 식물 가죽을 사용하지만 여전히 탄소 배출이 심한 가공육 시장도 활황 중에 있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이 가득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개개인의 힘은 약하지만 모이면 큰 힘을 만들 수 있다. 자신의 삶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를 보았던 그레타 툰베리는 매주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고 이는 곧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으로 확산되었다. 국내에서도 1급수 내성천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내성천 한 평 사기 운동’을 통해 이곳을 지켜냈다. 우리나라의 ‘황사 막는 사람들’은 1999년부터 중국 사막에 나무 심기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처음에는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싶었던 일이었겠지만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100만 그루 가까이 심어 황사를 막고 환경보호에 일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BS 지식채널ⓔ × 기후시민』에서는 작고 크게 개인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운동 사례를 제시한다. 하버드대학교의 로스쿨 에너지 관리자에 따르면 컴퓨터의 모니터 밝기를 30퍼센트 줄이는 것만으로도 사용하는 에너지를 20퍼센트까지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기기 충전이 완료된 후에는 꼭 충전기를 뽑아두고, 사용하지 않는 모니터나 프린터는 전원을 꺼두는 것이 전력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모두와 함께하는 시민운동도 있다. 플로깅(Plogging)은 달리기를 하며 쓰레기를 줍는 시민운동이다. 더 크게는 집을 지을 때도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패시브하우스로 짓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으며,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대신 가지고 있는 에코백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지구에 도움이 된다. 탄소 배출이 많은 쇠고기 대신 비건 지향을 하거나, 대체육을 고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환경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모두와 공유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의 저자인 타일러 라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함께 탄소발자국을 줄이자고 이야기를 해주세요. 조직 생활을 하고 있다면 회사 안에서도 얘기해주시고, 학생이라면 학교에서도 이야기를 해주세요.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이미 다 나와 있어요. 이제 행동할 것이냐, 말 것이냐만 결정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