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역사의식이 높은 민족의 하나는 유대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A.D. 70년경 로마에 의해 멸망된 이후, 세계 도처에 흩어져 유랑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2차 대전 이후, 1948년 2천여 년 만에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이스라엘’이라는 하나의 나라를 건국했으니 가히 기적이라고 할만하다. 세계역사상 유례없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와 대비되는 민족으로는 집시족 등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은 어떠한가? 고래로 동북아시아에서, 우리와 이웃해 흥망성쇠를 되풀이하였던 요나라를 건국한 거란족, 금나라를 세운 여진족 등 북방 민족들은 모두 다 어디에 있는가? 이들 북방 민족들은 현재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나마 다얼족(거란족 후예)의 집단거주지가 윈난성과 네이멍구 자치구의 헤이룽장성 등에 겨우 남아 있을 뿐이다. 이들 북방 민족들은 주체성, 민족의식, 역사의식에 대한 개념이 없었거나 부족하였기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북아시아 북방 민족 중에서 단 하나의 민족, 바로 우리 민족만이, 거대한 중국이라는 용광로에 굴하지 아니하고 동화되지 않고 자주국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 또한 기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자랑스러운 역사와, 더욱이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이라는 고유의 문자와 언어를 가졌다. 한글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문자 가운데 목적과 유래, 사용법, 창제 원리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유일한 문자이다. 더구나 오늘날과 같은 초스피드 시대에 한글의 편리성은 세계에서도 으뜸이다. 이제는 제1의 필수품이 된 휴대폰 사용에서의 한글의 문자 속도는, 감히 따라올 나라가 이 지구상에는 없다. 오죽했으면 중국이 간자체를 시용하겠는가?
또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하는 등 우리의 역사는, 가공되지 않은 원석이 아니라 천연보석이다. 천연보석의 가치는 장롱 속에 숨겨두는 것이 아니라, 몸에 지니거나 패션에 활용하며 다이아몬드와 같이, 공구나 공업용으로 이용할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한다. 따라서 우리는 개념 있는 역사의식을 가지고 애정 어린 관심으로 바라보고,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 그리고 잠자고 있는 우리의 문헌과 유적을 발굴하여 잃어버린 역사가 아닌, 잊혀져 버린 우리의 역사를 찾아내어 되살려야 할 것이다.
역사는 기억하고 배우는 것만이 우리의 미래를 열어주는 것이 아니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픈 역사를 승화시키는 일이다. 어려움을 노래로 승화한 예가 있다. 스위스의 요들송(yodel song)이 왜 즐거운 노래일까? 목동들은 알프(alp)에서 그 고독함과 어려움을 노래로 달래면서 이겨냈다고 한다. 알프는 유럽 고산지대에 띠 모양으로 전개되는 초원 지역을 말한다. 알프스(Alps)는 바로 이 알프에서 온 것이다. 그래서 스위스인들은 이 노래의 의미를 “좋은 에너지(Good energy)!”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긍정적인 의식은 삶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며, 긍정적인 역사관을 갖게 할 것이다.
역사의식의 중요성은 이미 포스코(POSCO)에서 인지하고 있다. 실제로 〈POSCO REPORT 2015〉에 보면, ‘올바른 역사의식과 인성 그리고 직무역량을 갖춘 인재 선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역사의식을 가진다는 것은 그만큼 삶의 의미를, 더욱 값지고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