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서 한 단어의 유의어와 반의어를 찾아본 적이 있나요?
어휘에 민감하고, 어휘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은 언어를 자신만의 무기로 활용할 줄 압니다
언어를 대할 때만큼은 아주 민감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어휘를 마치 사고 싶은 것을 ‘쇼핑하듯’ 공들여 고르는 버릇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인 ‘모순(矛盾)’의 유의어로는 부조리, 비합리, 불합리, 배리 등 다양한 단어가 있다. 다만 조금씩 뜻이 다른 부분도 있기에 쓰고자 하는 상황에 맞춰 가장 적확한 어휘를 골라 써야 하는 것이다. 때론 뜻을 쪼개고, 다지고, 두드려 가면서 어휘를 아주 ‘못살게’ 굴어야 한다. 이렇듯 단어의 민감도를 높여 사전을 뒤적이거나, 책에서 배운 새로운 표현을 기억해 두고 쓰다 보면 어휘력은 늘 수밖에 없다. 어휘력이 자라면 문해력이나 작문 실력의 성장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다. 그래서 어휘에 민감하고, 어휘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은 언어를 자신만의 무기로 활용할 줄 안다.
‘헐’, ‘대박’, ‘진짜’만 있으면 한국인은 누구하고나 대화가 가능하다는, 현실의 세태를 그대로 반영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일상에서 친구나 동료와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데 굳이 어려운 표현을 찾아 쓸 필요는 없다. 그러나 매 순간 1분 1초가 다르게 풍부한 감정을 겪는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한 종류의 밈이나 유행어로 모든 상황을 대체하는 것이 올바른 현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앞에서 본 모순의 유의어처럼 미묘하게 뜻이 다른 다양한 말들이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같은 표현만 반복해서 쓴다면 어휘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쓰지 않는 물감을 그대로 방치하면 그대로 굳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리의 언어 세계가 굳지 않게 만드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있어야 할 곳에 있기만 해도 중간은 갑니다”
모든 말과 글에 무조건 통하는 한 가지 규칙
글을 쓸 때는 ‘육하원칙(5W1H)’으로, 보고할 때는 ‘귀납식’으로 하라는 많이 통용되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 밖에도 메일을 쓸 때도 기분 좋게 인사말을 건넨 뒤 원하는 바와 묻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구분하여 말하고 마지막에는 감사한 마음을 담은 맺음말을 쓰라는 비즈니스 이메일 조언도 흔한 편이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사람이 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실제로 대학원에서도 논문 발표를 해보면 내용의 완성도에 지나치게 힘을 기울인 나머지 최소한의 기본 양식은 갖추지도 못한 글이 다수이고, 한 대기업의 임원은 명문대 출신이거나 각종 자격증을 보유하는 등 스펙이 화려한 사원을 뽑아도 정작 회의를 하면 자신의 주장조차 제대로 펼치지 못하면서 토론을 할 때는 타인의 견해를 무작정 비판하며 이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다른 회사의 인사 담당자는 틀린 맞춤법을 쓴 자기소개서만 탈락시켜도 지원자의 절반이 금세 사라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우리 곁에는 중요한 순간들이 갑자기 생겨나고 사라지며, 또 나의 인상은 순간순간의 평가로 좌우된다. 이때 제대로 쓰고 말하는 사람이 결국 간절히 원하는 것을 붙잡고, 삶의 손익분기점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한다. 이제는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암묵적 선을 아무렇지 않게 넘어버리거나, 맹목적 비난과 합리적 비판을 구분하지 못하는 등 그저 그런 국어력을 세상에 노출해 자신의 가치를 훼손하지 말고, ‘지켜야 하는 것’부터 제대로 지키는 습관을 들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