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스끄리뜨 원전으로 다시 읽는 『금강경』!
습관적인 이해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만나다
붓다가 제자 수보리와의 문답을 통해 깨달음으로 이끄는 지혜를 밝힌 경전 『금강경』은 불교의 핵심 사상인 ‘공(空) 사상’의 기초가 되는 내용과 함께 보살행에 대해 서술한 대승불교 초기에 기록된 핵심 경전이자 철학사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는 경전이다. 수많은 경전 가운데에서도 주석서나 강설서가 가장 많은 경전이라는 것은 『금강경』이 얼마나 중요한 경전인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붓다의 가르침이 얼마나 심오한 것인지를 알려주는 반증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가 익숙하게 접한 『금강경』은 최초 기록본인 산스끄리뜨본이 아니라 이를 한자로 옮긴 한역본 『금강경』이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되었던 당시 함께 전해진 것이 한역 『금강경』이었던 데다 한자문화권인 우리나라로서는 한역 『금강경』을 훨씬 쉽게 접할 수 있었다는 이유도 있지만, 산스끄리뜨로 기록된 필사본이 불과 120여 년 전인 1900년 즈음에서야 발견된 탓도 있다.
번역은 본래의 주제나 의미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지지만, 번역 과정을 거듭 거치면서 번역자의 생각이나 의도, 그리고 번역 당시의 사회ㆍ문화적 배경이 담길 수밖에 없다. 『금강경』 역시 산스끄리뜨에서 한문으로 옮겨지면서 중국의 사회ㆍ문화적 배경이 녹아들 수밖에 없었고, 이는 우리가 인도인이었던 부처님의 설법을 중국인의 시선에서 이해하는 원인이 되었다.
이 책은 산스끄리뜨 원전 『금강경』과 대표적인 한역 『금강경』인 구마라집 스님본과 현장 스님 번역본을 함께 수록하여 리얼리티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부처님 당시의 가르침은 살리는 동시에 한역본의 내용을 다시 한번 꼼꼼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하였다. 특히 한역 『금강경』에 녹아 있는 중국적 사고는 걷어내고 당시 인도의 사상ㆍ문화적 배경에 대한 풍부한 해설을 덧붙였다. 이를 통해 『금강경』의 본래 모습을 생생하게 느끼면서 그 안에 담긴 ‘일체법무아’의 가르침을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산스끄리뜨의 생생한 리얼리티와
핵심을 찌르는 한역본의 장점을 모두 살리다
‘번역’은 해당 언어를 아무리 능숙하게 구사한다 해도, 원전의 정확한 뜻을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우리말 ‘붉다’, ‘빨갛다’, ‘새빨갛다’ 등의 단어를 영어나 한자로 옮길 때는 ‘red’나 ‘赤/紅’ 정도에 그칠 뿐, 그 미묘한 의미 차이를 살릴 수 없는 것과 같다.
한문으로 옮겨진 『금강경』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한역본 『금강경』에 등장하는 한자 ‘상(相)’의 경우, 산스끄리뜨 원문에서는 ‘lakṣaṇa(인지되거나 감지된 결과물로서의 표시, 징후)’, ‘nimitta(세밀히 측정된 것, 정신적으로 섬세하게 가늠한 것)’, ‘saṁjñā(기억이나 경험 혹은 타인의 설명으로 보완함으로써 안다고 여기는 것)’의 세 단어로 나타난다. 하지만 언어의 특성 차이와 번역자의 판단에 따라 ‘상(相)’으로 옮기게 되었다. 의미상 큰 차이는 없으나, 이 때문에 헷갈리거나 오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인도는 구전이 발달한 문화인 반면 중국은 기록이 발달했다. 즉 인도는 청문(聲聞) 문화이며, 중국은 시각(視覺) 문화이다. 둘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두 문화적 시각을 비교하여 해석해야 하는 이유이다. 예를 들면, 『금강경』 제목에서도 그 차이가 뚜렷하다. 한문본 『금강경』에서 금강은 가장 단단한 물질인 다이아몬드를 일컫는 금강석(金剛石)이다. 그러나 산스끄리뜨의 금강은 와즈라(vajra)로, 인도 신화에 나오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무기를 일컫는다. 선신의 무리들이 악신을 물리치기 위해 만든, 어떤 무기로도 파괴할 수 없는 절대무기가 와즈라이다. 선신은 이 와즈라로 악신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한다. 그런 절대무기 와즈라를 파괴할 수 있을 만큼 ‘위대한 지혜’에 대한 경전이 바로 『금강경』인 것이다.
