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이렇게 재밌다고?”
8컷 만화로 읽는
1시간 만에 이해 가능한 서양철학사
신이 항상 자신을 보살펴준다고 생각하고 게으름을 피우는 청년. 니체는 청년을 걱정하는 마음에 신을 만나 도움을 청한다. 바로 죽은 척 하라는 것. 청년이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갑자기 신이 죽자, 그 곁에서 청년이 “지켜봐요! 저 혼자서도 잘 살아갈테니” 이렇게 말하며 정신을 차리려는 찰나, 니체가 신에게 고맙다며 초콜릿을 주는 장면을 청년이 목격한다. 니체와 신을 추궁하는 청년 앞에, 신이 갑자기 죽은 시늉을 한다. 니체 ‘신은 죽었다’ 챕터에 나오는 8컷 만화의 스토리다.
이 책은 이처럼 피식하고 웃음이 나올만한 8컷 만화로 철학 수업을 시작한다. 심각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철학 개념을, 인스타그램 유명 만화 작가 마메의 특유의 과장되면서 친근한 그림과 함께 위트 있게 풀어낸다. 그리고 철학 교수이면서 철학의 대중화에 열정적인 저자가 철학자에 대한 짧은 소개와, 만화 속 스토리가 지닌 의미를 철학 사상과 연결해 설명하고, 그 다음 페이지에서 핵심 개념에 대해 더 깊게 파고든다. 니체의 르상타망처럼 어려운 철학 용어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한 뒤, 한 줄 정리로 철학자의 핵심 생각을 정리한다.
1장 앞에는 ‘철학사 간단 지도를’ 넣어 철학의 시작부터 현대의 철학까지, 책의 흐름이 한눈에 보이게 해놓았다. 고대~중세는 ‘세계의 기원을 탐구하기 시작한 시대’, 근세는 ‘의식이 싹트기 시작한 시대’, 근대는 ‘사회를 이루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물은 시대’로, 현대는 ‘격변하는 세계를 고민한 시대’와 ‘새로운 세계의 창조를 시도한 시대’로 나누어 설명한다. 각장의 끝에는 칼럼 형식으로 철학사의 큰 물결이 바뀌는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도 해놓았다. ‘1시간 만에 이해 가능한 서양철학사’라는 수식어처럼 서양철학사의 중요한 개념들이 빠짐없이 정리되어 있어, 즐겁게 책을 읽으면서 빠른 시간 안에 서양철학의 계보와 핵심 개념을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철학은 무엇일까,
철학을 하면 무엇이 좋을까?
철학은 사물의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사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밝혀내는 것이다. 그럼, 왜 사물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바로 세상 모든 사물과 현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한다. 좀더 실용적으로 생각해보면 철학을 하면 사물의 본질, 즉 가장 중요한 부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이나 문제를 해결할 때도 도움이 된다. 사람을 파악하고 교제할 때, 또는 불안의 정체, 나아가서는 사회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 원인까지 그 해답이 분명하게 보이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다만 문제는 철학을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이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늘 당연하게 여기던 것을 의심하고, 시점을 바꾸어 보고, 재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매우 간단해 보여도 모두 실제로는 녹록치 않은 작업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저자는 역사상 유명한 철학자들이 어떻게 철학을 했는가를 ‘8컷 만화’를 통해서 친근하고 쉽게 소개하고, 독자들이 철학하는 다양한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8컷 만화 속에서 표현되는 철학자들의 모습은 언뜻 보면 엉뚱하고 우스꽝스럽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의 철학에 몰두하고 있는 철학자 본연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다른 의미에서는 만화가의 시선에서 그들의 철학을 뒤틀어보고, 뒤집어보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것 역시, 당연하게 여기던 것을 의심하고, 시점을 바꾸어 보고, 재구축하는 철학의 방법을 만화가답게 적용한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런 점을 생각하면서 책을 읽는다면, 철학 개념을 단순히 이해하고 아는 것을 넘어 철학하는 방식을 깨닫고, 일상에서 철학하는 소소한 재미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