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하서 작가의 신작 소설 『밤이슬 수집사, 묘연』은 인생의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세상과의 결별을 고하기로 결심한 주인공 ‘이안’의 자살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안’을 자살에서 구한 것은 다름 아닌 이슬 집사 ‘문현남’. 그는 자신을 이안의 할아버지로 소개하며 ‘이안’이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한다. 3개월간 집사직을 수행한다는 조건으로 30억을 내건 것. 속는 셈 치고 ‘이안’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이슬 집사로서의 업무가 시작된다. 물론, ‘묘연’을 보필하는 것이 ‘이안’의 주요 임무!
판타지가 선사하는 몰입감은 그대로,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독자를 울리는 휴먼드라마
『밤이슬 수집사, 묘연』은 판타지적 요소로 무장하여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 몽환적 판타지 소설로써 낮에는 고양이, 밤에는 사람으로 변하는 ‘묘연’이란 신묘한 인물을 앞세워 독자들을 삶과 죽음이 중첩되는 새로운 세계로 유혹한다. 동시에 ‘밤이슬 수집사’라는 기발하면서도 감동적인 직업을 소개할 뿐 아니라 이슬 집사들이 살고 있는 ‘미다스 대저택’, 죄를 지은 사람들이 가는 ‘천로 징벌소’와 같은 촘촘한 설정과 반전 장치들은 덤. 『밤이슬 수집사, 묘연』은 독자들이 책을 펼친 순간 작품에서 손을 뗄 수 없도록 궁극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삶과 죽음의 접점에서 발견하는 진정한 삶의 가치
판타지로 어루만지는 치유의 손길
작가는 『밤이슬 수집사, 묘연』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을 꽤나 깊이 있게 다룬다. 어떤 죽음도 안타깝지 않은 죽음은 없다. ‘묘연’과 ‘이안’은 각기 다른 이유로 죽음을 맞이하는 여러 인물들을 찾아가서 그들의 과거와 내밀한 사연을 살핌으로써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은 배가된다. 작가는 우리가 살아 있을 때는 미처 모르다가 죽음이 목전에 닥쳤을 때에야 느낄 수 있는 귀한 감정을 독자들에게 오롯이 전달한다. 죽음을 만나 비로소 흘리는 눈물. 그 눈물에는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미련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바로 ‘묘연’과 ‘이안’이 모으는 ‘밤이슬’이다.
“삶이든 죽음이든 그것을 대하는 우리는 모두 다 간절하다.” - 본문 중에서
『밤이슬 수집사, 묘연』은 판타지물로만 포장하기는 아까운 작품이다. 작가는 판타지라는 포장지로 잘 쌓아뒀지만, 책장을 덮을 때 독자들은 지금의 삶을 반추하며 진정한 삶의 가치를 발견하도록 탄탄하게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안’과 ‘묘연’의 밤이슬 수집기는 독자들에게 삶은 살아볼 만한 것임을 깨닫게 하는 힐링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묘연’의 꼬리를 신나게 따라가면서 주인공 ‘이안’과 함께 변화하는 독자 여러분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