한편 제목에 내포된 의미도 미묘하게 다르다. 한역본의 정식 제목인 “능단금강반야바라밀다경(能斷金剛般若波羅蜜多經)”은 “금강석도 잘라버릴 수 있는 지혜로써 피안으로 건너감에 관한 경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산스끄리뜨 경전 이름은 “vajracchedikā prajñāpāramitā sūtraṁ”으로 “금강석도 잘라버릴 수 있는 지혜로써 건너가는 상태에 관한 경전”이라는 의미다. 한역본은 이미 ‘건너감’의 명사형 종결형이지만, 산스끄리뜨본은 ‘건너가는 상태’로 현재진행형으로 해석되면서 가르침을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중심이 실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지혜로써 건너가는 상태’라는 해석에는, 이 강력한 ‘지혜’ 또한 쓰고 버릴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즉 무상(無相)의 진리를 그대로 담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가 습관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금강경』에 새로운 관점을 열어 주며, 『금강경』의 깊은 세계로 한층 더 다가서게 한다.
언어학과 인문학에 조예가 깊은 현진 스님의 역작
틀린 것이 아니라 다름을 살피며 더 깊어지는 『금강경』
우리나라에 산스끄리뜨본 『금강경』이 처음 번역되어 소개된 것은 2001년 각묵 스님의 『금강경 역해』를 통해서였다. 그 이후로도 몇 권의 산스끄리뜨본 『금강경』의 번역 또는 해설본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으나, 산스끄리뜨 원전과 한역본 전체를 수록하여 번역하고 비교하여 세세하게 풀어놓은 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문법이 복잡하여 배우기 어렵기로 유명한 산스끄리뜨와 한문 양쪽에 능통한 저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의 역자 현진 스님은 역경 불사에 매진하겠다는 서원으로, 중앙승가대학교 역경학과를 졸업하고, 인도 뿌나에서 8년간 산스끄리뜨와 빠알리어를 수학하였다. 불교 경전을 기록한 모든 언어에 능통한 스님은 귀국 후 부처님 가르침의 원음을 전달하고자 봉선사 범어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연구 모임과 강의를 개설하고,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산스끄리뜨와 빠알리어를 접할 수 있도록 학습용 교습서를 무료로 배포했다.
그런 스님에게 『금강경』은 특히 의미가 있는 경전이었다. 인도 유학 시절, 산스끄리뜨 원문 독해를 시도했으나 당시에는 함께 공부하고 읽을 사람이 없어 잠시 중단했다. 그러다 귀국 후인 2016년 다시 모임을 열어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며 한 문장씩 정리하였다. 2,500년 전 부처님 뜻은 물론 산스끄리뜨로 기록한 옛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며, 오늘의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나아가 책으로 묶었을 경우 100년, 1,000년 뒤 미래의 사람들은 어떻게 읽을지를 간파해야 하는 긴 고뇌의 시간이었다. 역자의 이러한 간절한 원력과 치열한 공부의 결과물인 이 책은 우리에게 부처님 원음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한다.
현진 스님의『산스끄리뜨 금강경 역해』, 이것이 다르다!
1. 산스끄리뜨 원전과 한문본을 비교하고 그 차이를 추적, 완벽에 가깝게 번역했다.
2. 산스끄리뜨 원어에 깃든 의미와 맛을 세세하게 살렸다.
3. 구마라집 스님과 현장 스님의 한역본의 용어와 표현을 하나하나 비교했다.
4. 원전 이해에 방해가 되는 한역본의 중국적 사고와 문화를 걷어내고 당시 인도의 사상과 문화적 배경을 풍부하게 담았다.
5. 한역본에서 누락되거나 오역된 부분은 바로 잡았다.
6. 인도 원음의 생생한 리얼리티와 핵심을 찌르는 한역본의 장점, 모두를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