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도우며 커 가는 우정 이야기
이야기 속 민들레는 언덕 너머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지만, 한자리에만 붙박여 꼼짝도 못 하는 처지입니다. 그런데 마침 애벌레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호기심 많은 민들레 앞에 친구가 나타난 것이지요!
애벌레는 날마다 민들레를 찾아와 쉬고, 꿈틀거리는 몸으로 부지런히 다니며 본 세상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민들레는 애벌레 친구 덕분에 심심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세상 구경을 다닐 수 없는 처지를 슬퍼하는 민들레한테 애벌레는 민들레 씨앗이 나는 걸 보았다며, ‘너도 날 수 있다’고 희망까지 품게 해 주었지요.
하지만, 친구라고 늘 같이 있을 수는 없는 법. 애벌레는 더 자라기 위해서 긴 잠을 자러 민들레 곁을 떠나야 합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이별이었지요.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이, 민들레도 점점 꽃잎을 떨구고 하얗게 꽃씨를 만들며 모습이 변해 갑니다. 친구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또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면 어떡하나,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은 애가 탑니다. 민들레한테 애벌레는 그만큼 소중한 존재였지요.
어느 날, 꽃잎이 다 떨어지고 얼굴 가득 허옇게 꽃씨를 단 민들레 앞에 나비 한 마리가 나타납니다. 줄무늬 나비로 새로 태어난 애벌레였지요. 두 친구 모두 떨어져 있는 동안 모습이 달라지고 어른이 된 것입니다. 줄무늬 나비로 변한 애벌레와 꽃씨를 달고 하늘을 날 준비를 마친 민들레는 서로에게 너무나 멋진 모습입니다. 스스로는 잘 모르지만, 달라진 모습이 멋있다고 감탄할 줄 아는 눈을 가진 게 친구니까요.
그렇게 나비가 된 애벌레와 민들레는 함께 날아오릅니다.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른 민들레 씨앗은 친구와 함께 궁금했던 세상 구경을 신나게 합니다. 그리고 다시 살포시 내려앉아 봄을 기다립니다. 봄이 오고, 씨앗이 움터 민들레꽃이 핍니다.
친구의 의미와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책
물론 민들레한테 애벌레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민들레는 민들레대로, 애벌레는 애벌레대로 씨앗이 되고, 나비가 되어 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민들레한테 애벌레 친구가 없었다면, 씨앗으로 날 희망도 없이 슬퍼하기만 했을 테고, 바람을 타고 힘차게 날아오를 용기를 내기 어려웠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다시 땅에 묻혀 건강하게 꽃을 피워 내는 일이 힘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민들레한테 애벌레 친구는 다시 꽃을 피워 내는 데 꼭 필요한 소중한 존재였던 겁니다.
친구가 좋다는 건 아이들도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친구는 하굣길 발걸음을 쓸쓸하게도 만들고, 또 신나게도 만들어 주는 존재니까요. 하지만 아이들은 민들레와 애벌레 두 친구의 소박한 이야기 속에서 친구란 그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깨칠 것입니다.
아이들은 차츰 친구란 서로 보듬으며 성장해 나가는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겠지요. 때로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진짜 모습을 알아봐 주고,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해 주는 존재라는 것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