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 극장》, 《니체 극장》의 저자 고명섭
101권의 책숲을 통과하여 오르는 사상의 성채
“훌륭한 책은 독자의 뇌를 흔들어 깨운다. 뉴런에 충격을 가해 깜짝 놀라게 한다. 새로운 생각이 담긴 훌륭한 책은 독자를 사유의 새 길로 이끈다. 책을 읽다가 독자는 문득 자기가 낯선 길로 들어섰음을 깨닫게 된다. 훌륭한 책은 문장들을 외우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책을 통째로 외우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한다면 그 책은 틀림없이 훌륭한 책일 것이다. 결정적으로, 훌륭한 책은 독자의 대결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생각의 요새》는 우리를 사유의 새 길로 이끄는 책, 대결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책 101권으로 이루어진 사유의 성채다. 진리와 주체를 다시 불러낸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수학 예찬》, 20세기 언어철학의 거인 비트겐슈타인의 《전쟁 일기》, 텍스트의 무의식을 파헤치는 ‘해체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 정치를 ‘적과 친구’로 나눈 법학자 카를 슈미트의 《정치적 낭만주의》, ‘이념 요새’를 쌓은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의 《사회적 체계들》, 근대 물리학의 혁명가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 근대 형법의 초석이 된 체사레 베카리아의 《범죄와 형벌》을 비롯해 철학 · 종교 · 사상 · 과학 · 문학에 이르기까지 인류 정신에 길을 낸 저작들을 만난다.
책읽기는 생각 읽기이고 마음 읽기다. 책읽기는 저자의 생각을 따라 들어가 내면의 마음을 읽어내는 일이다. 마음 안에 펼쳐진 깊고도 넓은 세계를 답사하고 풍광과 지형을 탐색하는 일이다.
어떤 저자의 마음에서는 어두운 밤의 짐승처럼 폭풍우가 울부짖으며 몰아친다. 어떤 저자의 마음에서는 들판 너머 열린 맑은 하늘로 새들이 노래하며 날아오른다. 마음이 생각을 낳고 생각이 마음을 물들인다. 생각을 깨뜨리는 생각, 낯선 것을 불러들여 익숙한 것을 치는 생각은 한가로운 봄날 아지랑이 같은 마음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검은 숲속을 헤매는 배고픈 여행자와도 같은 마음, 깊이를 모를 어둠 위로 파도가 으르렁거리는 난바다 같은 마음에서 생각을 도발하는 생각, 생각을 붙들어 깨우는 생각은 일어난다. 오지 아니면 심연에서 태어난 생각이 우리를 흔들고 세상을 흔든다.
두려운 마음으로 지하세계를 다녀온 오디세우스처럼 책읽기는 저자의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 거기서 솟아 나오는 생각을 보고 겪고 느끼고 그 생각에 놀라는 일이다. 그런 책읽기는 책읽기로 끝나지 않고 생각을 잉태해 출산할 것이다. 오디세우스의 책읽기야말로 곤궁한 마음에 생각의 씨를 뿌리는 일이다. _‘프롤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