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ㆍ알ㆍ못 원장의 늦깎이 예술 입문기
카페테리아에서 라테 한 잔과 예술을 만나다
하고 싶었던 공부와 학원 경영에 매진하느라 숨가쁘게 살았던 저자는 암 진단을 통해 인생의 변곡점을 만났다. 검사와 치료의 과정에서 인간의 한계를 경험하고는 밥 먹고, 걷고, 이야기하는 모든 순간에 감사함을 느꼈다.
그렇게 인생의 우선순위가 바뀌게 되었다. 하고 싶었던 일 중 못했던 것 두 가지, 책 쓰기와 예술 공부를 시작했다.
내 이름 적힌 책 한 권. 버킷 리스트 단골 메뉴다. 2020년 2월에 책 쓰기 과정에 등록하고, 21년에는 문화예술 독서 모임에 참가했다. 같은 24시간이라도 의미 있게 살고 싶었다. 예술이 행복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게 해주리라 믿었다.
예술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첫째, 아름다움을 목표로 하는 활동이다.
둘째, 음악, 미술, 문학, 무용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셋째, art는 넓은 의미에서는 예술, 좁은 의미에서는 미술을 뜻한다.
물론 문학도 당당히 예술의 범위에 들어가 있다.
‘그래. 우리가 꽃길만 걷는 건 아니지. 때론 고통스럽잖아. 왜 좋은 것만 보려고 해? 피할수록 더 힘들어지는 걸. 이겨내며 사는 게 인생이야. 부딪혀 봐! 살아갈 힘이 생길 거야.’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이런 게 아닐까? 삶의 희로애락을 모두 보여주면서, 그리고 멈춰서 생각하게 만드는 것 말이다.
전쟁 속에서도 그림으로 희망을 전했던 행복의 화가 마티스를 만나고, 격정적인 기교과 긴장감 넘치는 〈이솝의 잔치〉의 작곡가 알캉을 만나고, 우리나라 최초의 페미니스트 나혜석을 만나고, 구슬프면서도 청아한 멋이 있는 해금을 만나면서 예술이 주는 향취에 흠뻑 취했다.
잔인한 현실을 끝까지 응시하고 시련을 담아낸 작품들을 통해 ‘예술=아름다움’의 편견을 깨고 슬프고, 추하고, 잔인해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배웠다. 장애를 극복한 예술가 이야기에 용기를 얻고, 그들의 강인한 정신력과 실행력을 본받아 해이해진 마음을 다잡았다. 일제 강점기에 조국을 지키려 했던 예술가들, 총과 칼 대신 붓으로 일제에 대항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뜨거운 가슴을 확인했다. 운영하던 학원의 작은 예술가들이 보낸 스승의 날 편지,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며 글자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추억의 소중함을 느꼈다.
나른한 오후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비 오는 날 빗소리와 함께 하는 커피는 운치를 더해준다. 그냥 책상에 두는 것만으로 뭔가 채워진 기분이 들고, 없으면 허전하다. 커피가 일상에서 뗄 수 없는 존재이듯, 예술도 그렇게 다가온다.
눈을 조금만 돌리면 온 세상이 예술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예술이 있다. 지하철 광고판에서 만난 모네의 〈양산을 든 여인〉,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의 테마곡은 슈베르트의 〈마왕〉, 커피숍 벽에 걸려 있는 고흐의 〈해바라기〉, 병원 휴게실에서 본 이인성의 〈노란 옷을 입은 여인〉, 버스정류장에서 읽은 초등학생의 동시 〈어른들은 몰라요〉.
관심을 가지니 보였고, 보이니 즐거웠다. 즐거우니 눈길 닿는 곳마다, 찾게 되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사물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예술이 조금은 만만해졌다. 그렇게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제는 독자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 함께, 방구석 아티스트 되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