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인문학
그리고 골프에 관한 단상
골프는 몸으로 철학하는 행위다. 몸을 다듬는 것이 생각을 가다듬는 것과 무에 차이가 있겠는가. 두뇌는 배움과 견문으로 사유의 내공을 쌓는다. 몸은 식이와 움직임으로 말초신경과 골격, 근육, 내장기관의 성능을 키운다.
지금 몸이 두뇌를 넘보고 있다. 더 이상 뇌의 간섭을 받는 수동적인 몸이 아니기를 원한다. 오히려 뇌를 능가하고 싶어 한다. 지금보다 완성된 맘과 몸의 신세계를 골프라는 놀이가 이끌 수 있을까.
인간의 특성은 지성, 감성, 체성으로 구분한다. 나는 이 가운데서 체성에 관심이 크다. 이성과 지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유와 직관으로 형성되는 학문을 형이상학으로 부른다. 형이상학은 영혼, 신, 세계와 같은 특별한 실재를 다루는 특수형이상학과, 실재의 실재를 다루는 일반형이상학으로 구분한다. 칸트는 일반형이상학을 가능한 지식의 조건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특수형이상학을 경험적 바탕이 없는 학문으로 보았다.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그림으로 그릴 수 없는 것은 말할 수 없기에 침묵해야 한다는 것은 특수형이상학의 영역이다.
형이하학을 대표하는 것으로는 자연에 널린 사물이지만, 인간의 체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분명한 명제가 하나 있다. 육체는 자연이며 물리이며 무위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의 영역은 자연이 아니다. 유일한 인위다. 관념이라는 유위는 체성을 제 것으로 만들고 있다. 육신이라는 무위자연에다 자꾸 인위를 입히려고 한다. 제 몸을 두고 무자비한 혹사와 잔인한 파괴를 서슴지 않는다.
감각을 수용하여 사유와 판단을 거쳐 드러나는 형이하학적 결과 즉 신체의 움직임을 파헤치고 싶었다. 과연 형이상학의 판단대로 형이하학은 실행이 되었을까. 형이상학이 추구하는 형이하학을, 형이하학이 원하는 형이상학을 이리저리 버무려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