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매일 맞닥뜨리는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인권 침해 사례들
우리는 모두 영유아였고 어린이였으며, 청소년기를 거쳐 지금의 어른이 되었다. 돌아보면 우리 또한 어리다고 권리를 침해당했던 경험이 있다. 무조건 부모와 선생의 말에 복종해야 했고, 그들에게 ‘사랑의 매’라는 이름의 체벌을 당했으며, 매일 일기를 검열당했다. 성적이나 가정 형편이 같은 반 친구들에게 적나라하게 공개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요즘은 어떨까? 지금 아이들 세대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인권이 제대로 존중받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과거에 비해 자녀의 수도 줄고, 부모는 아이에게 많은 사랑을 쏟지만 오히려 ‘사랑’과 ‘보호’라는 명목하에 지나친 통제를 하곤 한다. 여전히 자녀를 인권의 주체로 보고 있지 않은 것이다. 바깥은 위험하니까, 친구들 사이에서 마음이 다칠까 봐, 좋은 미래를 위해서 아이들의 생활을 너무나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간섭한다. 저자들은 이 또한 당연하게 누려야 할 아이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양육 상황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아동 인권의 관점으로 재해석하여 아동과 양육자를 돕기 위해 쓰였다. 인권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들이 강의에서 만난 수많은 부모에게 자주 받은 질문들을 구체적인 상황으로 제시한 뒤, 그 상황을 인권의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해 보고 그에 대한 설명을 더했다. 가상의 인물, 가공된 사연이지만 부모라면 누구나 겪어 보았을 사연이기에 크게 공감하고 그동안 아이를 어떤 시선으로 대했는지를 곱씹어 보게 될 것이다.
영유아부터 청소년까지,
우리가 아이들의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2021 한국 아동의 삶의 질 국제 심포지엄’에서는 나라별 아동의 삶의 질 순위를 발표했는데, 우리나라는 OECD 35개국 중 31위였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삶의 질이 눈에 띄게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아이들을 ‘미래 세대’로 보며 현재의 지위와 권리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인식은 나이가 어릴수록 아동의 미숙함을 핑계로 더욱 강력해진다.
아동 발달 과정에서 ‘영유아기’는 가장 취약하면서도, 모든 발달의 기초가 형성되어 생애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결정적인 시기다. 또한 어느 때보다 발달적 의존성이 높기에 성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기도 하다. 이때 영유아가 양육자의 건강한 돌봄을 받으며 생존과 보호의 권리를 충족하지 못하면 세상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기초적인 힘을 기르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회관계가 더욱 중요해지며, 다양한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고 또래 친구와의 갈등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여기에 점점 과중해지는 학습 부담으로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입시 경쟁에 돌입하는 청소년기에는 아이가 추구하는 개성이나 생활이 외면당하는 경우가 흔하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의 삶은 희생해도 괜찮다는 의식이 만연해 있다. 이제 다 컸으니 더 성숙하게 행동하라고 하면서도 어리니까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이중 잣대를 들이밀기도 한다.
저자들은 성인은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잘 알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말하며, 이 책을 통해 가정 안에서 우리는 자녀의 참여와 의견을 얼마나 존중하는지, 잘 쉬고 여가를 즐기며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지, 아이가 주체적으로 인간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잘 이끌어가도록 돕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내 아이가 만나는 온라인 세상은 아동을 보호하고 개인 정보를 잘 보호하고 있는지, 아이를 우리와 동등한 가족 및 사회 구성원으로 대하고 있는지, 배제와 혐오를 유발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보게 한다.
아동 인권은 부모뿐만 아니라
아이를 대하는 모든 이들이 고민해야 할 숙제
저자들은 독자들에게 아동을 만나는 모든 사람을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 양육자에 대한 사회적 존중은 선순환되어 모두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양육자에 대한 존중은 그들이 만나는 아동에게로, 그 아동이 만나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로 이어지고 양육자 간의 연대로도 이어진다. 또한 아이의 양육과 관련한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이 필요한 양육자를 비난하지 않고 함께 지지해 주는 사회 분위기가 절실한 때라고 이야기한다.
아동 인권은 추상적이며 나와 상관없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네 삶의 이야기다. 《존중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제대로 충족되지 못했던 우리의 과거가 답습되지 않도록, 우리나라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전하는 다정하면서도 단호한 편지다.