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건너 녀석들에게 허락된
‘우리만의 안전가옥’
청소년문학 거장 고든 코먼의 기념비적 작품!
부모의 이혼 소송, 난폭한 계부, 낯선 곳으로의 이주, 저조한 학교 성적,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가정……. 각자가 처한 가혹한 현실에 아파하는 다섯 친구가 우연히 버려진 지하 벙커를 발견한다. 이곳은 어른들 모르게 간직하고 싶은 비밀 공간이자, 현실의 피난처이며, 마음의 안식처가 된다. 과연 다섯 친구들은 이곳을 지켜 낼 수 있을까? 자기들만의 안전가옥에서 울고 웃던 소년들은 어떻게 될까?
어쩌다 생긴 비밀 공간, 그보다 더 큰 비밀을 간직한 친구들
십대 시절, 자신만의 은밀한 공간이 생긴다는 게 얼마나 특별하고 가슴 뛰는 일인가. 우연히 지하 벙커를 발견한 다섯 친구 역시 그랬다. 이들은 누구에게도, 특히 어른들에게 벙커의 존재를 말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그런데 친구들 사이에 말하지 못하는 비밀은 따로 있는데…….
중학교 3학년인 에반은 부모가 마약과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재활원에 가는 바람에 형과 함께 조부모 집에 얹혀살고 있다. 최근 동네 불량배와 어울리는 형과는 사이가 좋지 않다. 강박장애를 앓고 있는 미첼은 뭔가 불길한 생각이 들면 좀처럼 떨쳐 내지 못한다. 한때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았지만 엄마가 실직하면서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져 치료를 중단했다. 미첼은 친구들에게도 비밀로 하고 밤마다 어디론가 향한다.
씨제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풍족한 편이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아픔이 있다. 씨제이는 종종 위험한 묘기를 펼치며 자기 몸을 혹사하는데, 거기엔 친구들에게도 비밀로 하는 이유가 있다. 제이슨은 다섯 소년 중 가장 덩치가 크고 목청도 크다. 부모가 이혼 소송 중이라 엄마와 아빠네 집을 번갈아 다니며 생활한다. 철두철미한 여자 친구에게 벙커의 존재를 비밀로 한다는 게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이다.
네 명의 동네 친구가 사는 이곳에 최근 전학 온 리키. 예전에 살던 도시에서 영재 중학교에 다닐 만큼 똑똑하다. 리키가 비밀 공간을 발견하면서 이들 넷은 어쩔 수 없이 리키를 받아들이지만, 종종 리키에게 비밀로 하는 일이 있다.
무거운 현실을 응시하되, 놓지 않는 희망으로
이 소설은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라는 현실 속 어두운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극 중 가장 부각되는 인물은 씨제이다.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야 할 집이 위협적인 공간으로 바뀌며, 전전긍긍하는 소년의 현실이 참담하게 묘사된다. 특히 작가는 소설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불량한 청소년과 가정폭력을 일삼는 어른을 배치하는데, 이는 소년들이 처한 현실에 무게를 더한다.
그렇다고 소설이 현실을 비추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저마다의 상처를 지닌 다섯 소년이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참된 우정을 쌓아 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수십 년간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지하 벙커가 다섯 소년의 안전가옥이 된다는 기발한 발상과 이곳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탄탄한 구성으로 이어간다.
소설을 읽다 보면 슬며시 미소를 짓거나, 박장대소를 할 만한 장면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도 친구를 돕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소년들을 보며 참된 우정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도 있다.
다섯 친구들은 안전가옥을 지켜 낼 수 있을까? 자기들만의 세상에서 울고 웃던 이들은 어떻게 될까? 안타깝게도 소설은 독자들의 기대와 달리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청소년문학의 거장 고든 코먼은 무거운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희망을 말할 줄 아는 작가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