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국민이면 누구나 품고 있는 자부심은 그들이 오늘날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려 14억이 넘는 인구가 근대 민주주의 산실인 영국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나 그 전통을 향유하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온 세계 사람들의 뇌리에는 인도의 잔상이 그리 밝지 않다. 최저 생계를 지탱하지 못할 만큼 빈한한 대다수 그들의 삶을 떠올리는 까닭이다. 민주주의가 어찌 작동하기에 사람들이 저리 어렵게 사는가? 그런 민주주의라면 과연 의미가 있는가?
나렌드라 모디는 이렇듯 인도를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여전히 편치 않은 가운데 등장했다. 그는 천민의 신분을 극복하고 인도 총리 자리에 오른 불세출의 인물이었다. 그래서 남다른 기대를 받았다. 입지전(立志傳)의 그런 인생 스토리가 그저 난제로만 여겨졌던 인도 사회의 혁신을 이뤄내리라는 희망을 한껏 불러일으키는 듯했다.
‘사브카 사트, 사브카 비카스(Sabka Saath, Sabka Vikas)’. 모디 총리가 “함께 협력하며 함께 발전하자”라는 의미로 던진 슬로건이었다. 세계는 지금, 이 슬로건에 따라 국민 복리에 맞춰 민주주의의 명실상부한 원리를 인도인의 삶과 조화시키는 모디의 실험을 주목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무굴제국과 영국 식민통치, 그리고 유력 가문들의 독립 후 귀족 정치로 이어지며 암울했던 1천 년 인도 역사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데 매진하고 있다. 단적인 사례로, ‘85대15’의 고질적인 재정 부패구조를 타파하는 데 명운을 걸고 있다. 인도의 재정은 100원의 복지기금을 풀면 15원만 하층민에게 떨어지고 나머지 85원은 정치•경제•사회의 기득권 세력들이 가로채는 식으로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이런 파행을 바로 잡지 못하면 인도는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한다는 게 모디의 문제의식이었다.
모디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포용의 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다수 인도인을 겨냥해 그들을 보듬는 방향으로 재정을 비롯한 국가의 모든 재원을 집행하는 경제 말이다. 당연하게 정책의 노선은 낮은 곳을 향하게 된다. 그에 따라, 돈이 하층민까지 흘러 그들의 구매력을 끌어올리고, 시장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면 14억 인구의 안정적인 삶은 자연스레 보장된다.
민주국가라면 최소한의 인간 다운 삶이 가능해야 한다. 모디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가난한 계층의 기본적인 삶의 기반을 확충하려는 공공분야의 인프라 구축이 한층 빨라졌다. 인도의 한 국가부설 연구소는 매일 전국의 화장실 숫자가 늘어나는 실태를 조사해 보고하고 있을 정도다.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상하수도가 들어서고, 수자원과 교통 인프라, 대체 에너지 공급 시스템 등 필수 공공재가 속속 생겨나 인도 전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인도는 달착륙선을 띄울 수 있을 만큼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정보통신 분야는 세계 정상급이다. 또 핵폭탄을 보유한 군사 강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각계각층 삶의 편차는 후진적인 면모를 적나라하게 드러낼 정도로 벌어져 있다. 모디의 ‘포용의 경제’가 순조롭게 자리 잡으려면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 걸핏하면 테러범죄까지 불사하며 혼란을 야기하는 정치인들의 정쟁은 물론, 세계의 거대 카르텔들과 담합하며 국익 손실도 불사하는 경제 모리배들의 횡행, 지역 정치인들의 갈등과 분쟁 등 인도에는 무엇하나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널려 있다.
모디 총리는 인도 국민을 단순히 부자와 가난한 자로 나누지 않는다. 부자를 정신적으로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로, 가난한 자를 정신적으로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로 분류해 네 부류에 각각 다른 정책적 배려 또는 제재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신적으로 부유한’ 부자에게는 동기를 부여하고 ‘정신적으로 가난한’ 부자에게는 법을 엄격히 적용하는 한편, ‘정신적으로 부유한’ 가난한 자에게는 기술을 가르치고 ‘정신적으로 가난한’ 가난한 자에게는 에너지를 비롯한 생필품을 직접 보조한다. 세속적인 부에 정신적 가치를 결합해 국민을 다루는 이런 통치전략으로 모디는 지금 인도 사회의 낮은 곳을 향해 가고 있다. 그는 더 나아가 앞으로 펼쳐질 제2의 세계화가 같은 전략으로 진행된다면 지구촌의 살림살이가 크게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상호보완의 윈윈 경제를 만끽했던 중국과 내심 헤어질 결심을 하며 인도를 대체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인도라는 나라에 접근하기란 그리 만만치 않다. 이 책은 모디 총리의 리더십을 통해 인도에 관한 지식과 식견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줄 한줄에 깔려 있는 행간을 음미하다 보면 모디 총리 개인뿐만 아니라 인도가 한층 친근하게 다가오게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