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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선

여름의 선

  • 신성남
  • |
  • 향출판사
  • |
  • 2023-07-20 출간
  • |
  • 76페이지
  • |
  • 200 X 205mm
  • |
  • ISBN 9791191886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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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유월_ 곧은 선과 여름의 배꼽

별색으로 찍어 더욱 샛노란 바닥이 있습니다. 달이 노랗게 익는 달, 유월입니다. 밀짚모자를 쓴 사람이 한 줄을 그으며 오른쪽으로 걸어갑니다. ‘한 줄을 그으면 속살이 하얗게 비’친다네요. 그 사람은 또 춤추듯 한 줄을 긋습니다. 그리고 또 한 줄을 그어요.

그 길을 길게 이으면
이슬이 굴러갑니다.
빗물이 흘러갑니다.
개미가 기어갑니다.

그림과 글이 따로 흐르며 대위를 이룹니다. 글과는 상관없이 하얀 줄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생겨납니다. 그 줄은 길이 되어 이슬이, 빗물이, 개미가 기어가게 합니다. 밀짚모자 아저씨 이마에서 땀방울 하나 떨어질 때쯤, 하얀 선은 휘파람 소리와 함께 열 줄을 빚어냅니다. 여름은 곧은 선 열 줄이 만든 세상입니다.


칠월_ 춤추는 선과 여름 바다

별색으로 찍은 연두 바닥이 시원하고 달콤한 여름을 떠올리게 합니다. 바다가 마음을 여는 달, 칠월입니다. 붉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줄을 나무에 엮습니다. 날렵한 남자도 줄을 나무에 엮습니다. 이어서,

학교 가기 싫은 선생님, 등이 굽은 할머니,
멀리서 온 엄마와 두 아이, 길 잃은 택배 기사,
하나 둘 모여듭니다.

이들은 날아오르기도 하고, 몸을 묶기도 하고, 서로 만나 줄을 엮기도 합니다. 줄은 거미줄인 듯 아닌 듯, 규칙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엮입니다. 누가 쳐 놓은 그물일까요? 여름이 그물이거나 거미줄이라면, 도대체 작가가 생각하는 여름은 어떤 여름일까요? 그나저나 갈수록 궁금한 걸 보니 꼼짝 없이 작가가 만든 여름 바다에 마음이 엮여 버린 듯합니다.


팔월_ 흔들리는 선과 여름의 섬

별색으로 찍은 초록 바닥은 마치 비 온 뒤 햇빛을 받아 춤추는 나뭇잎 같습니다. 매미가 짝을 짓는 달, 팔월입니다.

물풀이 가득한 강에
누가 찾아왔습니다.

작은 배인데, 그냥 평범한 배가 아니라 카누 경기를 하는 선수들 같습니다. 마치 초록 나뭇잎 위에 배가 뜬 듯합니다. 배는 물풀을 가르며 달려갑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강이 얼굴을 내밉니다.’ 하고요. 강의 얼굴을 보려고 다음 장을 넘깁니다. 얼굴이 안 보입니다. 카누가 남긴 검은 선만 보입니다. 저 검은 선이 얼굴일까요? 경기를 하는 배 뒤로, 과일을 가득 실은 배가 달려옵니다. 마치 경기장에 난입한 솜사탕 장수 같아 웃음이 납니다. 이런, 과일을 먹고 싶었을까요? 배 하나가 뒤집힙니다. 조심했어야죠. 처음엔 한 척이었던 배가 이제는 대여섯 척도 넘게 나타났어요. 어라, 맨몸으로 헤엄치는 사람도, 커다란 물고기도 나타났어요. 이들은 모두 검은 얼굴을 만들며 한가운데 있는 점으로 모여듭니다.

어서 오세요,
여름의 섬입니다.


자연이 빚어낸 선으로 가득한 여름, 그리고 온 세상

첫 그림책 『여름의 선』으로 매우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신성남 작가! 이 작가가 그린 여름의 선은 여기까지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아직도 무슨 얘기인지 모를 수 있어요. 그림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작가가 찾아낸 여름의 선은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작가는 여름 하면 누구나 경험하는 그 세계에서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은 선을 찾아냈어요. 그 세계 속에 있는 선이야 말로, 진정한 여름의 배꼽이고, 여름 바다이고, 여름의 섬이라고 생각했지요. 그 해답은 책에서 만날 수 있으니, 궁금해도 참고 책이 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작가가 찾아낸 여름의 선 말고도 세상에는 온갖 선으로 넘쳐납니다. 이제 여러분이 그 선을 찾아 나설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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