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그 굴곡의 역사!
〈아리랑〉의 기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아리랑’의 어원이나 말의 뜻도 뚜렷이 밝혀지지 않아, 박혁거세 왕비의 덕을 찬미하여 ‘알영’ 또는 ‘아이영’으로 부르다가 ‘아리랑’으로 전이되었다는 설을 비롯해 다양한 ‘설(說)’과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저자인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이 책에서 또 하나의 ‘설’을 추가하거나 밝히기보다 역사학자로서 〈아리랑〉의 역사와 역사 속에서 〈아리랑〉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리랑〉은 우리에게 무엇이며, 〈아리랑〉의 역사와 〈아리랑〉이 겪은 시련은 어떠했을까? 흥선대원군의 경복궁 중건과 〈아리랑〉의 전국 유행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조선 말기 의병들과 일제강점기 독립군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큰 힘이 되어준 노래가 친일의 색깔이 덧씌워지고 모독당한 사연은 무엇인가? 일제강점기에 〈아리랑〉은 어떤 탄압을 받았고,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영화일까? 대한민국의 전통민요 〈아리랑〉의 가락을 서양 악보에 처음 채보하고 세계에 알린 이는 누구일까?
해방 이후 분단과 독재 시대에는 〈아리랑〉이 어떻게 소비됐으며, 또한 〈아리랑〉은 예술로 어떻게 다시 꽃피었을까? 북녘에서 〈아리랑〉은 어떻게 불리고, 〈아리랑〉이 남북 평화에 어떻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을까?
〈아리랑〉의 이런 굴곡진 역사와 더불어 ‘겨레의 노래 아리랑’을 새로운 애국가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운동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삼천리강산에서 불리는 대표적인 지역별 〈아리랑〉의 노랫말도 소개한다.
기존 시각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아리랑〉
임진택 명창은 “그동안 학계나 문화계에서 〈아리랑〉에 대한 연구와 발언은 수없이 전개되어왔지만, 그것들은 대체로 각 지역 〈아리랑〉 사설을 발굴 채록하는 일과 그 생성 어원(語源)을 유추하는 내용 등이 대부분”이었다면서, 이 책은 “다른 연구들과는 구별되는 시각에서 〈아리랑〉을 바라보고 평(評)하는 또 다른 관점들을 제시”한다고 평가한다. 새로운 관점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아리랑〉을 지역적ㆍ공간적 분포(分布)의 관점에서 채록ㆍ분석해온 기존의 연구와는 달리 역사적ㆍ시간적 생성(生成)의 관점에서 포착ㆍ비교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다. 〈아리랑〉을 옛날에 만들어져 고정되어 전해오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살아 있는 노래’로 바라보는데, 이는 생성론의 관점에서 민요 〈아리랑〉을 새롭게 발견한 저자의 탁견이다.
둘째, 〈아리랑〉의 지역적ㆍ공간적 분포 또한 누구보다도 확장하고 있다. 타이항산의 〈조선의용대 아리랑〉을 찾아낸 안목(眼目), 〈아리랑〉을 최초로 국제사회에 소개한 헐버트 박사를 언급한 선견(先見), 해삼위(블라디보스토크)와 중앙아시아, 일본 등지에서 전해지고 불린 ‘아리랑들’을 건져 올린 열의(熱意)가 이 책의 곳곳에서 감지된다.
셋째, 〈아리랑〉이 민요와 겨레의 노래로서 긍정적으로만 확장ㆍ전승된 것이 아니라, 굴절되고 왜곡되고 폄훼되어오면서도 그 오욕을 견뎌왔다는 사실을 그대로 진술해놓았다. 왜색ㆍ양풍에 편승한 ‘아리랑’, 유신체제 폭압 속에서의 도피적 ‘아리랑’, 상업주의 대중가요에 편입된 변질된 ‘아리랑’ 등에 관해서도 지면을 할애한 것은 읽는 이를 불편하게 하기도 하지만, 이는 평전 작가로서 피할 수 없는 책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