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포크가 찾아낸,
현실의 감각을 뒤흔드는 경이로운 섬의 세계
스마트폰 검색만 하면 어느 곳의 모습이라도 손쉽게 볼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일까. 여행을 떠나면 생경한 풍경에 압도당하고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게 될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옆 동네에 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곳으로 몸만 덜렁 옮겨온 듯한 허무한 경험을 할 때도 있다. 이미 소셜미디어에서 익히 봤던 풍경, 한국인들로 북적거리는 로컬 식당, 지난 휴가에서 갔던 호텔과 다를 바 없는 숙소 모습까지. 이처럼 ‘시시한 여행’에 지친 이들에게, 킨포크는 마치 지구 밖으로 떠나는 듯한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을 제안한다.
미니멀하고 단순한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하는 커뮤니티 킨포크답게, 『킨포크 아일랜드』는 ‘사진 잘 나오는 곳’이나 ‘이 코스로만 따라 하면 이 여행지 정복’이라며 지식을 전달하기 바쁜 다른 여행서와는 완전히 다른 문장으로 시작된다.
“인간을 사로잡는 섬의 매력은 워낙 강력해서 따로 단어까지 존재한다.
바로 섬병islomania이다.”
‘섬병’이란 작은 섬의 세계에 속수무책으로 이끌리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문장으로 우리는 섬이 왜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작가와 탐험가들에게 ‘유토피아’와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여졌는지 생각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이 이윽고 전 세계의 18개 섬을 압도적인 사진과 함께 소개함에 따라 우리는 작은 섬의 세계에 순식간에 매료된다.
킨포크를 따라 선명하게 펼쳐보는
지구가 감춰둔 세상의 모든 비밀
첫 파트인 ‘탈출(ESCAPE)’에서는 특히 다른 세상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여섯 개의 섬을 소개한다. 오로지 그 섬에서만 볼 수 있는 초현실인 풍경과 독특한 동식물의 모습이 가득하다. 소코트라섬의 상징인 용혈수에 얽힌 놀라운 전설에 귀를 기울여보기도 하고, 잉마르 베리만을 단숨에 사로잡았던 포뢰섬을 찬찬히 뜯어보기도 한다. 갈라파고스제도에서는 찰스 다윈의 시선을 따라 진화에 대한 영감과 발견을 얻을 수 있다.
두 번째 파트는 ‘탐험(EXPLORE)’이다. 이 장에서는 이색적인 도시가 조성된 섬들을 방문하며 섬의 정의를 넓힌다. 스리랑카의 트로피컬 모더니즘 건축물과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인 잔지바르시티의 공예품 등 섬 특유의 환경에 맞춰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예술과 문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 장에서는 ‘탐험’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미식이나 체험 등 이색 투어 활동도 소개한다.
세 번째 파트는 ‘쉼(UNWILD)’이다. 지중해 모래사장부터 북유럽의 외딴 해변까지, 고요하고 차분한 섬마을의 정취가 고스란히 담긴 여섯 개의 섬을 소개한다. 광활한 바다 너머 저무는 석양을 바라보며 뷔위카다섬의 시간을 차분하게 통과해보고, 느긋하게 거니는 사람들에게만 서서히 매력을 드러내는 청산도(한국)의 슬로 길을 걸어보기도 한다. 파도와 녹음 사이, 때론 정감 넘치고 때론 초현실적인 섬의 여러 표정을 감상하다 보면 어떤 섬은 우리가 늘 그려왔던 곳과 닮아 있음을 깨닫고 놀랄지도 모른다.
섬의 궤적을 따라 그려보는
자연스럽고 단정한 생활의 모양
『킨포크 아일랜드』에는 각 섬마다 특유한 지형과 크기, 관광 경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도가 실려 있다. 가는 방법, 각 섬의 얽힌 신비로운 전설과 색다른 여행 팁, 현지의 정취가 그대로 담긴 고즈넉한 식당과 카페, 숙소 정보가 담겨 있다. 탄소 발자국을 최대한 줄이며 섬을 돌아다니는 방법, 온라인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이동식 트럭 식당이나 현지 역사를 담은 노포의 위치와 운영 시간, 섬사람 사이에서만 통하는 오래된 농담까지 킨포크에서만 볼 수 있을 정보가 가득하다.
장별 말미에는 섬과 여행에 대한 다양한 사유가 느껴지는 에세이가 한 편씩 펼쳐진다. 책상 위에 지도를 펼쳐놓고 아직 가보지 못한 바닷가나 호숫가를 상상해보자. 한 번이라도 섬을 여행해본 여행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섬이 체현하는 고독과 낭만, 섬사람의 환대 혹은 위협, 수많은 전설. 섬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흐려지는 시간 감각과 짙어지는 연결감…
『킨포크 아일랜드』에는 여행에 대한, 나아가 생활과 세상의 모양에 대한 깊숙한 응시가 담겨 있다. 킨포크가 소개하는 섬의 세계에 일단 뛰어들고 나면, 마지막 섬까지 둘러보고 책을 덮는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새로운 감각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 있는 그 섬’에 도달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