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싶어서 괴로워진 마음 앞에 나타난 순수한 기쁨!
“저 녀석 뛰는 걸 정말 좋아하고 있어.”
어린 시절부터 육상 유망주로 주변의 기대와 각종 지원을 받으며, 여러 대회에 출전해 온 우남우는 거듭된 부상으로 결국 훈련에서 빠지게 된다. 재활 훈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동정의 대상이 되었지만, 우남우는 더 이상 탈진 직전까지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처음으로 기대 본다. 남들보다 빠르게 달려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자, 트랙 위 모든 풍경이 낯설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나는 왜 달려야 하는 걸까?’
그러던 중 우남우의 재활 훈련 파트너로 ‘허깨비’ 선우진이 배정된다. 몇 년 전부터 급속도로 퍼져 이제는 암암리에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허깨비’는 정체 모를 무언가에게 몸을 빼앗긴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우남우는 귀신인지 사람인지 정확한 정체조차 알 수 없는 존재가 파트너랍시고, 자꾸만 가까이 다가오는 게 못마땅하기만 하다. 그런데 달리는 선우진을 볼 때면 자기도 모르게 넋을 잃게 된다. 긴 트랙을 가볍게 조금의 흔들림 없이 달리는 모습도 그렇지만, 더 놀라운 건 바로 선우진의 표정이다. 헛구역질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인 속도로 뛰고 있으면서도 환하게 웃고 있는 그 얼굴을 볼 때마다, 우남우는 남몰래 느꼈다. “즐기고 있구나, 저 녀석. 뛰는 걸 정말 좋아하고 있어.”
살아 있고 싶어서 달리는 허깨비와
멈추고 싶어서 달리는 인간의 아슬아슬한 우정
사람을 허깨비로 만드는 ‘정체 모를 무언가’에 대해 밝혀진 사실로는 그것은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며, 사람의 몸에 들어가면 길게는 몇 달 정도 머무르다 또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 다니며,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지 않는다는 정도이다. 즉 선우진은 껍데기만 선우진의 모습일 뿐, 그 속에는 누가 머물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존재다. 우남우는 점점 녀석이 궁금해진다. “너는 왜 달리는 건데? 왜 인간의 몸을 얻어서까지 달리는 거야?” 선우진은 대답한다. “살아 있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우남우는 너무도 당연해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 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를 새삼 느낀다. 전속력으로 달리지 않아도 느껴지는 심장 박동이 손바닥에 전해진다. 그 순간 남우는 알게 된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최선을 다해 달렸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가슴 뛰며 살았는지. 동시에 이제까지 허깨비에 대해 가졌던 편견에 질문을 던진다. 이런 두근거림을 느끼기 위해 끝없이 사람의 몸을 옮겨 다니며 달리는 선우진을 껍데기, 허깨비라고 부를 수 있을까? 우남우는 여름 동안의 재활 훈련 끝에 마침내 대회에 나가게 된다. 다시 선 스타트 라인 앞에서 오랜만에 벅찬 설렘을 느낀다. 이날의 레이스가 끝나도, 남우는 계속 달릴 것이다.
후회 없이 좋아한 다음에야
또 다른 스타트 라인에 설 수 있으니까
“어느새 나는 다시 달릴 준비가 돼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서 예기치 못한 코너와 마주한다. 이 코너의 끝이 어디쯤인지, 그 끝에서 과연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지 모두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코너를 피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청소년에게 한 번쯤 찾아올, 찾아와야 하는 코너는 어쩌면 ‘좋아하는 일’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부터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좋아하기 위한 방법까지. 청소년에게 좋아하는 일을 둘러싼 무수한 샛길은 꼭 가야 하는 코스이다. 『코너를 달리는 방법』은 육상 선수인 주인공이 좋아하는 일을 후회 없이 좋아하려 애쓰는 과정을 보여 준다. 어떤 일을 좋아해서 더 잘하려다 도리어 그 마음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주인공은 허깨비와의 레이스를 통해 잃어버린 자기만의 ‘달리는 마음’을 되찾는 방법을 알게 된다.
그동안은 1등이 되기 위한 결승선을 향해 달렸지만, 이제 남우는 안다. 원하는 찰나의 순간은 “숨이 벅차 바닥에 대자로 누웠던 오후가 한가득 쌓여”야만 가능한 일임을 말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끝까지 좋아해 본 사람만이 또 다른 스타트 라인 앞에 설 수 있다. 많은 청소년 독자가 이 책을 통해 우남우가 선 또 다른 스타트 라인 앞에 함께하길, 그곳에서 ‘그래도 괜찮다’는 용기를 얻길 바란다.
읽고, 보고, 듣고 다양하게 즐기는 ‘오감만족형 독서’
이 책은 남우와 우진이가 달리는 이야기가 끝날 무렵, 토티 작가의 세밀하고 생생한 그림으로 다시 한번 이야기가 시작된다. 독자들이 글로 접하면서 머릿속으로 그려 봤을 이야기의 배경과 인물의 모습들이 광고 및 아트 상품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는 토티 작가만의 따뜻한 그림으로 이어진다. 그림에는 인물과 관련된 한 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다. 남우와 우진이 사이에 숨겨진 그림 속 비밀까지, 독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뒤표지에 있는 QR코드에는 이필원 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코너를 달리는 방법』 낭독 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새로 출간된 독고독락 시리즈를 통해 청소년 독자들은 읽고, 보고, 듣고 다양하게 즐기는 ‘오감만족형 독서’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