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포트는 UAM 산업의 핵심이다
UAM 산업은 한동안 ‘if(할 수 있을까?)’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if’의 시대에는 UAM이라는 기체가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 ‘when(언제 시작될까?)’의 시대로 바뀌었다. ‘when’의 시대에는 UAM 산업 내 비중이 가장 큰 버티포트로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향후 UAM 산업 내 비중을 보면 버티포트가 43.4%, UAM 제조사는 8.8%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한다.
버티포트는 기존 항공 관련 분야에만 기회가 아니라 새로운 분야의 비즈니스 사업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나만의 사업과 아이디어를 버티포트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부동산, 항공, 4차산업, 미디어, 콘텐츠, 광고, 엔터테인먼트, 관광, 보험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버티포트는 향후 투자 측면이나 비즈니스 협력에서 가장 핫하고 매력적인 산업 영역이 될 것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도 2023년 올해의 단어로 ‘버티포트(vertiport)’를 선정했다. UAM 산업의 핵심인 버티포트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버티포트가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만든다
버티포트가 전국 곳곳에 구축된다면 대한민국은 어떤 지역이라도 1시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는 하나의 커다란 메가시티 리전이 될 것이다. 걸어서 버티포트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인 ‘버세권’에서는 차로 1시간 이상 걸리던 곳을 10분대에 이동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며, 대단지 아파트에 구축된 버티포트에서는 UAM을 타고 교외로 10분대에 이동할 수 있기에 2030년 이후 건축되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버티포트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옥상으로의 출퇴근 및 막히지 않는 주말골프도 가능해질 것이다. 버티포트는 우리들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 줄 것이다.
또한 전국의 고속버스터미널, 고속도로 휴게소 등 이제는 쇠락의 길을 걷는 많은 공간이 버티포트로 바뀌게 된다면 지역의 랜드마크로 재탄생될 것이다. 버티포트가 상용화된 이후 10년 이내에 버티포트를 이용할 수 있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공간의 차이는 신설되는 기찻길, 도로, 지하철 노선의 유무 이상으로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며 부동산의 가치에도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대한민국만의 버티포트 전략이 필요하다
항공우주산업은 100년간 미국과 유럽의 시대였고, 최근의 UAM 산업 추진 동향을 보아도 미국과 유럽 주도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MF 시절 대한민국은 IT 분야나 인터넷 산업 생태계에서 세계에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국가가 아니었다. 하지만 ‘사이버코리아21’이라는 국가전략을 통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먼저 전국에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깔았다.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용 경험이 쌓이면서 글로벌 테스트베드가 되었고 기존의 오프라인 중심의 생활이 온라인으로 변하면서 온라인 산업과 문화가 새로운 경제를 창조하는 선순환적 경험을 하였다. 그리고 오늘날 대한민국은 일부 IT 분야에서 여전히 강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UAM 기체에 대한 기술력이 선진국보다 뒤떨어진다고 그들이 모든 것을 선도할 때까지 지켜만 볼 것은 아니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 먼저 전국적인 버티포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전 세계의 다양한 UAM 기종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이용자들의 DB가 쌓이고, 이를 활용하여 다양한 산업이 자생할 수 있는 UAM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도 항공우주 분야에서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닌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수 있다. UAM 산업이라는 새로운 물결이 대한민국에게 ‘사이버코리아21’과 같은 천운의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25년 전의 ‘사이버코리아21’ 같은 UAM 산업에 대한 정부의 거시적 비전과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