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불교철학을 가르치기 위한 교재로 쓰여진 이 책은 중요한 불교경전과 논서를 바탕으로 불교의 철학 전통과 불교사상의 기본 교리를 흥미롭고 분석적으로 소개한다. 저자는 철학으로서의 불교를, 그야말로 철학적 방식, 즉 비판적, 분석적, 논증적으로 파헤쳐 보인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불교철학의 핵심을 보여주는 동시에 철학하는 방법도 가르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다. 철학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꽤나 흥미롭고 독특한 지적 탐험이 될 것이다.
2.
이 책의 목적은 불교를 철학으로 보고 검토하는 것이다. 불교가 철학적이라는 사실은 특별히 호소하거나 증명할 일이 아니다. 이것은 이미 이 책이 근거하고 있는 방대한 불교 문헌들에서 분명하게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불교는 엄청나게 방대하고 복잡다단한 종교이다. 사상은 말할 것도 없고 문화, 미술, 건축, 수행, 종파, 의식 등등의 한 분야만으로도 충분히 일가를 이룰 수 있다. 이중에 이 책의 주제인 철학으로서의 불교를 연구한다는 것은 주로 텍스트를 연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철학 이론과 주장을 담고 있는 불교문헌을 연구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불교의 한 측면을 철학으로 간주하고서 철학의 한 분야로 다루고 있음을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때론 종교로서 불교를 신앙하는 이들에게는 공격적이고 무도하게(?) 보일 정도로 철저하게 철학적 입장을 견지한다.
저자는 철학 중에서도 주로 분석철학의 방식에 따라 불교의 형이상학, 인식론, 윤리학이 철학적으로 타당한지 검토하는 작업을 한다. 불교에서 주장하는 바를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주장이 옳은지, 이 주장이 정말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이 주장에는 어떤 의심을 품을 수 있는지 따져본다. 이를 위해 해당 논의를 추려내 뼈대가 되는 논증식을 직접 구성해 보고, 감춰진 전제를 드러낸다. 가령 무아 교리의 경우, 저자는 붓다의 교설에서 소위 통제자 논증, 무상에 근거한 논증 등을 구성해서 해당 전제가 결론을 잘 뒷받침하는지 꼼꼼히 따져가며 그 타당성을 분석한다. 그러고는 불교 측 설명이 합당한지, 나아가 이에 맞선 다른 논증보다 설명력이 뛰어난지, 그래서 불교식 설명을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때로 지루할 정도로 자꾸 캐묻는다. 불교가 어떤 주제로, 누구와 논쟁을 하고 있으며, 과연 기대대로 그 대론에서 승리했는지 질문하면서 불교도들을 불편하게도(?) 만든다.
하지만 여기에 이 책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접근과 설명, 서술이 아닌 것이다. 즉 불교 교학을 불교도가 아닌, 마치 상대 철학자의 태도로 대하는 점이야말로 이 책의 장점이자 특별한 점이다. 이는 주어진 전제를 이미 받아들이고, 여기에 맞춰 내적 논리를 개발해서 타 종파에 대해 우월성을 놓고 경쟁하는 전통적 종학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3.
이 책은 본래 대학의 철학과 학부과정에서 활용하기에 적합하도록 저술되었다. 따라서 때때로 불교의 개념과 이론, 또는 주장을 서양 전통의 관련된 개념 및 이론과 비교한다. 서양철학에 익숙하다면, 이렇게 대응하는 개념들을 빌려와 불교의 교리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 해도,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설명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저자가 보여주는, 문헌에서의 주장과 반론, 비판과 논증, 반박과 이의제기, 재논증, 평가 등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불교교리에 대한 역사적이고 철학적인 성찰,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